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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소설39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1862> 선택하는 인간은 흔들린다... "그는 이제 막 자기 운명의 엄숙한 순간을 지나왔다는 것을, 이미 그에게는 중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앞으로 훌륭한 인간이 되지 않는다면 가장 악한 인간이 되고 말 거라는 것을, 이제 그는 주교보다 더 높이 오르거나 죄수보다 더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빵 한 조각을 훔친 죄, 탈옥을 한 죄에 대해 사회는 지독한 형벌을 장발장에게 내렸다. 형기를 마친 그에게는 이제 전과자라는 딱지가 붙어 있어, 세상은 그에게 하룻밤 묵는 것조차 허락치 않는다. 이에 장발장은 법과 질서, 사회와 인간을 증오한다. 거칠어지고 차가워진 그의 마음은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다. 이런 그에게 편견 없이 묵을 곳을 허락한 주교.. 그런데 장발장은 이런 주교의 따뜻한 .. 2019. 12. 25.
도스또예프스끼 <악몽 같은 이야기, 1862> 장소 1 : 집들이 쓰쩨빤 니끼포로비치 니끼포로프는 평생의 숙원이던 저택을 얼마 전 구매해서 호젓한 노후를 즐기기 시작한 65세의 3등 문관인데, 오늘 집들이 겸 생일잔치를 벌이고 있다. 뭐 손님이라고 해봐야 2명의 4등 문관이 전부다. 쓰쩨빤은 본래 자기 생일잔치 같은 것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니까 돈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약간 쩨쩨한 스타일인가 보다. 이 저택도 40년 간의 근검절약으로 얻은 것이기도 하고.. 오늘의 집들이 겸 생일잔치도 초대 손님 중에 하나인 세묜 이바노비치 쉬뿔렌꼬한테 아래층을 세 놓으려는 속내가 있어서다. 그렇다면 세묜은 어떤 사람인가. 그는 4등 문관으로 젊은 축에 속하는 고위 관료다. 지금의 자리까지 자기 힘으로 올라온 사람인데, 자기가 올라갈 수 있는 선은 한.. 2019. 2. 19.
도스또예프스끼 <상처 받은 사람들, 1861> "이것은 우울한 이야기다. 아주 빈번히, 눈에 띄지 않게, 거의 비밀스럽게 뻬제르부르그의 무거운 하늘 아래에, 거대한 도시의 어둡고 감추어진 골목길에서, 어지럽게 소용돌이치는 삶, 둔중한 이기주의,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 음울한 방종, 비밀스러운 범죄의 한가운데서, 이 모든 무의미하고 비정상적인 삶으로 가득 찬 끔찍한 지옥 한가운데서 벌어지는 음울하고 괴로운 이야기 중의 하나인 것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계속된다." 두 이야기 이 소설은 서로 다른 별개의 두 이야기가 꼭지점 먼 끝에서 시작해서, 결국에는 하나의 지점에 이르는 구성 방식을 하고 있다. 두 이야기 모두 가족 간의 화해와 사랑에 대한 것인데, 하나는 파멸적인 결말이고, 다른 하나는 부분적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이 부분적 해피엔딩의 이.. 2019. 2. 15.
도스또예프스끼, <스째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1859> 단순한 스토리, 단순한 결말, 단순한 캐릭터. 이것이 이 소설의 특징이다. 도스또예프스끼 소설답지 않게 말이다. 스토리랄 것도 없다. 주인 나리 상투 잡고 깝죽대는 광대 놈과 주변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에피소드 몇 개가 전부다. 결말은 단순하다 못해 동화적이다. 착한 주인 나리는 젊은 아가씨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거다. 또한, 이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는 어떠한 복잡성도 없다. 다층적인 성격도 없다. 한 인물에 한 성격만이 부여되었다. 예고르 아저씨에게는 '착함'이, 예고르의 엄마에게는 '이기심'이. 포마에게는 '일그러진 자존심'이 부여되었다. 바흐체예프는 투덜이 캐릭터고, 따찌야나는 "한 걸음만 더 가면 정신 병원" 행인 과대망상증 여자이며, 팔랄레이는 정직과 바보 사이에 있는 .. 2019. 1. 31.
아멜리 노통브 <머큐리, 1998> 외부와 차단된 외딴섬의 거울 없는 저택. 늙은 남자는 젊은 여자에게 말한다. 너의 얼굴은 추하게 일그러졌다고, 나는 너를 먹여주고 입혀주고 보호해준다고. 너의 추함과 못남을 알지만, 너의 영혼을 사랑한다고... 이 거대한 속임수와 억압의 목격자인 프랑수와즈는 젊은 여자를 섬에서 탈출시키려 하지만 늙은 남자에게 계획이 발각되어 섬에 감금되고 만다. “그는 제 아버지예요” 이 섬에 감금된 첫날 밤,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이 첫날밤에 프랑수아즈는 이상하게도 스르륵 잠이 들어버리고는, 이 섬에선 끊임없이 졸리다고 불평한다. 이것은 이 섬이 이야기로 만들어진 집이기 때문이다. 상징으로 지어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섬은 늙은 남자(선장)가 만든 에덴동산이고, 선장은 이 섬의 주인이자, 신이다. 그는 젊고 아름다운.. 2018. 6. 30.
도스또예프스끼 <백야, 1848> “사람들이 노란색으로 칠하고 있어요!” 8년 동안이나 친한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이 뻬쩨르부르그라에 홀로 살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은 몽상가다. 그는 도시 속의 무인도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영화 의 톰 행크스가 무인도에서 배구 공을 윌슨이라 명명하며, 친구 삼아 살 듯이, 우리의 주인공에게 건물은 친구다. 건물이 인사하고, 노란색으로 새로 페인트 칠 한 건물이 자신을 향해 고통을 하소연한다고 들릴 지경이니.. 분명 제정신이 아니다. 하얀 밤이 시작되다... 꿈을 꾸다... 운하 제방을 걷던 어느 백야의 날에, 그는 난간에 기대선 어느 아름다운 여자를 본다.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여자다. 그녀에게 시선이 자꾸만 간다. 그녀도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슬금슬금 뒷걸음질 한다. 그런데 그녀에게 찝쩍거리는 어느.. 2018. 6. 23.
도스또예프스끼 <여주인, 1847> 이야기의 신내림이 이루어진 날 " 그는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집을 구하느라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한순간, 그는 갑자기 자기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에 빠져들었다. 처음에 그는 얼빠진 사람처럼, 멍한 상태에 빠져 주춤하다가, 조금 후에야 간신히 정신을 가다듬고, 강렬한 호기심을 나타내며,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북적대며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잡다한 인간의 생활상, 소음, 사람의 물결... 모든 것이 그에게 신기하게 느껴졌다." 대학 졸업 후 3년 간, 외톨이 생활을 한 몽상가 오드리노프는 꿈을 꾸는 자다. 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는 자다. 그리고 창조를 열망하는 자다. 아직 제대로 된 무언가를 세상에 내보인 적은 없지만, 이제 막 그 시도를 하고 있는.. 2018. 6. 19.
도스또예프스끼 <쁘로하르친 씨, 1846> “우스찌니야 페도로브나 집의 가장 어둡고 허름한 한쪽 귀퉁이에 세묜 이바노비치 쁘로하르친 씨가 살고 있었다. 그는 나이가 지긋한 사람으로, 사려 깊고 술도 마시지 않는 건실한 사람이었다” 말단 관리인 우리의 주인공 쁘로하르친 씨는 20년 동안 하숙집에 기거하며, 혼자 사는 중년 남자다. 뭐 긴 말이 필요하겠는가. 사는 모습이 궁상맞고, 구질구질한 건 뻔한 일이다. 이런 그가 안쓰러워서인지 하숙집 여주인은 쁘로하르친 씨에게만 반값 방세 특혜를 주고 있다. 다른 하숙인들은 쁘로하르친 씨보다 두 배가 넘는 방세를 내면서도 미움을 받는데 말이다. 이에 다른 하숙인들은 여주인과 쁘로하르친 씨 사이에 썸씽이라도 있냐며 꿍시렁 거리지만, 그딴 건 없다. 20년 동안 하숙인으로 살면서 방세 한 번 밀리지 않고, 조용히.. 2018. 6. 13.
도스또예프스끼 <꼬마 영웅, 1849> “이 순간 나의 첫 유년 시대는 막을 내렸다” 11살 소년인 ‘나'는 모스크바 교외 별장의 친척 집에서 이번 여름을 보내게 된다. 이 집의 주인은 가진 돈을 모두 다 써버릴 테다.. 하는 기세로 매일매일 손님들을 초대하고, 파티하고, 야유회를 하는데, 여기서 소년인 ‘나’는 어른들의 사랑, 슬픔, 그리고 비열함을 바라본다. 이 유년의 마지막 날을 영원히 기억하게 한 강렬한 인물들을 한 명 한 명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금발 부인'..... 자신감 넘치고, 유쾌하고 명랑하며, 사람들을 주목시키는 힘을 가진 그녀는 자신이 미인인 걸 잘 아는 여자다. 이런 여자들의 특징 중 하나는 살짝 도가 넘는 짓궂은 장난질을 한다는 점이다. 무례한 선에 닿을 듯 말 듯 한 지점까지 끌고 가는 짓궂은 장난.. 하지만 주위.. 2018. 6. 11.
도스또예프스끼 <가난한 사람들, 1845>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 은 40대 후반의 하급 관리 마까르와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 바르바라 간에 주고받는 편지로 구성된 소설이다. 이 둘 사이의 감정은 사랑이 분명한데, 마까르는 부성애라고 우긴다. 누굴 속이려 드는지.. 여튼, 바르바라 역시 마까르에게 친절하고, 호감을 보여주긴 하지만, 마까르의 감정이 더욱 거세고 일방적이다. 그는 그녀에게 생활비만이 아니라, 꽃이며 사탕이며.. 온갖 선물을 다 갖다 바친다. 아이돌 덕질하는 아재 느낌.. 그런데 바르바라가 비꼬프라는 시골 지주한테 시집가버리면서, 소설이 끝나버린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호구 아저씨를 홀딱 벗겨 먹은 여시같은 년의 이야기일까? 아니면, 집도 절도 없는 고아인 젊은 여자애를 어떻게 해보려는 주책맞고 징그러운 늙다리 아저씨의 이야기일까?.. 2018.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