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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고리키 단편 <거짓말 하는 검은 방울새와 진실의 애호가 딱따구리> "어느 작은 숲에서 생긴 일이다. 숲속에서 지저귀던 새들 중 한 마리가 갑자기 희망과 확신에 찬 노래를 불러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숲에서 울려 퍼지던 노래는 절망과 우울, 패배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는 그 무엇도 할 수 없다, 구원은 없다'는 패배주의에 물든 노래는 까마귀가 주도하는 것으로, 거기에는 나름 아름다운 구석도 있다. 절망을 이야기하는 노래 특유의 센치한 아름다움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희망의 노래, 승리의 노래, 일어섬과 전진의 노래가 숲에 울려퍼진다. 이 희망의 찬가를 노래하는 자 누구인가. 이 용감한 노래를 하는 새는 분명 아름다우리라, 위풍당당하리라.. 그 새를 찾아가자, 그에게 환호와 감사를 바치자. 그런데 이게 웬일. 새떼들이 몰려가서 보니, 그것은 숲.. 2018. 1. 2.
프랑수아즈 사강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1959> 로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40대 중반 남자다. 물질적으로 여유롭고,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무엇에든 능수능란한 그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중년 남성이다. 사람들은 종종 가부장적 사고방식이라는 걸 고함지르고 꽥꽥대고 폭력적이라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아니다. 자기 울타리 안에 있는 사람 챙기고, 자기 여자의 행복을 원하는 따뜻하고, 긍정적인 모습도 많다. 정해진 위계질서가 주는 편안함도 있는 거고.. 여튼 로제가 바로 이런 긍정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다. 그런데 이게 더 문제일 수도 있다. 악랄한 모습만 있다면, '이건 아니다, 참을 수 없다', 생각하고 뛰쳐나갈 수 있지만, 좋은 모습이 꽤 있으면, '세상에 좋기만 한 게 .. 2017. 12. 31.
카프카 <변신,1915> "어느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 것을 발견했다" 아침에 눈 뜨니 벌레로 변해버렸단다. 밑도 끝도 없는 시작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단서도 주지 않고 바로 소설이 진행된다. 꿈인지 생신지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자신에게 일어났는데, 그레고르는 출근 기차 놓치는 걱정부터 한다. 지금 그런 걱정 할 때입니까. 습관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튼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들이 방에서 나오질 않으니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사 지배인까지 가정 방문하여 꿍시렁거린다. 잠긴 문을 열기 위해 열쇠공을 부를까 어쩔까 하는 와중에 그레고르는 가누기 힘든 몸을 꿈틀거려 문을 여는데.. 충격과 공포!! 가족들과 지배인은 놀라자빠지고.. 아버지는 서둘.. 2017. 9. 16.
조지 오웰 <1984> 증오를 확산하라! "2분간의 증오 프로그램이 특히 끔찍했던 이유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마지못해 의무적으로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데 있다. 30초면 모든 가식적인 행동들이 불필요하게 된다. 공포와 복수의 끔찍한 황홀경, 남을 죽이고 싶은 욕망, 큰 쇠망치로 누군가의 얼굴을 마구 때리고 싶은 충동 등이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전류처럼 휘젓고 지나가게 된다." 는 일당독재 체제가 구사 가능한 모든 테크닉이 망라된 소설이다. 끝없는 전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감시와 고발로 불안을 확산시키며, 2분간의 증오 프로그램으로 서로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확산시킨다. 2분간의 증오 프로그램에서 지목된 규탄의 대상은 골드스타인이라는 반란자인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 2017. 9. 5.
편혜영 단편 <소풍> <사육장 쪽으로> "여자는 내심 여행을 가는 게 귀찮으면서도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W시에 다녀왔다는 자랑을 하고 싶어졌다. 아직 W시에 다녀온 친구는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 그들은 짬을 내어 W시로 여행을 간다. 그런데 이들이 여행을 왜 가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여행자의 들뜸이나 설렘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여행 전 들른 마트에서 물건을 챙기는 모습도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여행지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하나 가득 카트에 담는 남자가 여자는 못마땅하다. 쌀쌀한 날씨에 대비하여 겉옷을 고르는 여자를 남자는 잔뜩 인상 찌푸리며 쳐다본다. 자동차 안에서 나누는 이들의 대화도 짜증스럽기만 하다. 이들이 여행을 떠나는 시간을 봐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일이 끝.. 2017. 8. 18.
이청준 단편소설 <퇴원, 1965> 내가 앓고 있는 병은 무엇인가. 나를 병실에 가둔 사람은 누구인가. 나의 병은 자아 상실이고, 나를 병실에 가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창문을 향한 기이한 상념.. 막연한 상념... 무엇을 생각하는가. 스스로는 기이하고 막연한 상념이라 하였으나, 아니다. 나는 창문 밖의 구체적인 세상을 생각한다. 탈출을 소망한다. 그런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계탑은 고장 나 있어, 시계침마저 떼어져 버려 있다. 저 고장 난 시계탑처럼 나의 시간은 멈춰있다. 병실이 아닌 자기 안에, 위궤양이 아닌 자아망실이라는 병을 가지고 "그렇게 시체처럼 여기 병실에 누워 있는 것이다." 윤 간호사는 나의 분신이다. 내 안의 목소리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멈춰진 시간 속에 널부러져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용기를 주는 자신 안의 목소.. 2017. 7. 15.
오로네 드 발자크 <골짜기의 백합, 1836> 모르소프 백작은 자기연민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몰락 귀족이다. 게다가 가진 재산도 없는 무능력자다. 대혁명 이후 긴긴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다가올 시간을 대비하지 않은 그는 왕정이 복고되어 관직을 하사받고도, 정무감각 부족으로 고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백작이라는 껍데기만 남은 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그의 아내 모르소프 백작 부인(앙리에트)이다. 그녀는 가난한 남편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못난 남편을 사랑하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다. 그런데 모르소프 백작은 이런 그녀를 고마워하지 않는다. 고마워하긴커녕 사사건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사람을 들들 볶는다. 그가 할 줄 아는 것은 훈장질뿐이다. 뭘 진짜로 가르쳐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를 꾸짖음으로써 자신에게 권위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전형적.. 2017. 7. 1.
열왕기상 14장 : 여로보암과 르호보암의 죽음 "너보다 앞서 있던 모든 왕들보다 더 악한 일을 하여서, 다른 신들을 만들고, 우상을 부어 만들어서, 나의 분노를 격발시켰다. 결국 너는 나를 배반하고 말았다.그러므로 내가 여로보암의 가문에 재난을 내리겠다. 여로보암 가문에 속한 남자는, 종이거나 자유인이거나 가리지 않고, 이스라엘 가운데서 모두 끊어 버리겠다. 마치 사람이 쓰레기를 깨끗이 쓸어 버리듯이, 여로보암 가문에 사람을 하나도 남기지 아니하고, 다 쓸어 버리겠다. 여로보암에게 속한 사람으로서, 성읍 안에서 죽은 사람들은 개들이 먹어 치울 것이고, 성읍 바깥의 들에서 죽은 사람들은 하늘의 새들이 와서 쪼아 먹을 것이다" 여로보암의 아들 아비야가 병들었다. 이에 여로보암은 아내를 변장시켜, 선지자 아히야에게 보낸다. 아히야는 유다와 벤자민 지파를 .. 2017. 6. 5.
열왕기상 12장~13장 : 사자와 당나귀 남북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신전, 언약의 궤, 십계명이 새겨진 돌 모두는 예루살렘에 있다. 그런데 예루살렘은 남쪽의 유다 왕국 수도다. 히브리인들의 민족 정체성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종교다. 그런데 이처럼 남유다가 유대교 종주국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종교 헤게모니의 주도권을 남유다가 가진 것이다. 남북으로 나뉘었다 해서 철조망 촘촘히 쳐놓고 지뢰 깔아놓고 1년 365일 항시 총구를 노리며 개미 새끼 한 마리 오갈 수 없는 건 아니다. 북쪽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여전히 남쪽의 예루살렘 성전으로 제사 지내러 간다. 못 갈 이유도 없다. 저 성전을 건축하는데 유다 지파만 참여한 건 아니다. 12 지파가 다같이 돈 내고 노동력 보태서 만들었는데 왜 못 간단 말인가. 북이스라엘 국민이 남유다에 있는 성전을 오.. 2017. 6. 4.
열왕기상 12장 : 남북분열 답정너 르호보암 솔로몬이 죽은 뒤, 그의 아들 르호보암이 등극한다. 이 때 즈음 이집트에 망명 갔던 여로보암은 귀국하여 10지파의 사람들과 함께 새 임금 르호보암에게 가서 솔로몬이 지운 노역과 지나친 세금을 줄여 달라고 요구한다. 르호보암은 생각해 보겠다 하고는 이들을 돌려보낸다. 르호보암은 이 문제를 원로들과 먼저 상의한다. 원로들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유화책을 권유한다. 이건 르호보암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다. 르호보암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젊은 신하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그들은 당신(르호보암)의 새끼 손가락이 선왕 솔로몬 허리보다 굵다고 말하라면서 강경하게 대하라고 권한다. 이게 뭔가.. '내 새끼 손가락이 우리 아빠 허리보다 굵거든!!' 이라니, 내 똥 굵다라는 건가.. 솔로몬은 지혜의 .. 2017.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