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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열왕기상 12장 : 남북분열

by R.H. 2017. 6. 3.


답정너 르호보암


솔로몬이 죽은 뒤, 그의 아들 르호보암이 등극한다. 이 때 즈음 이집트에 망명 갔던 여로보암은 귀국하여 10지파의 사람들과 함께 새 임금 르호보암에게 가서 솔로몬이 지운 노역과 지나친 세금을 줄여 달라고 요구한다. 르호보암은 생각해 보겠다 하고는 이들을 돌려보낸다. 르호보암은 이 문제를 원로들과 먼저 상의한다. 원로들은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유화책을 권유한다. 이건 르호보암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다. 르호보암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온 젊은 신하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 그들은 당신(르호보암)의 새끼 손가락이 선왕 솔로몬 허리보다 굵다고 말하라면서 강경하게 대하라고 권한다. 이게 뭔가.. '내 새끼 손가락이 우리 아빠 허리보다 굵거든!!' 이라니, 내 똥 굵다라는 건가..


솔로몬은 지혜의 왕으로 유명하지만, 유(柔)한 임금이 아니다. 반대로 힘의 군주라는 느낌이 강하다. 많은 세금과 계속되는 노역에 백성들은 지쳤지만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못했다. 아니, 드러냈다 하더라도 솔로몬은 이를 제압했을 것이다. 그 유명한 솔로몬의 판결만 봐도 이것이 과연 지혜롭기만 한 판결 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진짜 자기 자식이면 아기를 그냥 넘겨주리라고 지혜롭게 예상 할 수 있지만, 아기를 칼로 나눠주라는 판결은 지독한 독단이고, 폭력이다. 이 판결에서 증인들을 조사하거나 소환한 것도 아니고, 사건을 면밀하게 수사하는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다. 이 판결은 칼, 즉 힘으로 결론 낸, 그것도 솔로몬 단독 판결이다. 


히람과의 거래에서 보이듯 솔로몬은 협상과 타협에도 능했다. 성읍을 20개씩이나 줬는데 알고 보니 쭉정이 땅을 준 걸 볼 때 솔로몬은 거래의 신이면서 동시에 자기 힘을 최대한 활용한 사람이다. 속 빈 강정같은 땅뙈기를 받고도 히람이 불만스러워는 했지만, 다른 걸 강력하게 요구하진 않은 거 같으니 말이다. 신경질 나서 그랬는지 그 땅 그냥 나중에 돌려줬다고는 하는데. 여튼, 솔로몬은 지혜의 왕으로 불리지만, 그 기저에는 막강한 힘도 행사하고 있었다. 즉, 투트랙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노련한 인물이었다.


"선왕께서 너희에게 무거운 멍에를 메웠다. 그렇지만 나는 그보다 더 무거운 멍에를 메우리라. 선왕께서는 너희를 가죽채찍으로 치셨으나 나는 쇠채찍으로 다스리리라." (열왕기상 14절)


그런데 르호보암에게는 이런 노련함이 전혀 없다. 강하게 밀어붙이기만 하니, 강하게 저항해 온다. 강경하기만 한 게 아니라, 말도 유치하고 싸가지 없다. 내 손가락이 굵다느니.. 사회 원로들을 쇠채찍으로 다스리겠다느니.. 게다가 르호보암은 눈치 없이 부역 관리자, 요즘 말로 하면 국토부 실무자를 10지파에게 보낸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록되어있지 않지만, 뻔하다. 노역을 불만스러워하는데, 노역 관리자를 보낸 건 계속 노역하라는 말이다. 강경한 입장을 절대 철회하지 않겠다는 메세지다. 하여 분노한 10지파 사람들은 르호보암이 보낸 부역 관리자를 때려죽인다.


"우리가 다윗에게서 받을 몫이 무엇인가? 이새의 아들에게서는 받을 유산이 없다. 이스라엘아, 저마다 자기의 장막으로 돌아가라. 다윗아, 이제 너는 네 집안이나 돌보아라."(열왕기상 16절)


사태가 이쯤 이르렀으니.. 유다 지파와 벤자민 지파를 제외한 10지파는 여로보암을 왕으로 추대하여 분리 독립한다. 이에 르호보암은 18만 군을 동원하여 북쪽으로 치고 올라가 재통일하려 하지만, 하나님의 사람이라는 즉, 신권을 가진 자들 중에 한 명인 스마야의 권고로 동족상잔의 내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하여 북이스라엘은 앗시리아에 멸망하고, 남유다는 바빌론에 멸망하여 식민지가 될 때까지 이들은 통일되지 못한다. 통일왕국 주권국가는 다윗 솔로몬 2대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