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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하 19장 : 요압, 왕자의 난(2)

by R.H. 2017. 2. 12.




스파이 후새를 통해 압살롬의 계획을 입수한 다윗은 선빵을 날린다. 전세는 순식간에 역전된다. 다윗 군이 진격하기 직전, 다윗은 전 군에 반란을 일으킨 자기 아들 압살롬을 너그러이 대하라고 명한다. 생포해 오라는 거 같기도 하고, 되도록 살려놓으라는 거 같기도 하고.. 애매하다. 애매한 지대가 많으면, 이건 상황을 주도하는 자에게만 유리하다. 아랫사람들에게는 피곤한 것, 여튼.



압살롬은 나귀를 타고 가다, 나뭇가지에 목이 걸려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이를 본 병사는 그 자리에서 그를 죽이지 않고, 총사령관 요압에게 달려가 상황을 보고한다. 요압은 그 자리에서 죽였어야지 왜 그냥 왔냐고 호통친다. 병사 왈, '다윗왕이 뭐라 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합니까. 내가 막상 압살롬을 죽였다면, 장군도 날 외면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요압은 직접 창을 들고 달려가 압살롬의 심장을 찔러 죽인다. 압살롬 반란 종료. 



이제 승전보를 전해야 하는데, 제사장 사독의 아들이 신이 나서 지가 가겠다고 나선다. 그러자 요압은 말린다. 이 소식 들고 가서 좋은 꼴 못 본다면서, 구스 사람을 먼저 보낸다. 그런데도 사독의 아들 아히마아스는 가겠다고 떼를 쓰니.. 요압은 구스 사람의 뒤로 아히마아스를 보낸다. 요압은 다윗이 어떤 인간인지 안다. 반란을 일으킨 압살롬을 살려둘 수는 없다. 나라를 위해서도 다윗을 위해서도.. 생포해서 어쩌겠는다는 건가. 다윗이 제 아들을 죽여야하는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고, 압살롬을 구해내려는 반군 세력이 다시 응집할 수도 있다. 어떻게든 끝장 나야 하는 관계다. 



그런데 다윗은 애매모호한 명령을 내렸다. 다윗은 항상 이렇다. 꿍꿍이가 있다. 자신이 재 옹립되더라도 이때 힘쓴 공신들의 힘을 빼겠다는 거다. 게다가 요압이다. 항상 다윗이 컨트롤하기 힘들어서 짜증 부리곤 했던 요압 말이다.(사무엘하 2~3장 참조) 요압은 강경 매파라는 말로도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초강경파다. 후에 나오는 세바 반란 진압 도중에 다윗이 힘을 실어준 장군 아마사를 면전에서 칼로 찔러 죽일 정도의 인간이다. 다윗 보라고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왕이고 뭐고 없다. 니가 감히 날 누르려해?, 뭐 이런 느낌.



압살롬의 죽음을 전해 들은 다윗은 몸부림치며 울기 시작한다. 얼굴을 감싸고 머리를 쥐어짜며, 처소에서 나오질 않는다. 대열한 군사들 앞에 나와 반란 진압의 성공을 선언하고, 하루빨리 수도 예루살렘으로 입성해야 하는 이때에 말이다. '내 아들이 죽었어, 내 아들이 죽었다고, 나 너무 슬프고 괴롭고 힘들어. 근데 내 아들을 죽인 게 누구더라.. 내가 분명 너그러이 대하라고 했는데, 잔악하게 죽인 게 누구더라.. 그러니까 그 놈 때문에 내가 이렇게 힘들다고.. 그 놈이 누군지는 다들 알지? 요압임.' 이런 신호를 보내는 거다. 



헌데 다윗은 절대 죽은 자식 불알 만지는 스타일이 아니다. 일전에 밧세바에게서 난 아이가 죽기 직전에는 생쑈를 하며 울고불고 난리치다가, 막상 죽었다는 소리 듣자마자 툴툴 털고 일어나 버렸던 인간이다. 태세전환이 너무 급격해서 싸이코인가 싶을 정도였다. 이런 자가 지한테 칼을 들이댄 아들 압살롬이 죽었다고 드러눕는다고?? 쑈다. 쑈. 요압이 다윗을 하루이틀 봤나. 요압은 다윗 앞에 나아가 거친 언어를 내뱉는다.(사무엘하 19장 5절~7절) 



'당신을 살리고, 당신 가족을 살려놨는데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당신에게 칼을 들이댄 자를 사랑하고, 당신과 생사를 함께한 사람은 미워하는 겁니까. 이게 말이 됩니까. 그럼 압살롬은 살리고, 우리 군사들이 죄다 죽기라도 해야했다는 겁니까. 지금 당장 일어나서, 승리 선언하시고, 수도로 입성하시요. 안 그러면, 오늘밤 안으로 모든 군사가 당신을 버리고 떠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말한다.



보통 왕이 저렇게 괴로운(척) 하고 있으면, '아, 괴로운신거 잘 알겠습니다. 암요, 그런데 진정하시고요, 어쨌든 빨리 수도로 가야지 않겠습니까' 하면서 공손하게 말씀을 올려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요압은 왕 앞에서 무려 협박한다. 계속 이렇게 쑈하고 있으면, 당신 버릴 거고, 그러면 당신이 젊었을 때 개고생한 거보다 훨씬 더 큰 고생이 앞에 펼쳐질 거라면서.. 이건 신하의 언어가 아니다.



그런데 다윗 역시 이상하다. 저렇게 무례한 언어를 뱉어내는 신하에게 '네 이놈, 무엄하도다!!' 하며 호통칠 만한데, 그냥 암 말 없이 벌떡 일어나 요압 말대로 한다. 다윗에게 체면 따윈 없다. 힘의 논리로 움직이고, 욕망이 이끄는대로 행동하는 자다. 여튼 이렇게 해서 압살롬의 반란은 실패하고, 다윗은 다시 재 옹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