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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단편집 1권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1971~1975> 간단 감상평 뚫을 수 없는 계급의 벽 권태로운 삶. 그 지긋지긋한 팔자 좋은 삶. 조용히 녹슬어가는 삶.. 나를 짓누르는 고통. 윤리 사상 출신.. 이 모든 제약. 이 모든 족쇄의 중압감으로부터 탈출하고픈 욕망. 가슴 속에 체증처럼 고인 억울함과 고통을 토해내기 위해 나는 글을 쓰노라.. 하얀 종이 위에 문장이라는 검은 눈물을 흘리노라.. 기름진 시대가 도래하였다. 하여 기개 넘치던 시대의 비판자, 그 "고전적인 욕쟁이" 역시 기름때에 찌들어버렸다. 이런 그를 본다는 건 씁쓸함일까. 분함일까.. 도시 중산층에 대한 역겨움. 그들의 웃음소리를 뭉개고 싶다. 그들의 삶을 파괴하고 싶다. 도시에서 튕겨 나간 자는 그 복수심을 품는 것만으로도 유쾌하구나. 가난한 삶에 대해 구구절절 널어놓는 엄마.. 랩 하는 줄.. 2017. 2. 14.
사무엘하 21장 : 비극. 비극. 비극 3년 기근 이스라엘에 3년 기근이 들었을 때다. 다윗은 뜬금없이 기근의 원인이 죽은 사울 탓이란다. 기근이 든다는 건, 요즘으로 치면 경제 불황 시기다. 자기 치세에 이 사단이 났는데, 다윗은 전임자를 탓한다. 이게 다 사울 탓이란다. 도대체 언제적 사울인데.. 기브온 사람들과 사울 사이에 있었던 피의 원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브온 사람들이 복수심에 불타 사울 자손 일곱을 내줄 것을 요구하는데, 이를 들어준다. 일타 이피다.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남의 손으로 잔여 세력을 없애고, 기근 상황에서 민심이 거칠어진 것을 다른 쪽으로 눈돌리게 하고.. 그리하여 사울의 첩 리스바에게서 난 두 아들과 사울의 장녀 메랍의 아들 다섯을 기브온 사람들에게 넘겨준다. 그들은 언덕 위에서 목매달린다. 이 얼마나.. 2017. 2. 13.
사무엘하 19장 : 요압, 왕자의 난(2) 스파이 후새를 통해 압살롬의 계획을 입수한 다윗은 선빵을 날린다.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된다. 다윗 군이 진격하기 직전, 다윗은 전 군에 반란을 일으킨 자기 아들 압살롬을 너그러이 대하라고 명한다. 생포해 오라는 거 같기도 하고, 되도록 살려놓으라는 거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 애매한 지대가 많으면, 이건 상황을 주도하는 자에게만 유리하다. 아랫사람들에게는 피곤한 것, 여튼. 압살롬은 나귀를 타고 가다, 나뭇가지에 목이 걸려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이를 본 병사는 그 자리에서 그를 죽이지 않고, 총사령관 요압에게 달려가 상황을 보고한다. 요압은 그 자리에서 죽였어야지 왜 그냥 왔냐고 호통친다. 병사 왈, '다윗왕이 뭐라 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합니까. 내가 막상 압살롬을 죽였다면,.. 2017. 2. 12.
사무엘하 13장~18장 : 압살롬, 왕자의 난(1) "그 후 이 일이 있으니라" -사무엘하 13장 11절- 다윗의 아들 암몬 왕자는 아름다운 이복동생 타마르한테 푹 빠진다. 어떻게 해보고 싶은데, 이게 쉽지 않다. 이걸 옆에서 본 사촌 요나답은 흉학한 방법을 하나 내고, 임몬은 올타쿠나 하고 실행한다. 암몬은 아프다며 드러눕는다. 아버지 다윗이 병문안 오자, '여동생 타마르가 빵만들어서 떠먹여 주면 좀 나을 거 같기도 하고..' 라는 되도 않는 소릴 하는데, 다윗은 '그래. 그러렴' 하며 타마르를 불러들인다. 암몬은 이렇게 자기 침상에 이복동생을 끌어들여서는 강간을 하려한다. 타마르는 강하게 저항하면서 동시에 암몬을 달랜다. 아빠한테 말하면, 우리 둘을 여차저차 결혼시켜주실 거 아니냐면서. 그런데도 암몬은 힘으로 누른다. 더 가관인 것은 그러고나서 갑자기.. 2017. 2. 11.
사무엘하 11장~12장 : 다윗과 밧세바 어느 날 지붕 위에서 바람 좀 쐬던 다윗은 저 건너편 집에서 목욕하는 여인을 보고는 혹한다. 저 여자 누구냐 물으니, 전쟁에 나간 장수 우리아의 아내 밧세바란다. 보통 사람 같으면, 나라 위해 전쟁터에 나간 군인의 아내를 탐할 생각을 하겠나? 생각이 들더라도 주저주저 고민고민하겠지. 하지만 언제나 자기 욕망에 충실한 다윗에게 그런게 있을 리가. 이 인간은 언제나 자기 욕망 충족이 1번인 인간이다. 당장 데려 오라하고는 바로 동침이다. 그런데 밧세바도 보통 여자는 아니다. 궁전에서 자기 집이 보이는 걸 뻔히 알면서, 목욕하는 모습을 노출한다?? 작정한 거. 여튼 얼마 안 되어 밧세바가 전갈을 보낸다. 임신했다는 것. 막말로 한큐에 임신되었을리 만무하고, 다윗과 밧세바가 여러번 놀아났단 소리다. 여기서 또 .. 2017. 2. 10.
트로이 전쟁 : 전쟁의 발단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는 화가 나서 하객들 속에 황금 사과를 하나 던진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 에게 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누가 이 황금 사과를 차지할 것인가. 여기에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가 미스유니버스 최종 결선자로 나선다. 발표자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다. 여신들은 각자 파리스에게 자신들이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약속한다. VS 놀이 시작이다. 권력과 부(헤라) VS 전쟁에서의 영광(아테네) VS 미녀 와이프(아프로디테) 너무 언발란스한데, 파리스 이 놈 시키는 미녀 와이프에 콜!!. 막말로 헤라가 주는 권력과 부를 선택하면, 뒤에 것들은 딸려오는 거 아닌가. 파리스 좀 이상한 놈인 거 같다. 그냥 철딱서니가 없는 걸 수도 있고.. 그렇다.. 2017. 2. 9.
에밀 졸라 <나는 고발한다, 1898>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 인간을 바라보는 에밀 졸라의 시선은 위험하다. 그의 소설들 속 인물들은 욕망과 공포 사이를 어쩔줄 몰라하며 허우적거리다 파멸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에밀 졸라의 기저를 흐르는 사상은 결정론이다. 인간 본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졌고,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얼핏 위험해 보이는 사상이고, 이걸로 욕도 좀 많이 먹으셨다. 특히 진보진영에서. 이렇게 그의 시선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매우 차갑기도 하다. 작가는 무심한 얼굴, 차가운 회색빛 눈으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상황과 인물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차가운 시선으로 뜨거운 욕망에 대해 기록한 느낌이다. 이런 그가 드레퓌스 사건, 애국보수주의와 인종주의가 물결치는 이 사건에, 뜨겁게 뛰.. 2017. 2. 8.
기 드 모파상 <비계 덩어리, 1880> 프로이센이 점령한 지역에서, 간신히 통행 허가증을 받은 마차 한 대가 눈 속을 헤치며 빠져나간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10명의 승객을 태운 이 마차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상인 부부, 부르주아 부부, 유서 깊은 가문의 백작 부부, 2명의 수녀, 혁명가, 그리고 불 드 쉬프(비계 덩어리)라 불리는 한 명의 매춘부.. 모파상이 그린 설국 열차다. 여튼, 데면데면한 사이였던 소상공인 부인, 부르주아 부인, 백작 부인은 마지막 승객의 신분, 즉 매춘부를 알아보자마자 자기들끼리 급하게 친해진다. 마치 건전한 "가정 주부의 위엄" 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다른 승객들 역시 그녀를 외면한다. 어디 감히 천한 것이.. 이런 느낌. 그런데 점심을 먹기로 한 중간 기착지까지 도착하지 못하고, 더디 달려가는 마차. 미처 음식.. 2017. 2. 4.
막심 고리키 <그들도 한때는 인간이었다, 1905> "그들은 삶에서 추방당한 사람들, 술과 심술에 절어 있는 사람들, 더럽고 소외된 사람들이었다." 은퇴한 대위 쿠발다가 운영하는 여인숙의 장기 투숙객들은 삶의 나락으로 떨어진 자들이다. 생존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이다. 정상적인 삶의 궤도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고리키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거짓 묘사를 하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마음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 이런 거 없다. 고리키는 "삶에서 추방당한" 지친 사람들의 추하고 악랄한 모습, 거칠고 폭력적이며 저열한 모습을 숨김없이, 그리고 가감없이 묘사한다. 쿠발다가 여인숙을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그 건물은 자본가이자 공장주인 페투니코프 소유다. 쿠발다는 그저 건물을 빌려 운영하는 전형적인 영세자영업자다. 그나마도 딱히 돈을 벌겠다, 모으겠다는 목적은 조금도 .. 2017. 2. 3.
한강 <붉은 꽃 이야기, 2003> "옛날에, 중국의 한 스님이 멀리 있는 다른 스님을 찾아갔어.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날이 저물었지. '저쪽 방에 가서 주무시지요.' 객 스님이 인사를 하고 나갔다가, 도로 문을 열고 들어왔어. 이 객 스님 하는 말이, 밖이 어둡습니다, 스님. 한데 이 방에 있던 스님이 촛을을 건네주었다가, 객 스님이 받자마자 후욱, 불어 꺼버렸어. 바로 그때, 초를 들고 섰던 객스님의 눈에서, 깨달음의 눈물이 흘러내린 거라." 오빠에게 뺨맞고, 손에 짐승 같은 털이 더부룩한 수학 선생에게 뺨맞은 소녀. 부당한 폭력. 노려보는 눈, 저항의 눈. 더 강하게 조여오는 폭력. 코피가 터지고, 그날 첫 생리를 한다. 붉음.. 그것은 피의 색깔이고 폭력의 색깔이다. 동시에 아름다움과 욕망의 색깔이기도 하다. "짤막한 머리에 화.. 2017. 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