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 <생명의 한 형태, 2010>
"모든 작가들 안에는 사기꾼 한 명씩 들어앉아 있어요." 아멜리 노통브가 생각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란 혐오스러운 뚱보이고, 세상과 단절한 자이고, 자기 안에 갇힌 자이며, 거짓말쟁이다. 왜 이 뚱보(자아 비대증 환자)는 거짓말이라는 열정에 사로잡혀 글을 쓰는가.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맬빈은 부모님 정비소 한 구석탱이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갇혀있는 것이다. 그는 탈출을 꿈꾼다. 그 탈출은 작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시작된다. 맬빈은 작가, 즉 문학을 향해 글을 바쳤던 것이다.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고, 작품에 대한 자기 나름의 평을 끄적거리고, 자신의 느낌을 쓰다가,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고, 한탄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하는 바로 그 순서다. 여튼 맬빈은 한참 그러다가 자신의 초라한 모..
2017. 3. 11.
기 드 모파상 <비계 덩어리, 1880>
프로이센이 점령한 지역에서, 간신히 통행 허가증을 받은 마차 한 대가 눈 속을 헤치며 빠져나간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10명의 승객을 태운 이 마차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상인 부부, 부르주아 부부, 유서 깊은 가문의 백작 부부, 2명의 수녀, 혁명가, 그리고 불 드 쉬프(비계 덩어리)라 불리는 한 명의 매춘부.. 모파상이 그린 설국 열차다. 여튼, 데면데면한 사이였던 소상공인 부인, 부르주아 부인, 백작 부인은 마지막 승객의 신분, 즉 매춘부를 알아보자마자 자기들끼리 급하게 친해진다. 마치 건전한 "가정 주부의 위엄" 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다른 승객들 역시 그녀를 외면한다. 어디 감히 천한 것이.. 이런 느낌. 그런데 점심을 먹기로 한 중간 기착지까지 도착하지 못하고, 더디 달려가는 마차. 미처 음식..
2017. 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