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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

박완서 단편집 1권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1971~1975>

by R.H. 2017. 2. 14.




간단 감상평


<세모> 뚫을 수 없는 계급의 벽


<어떤 나들이> 권태로운 삶. 그 지긋지긋한 팔자 좋은 삶. 조용히 녹슬어가는 삶..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 나를 짓누르는 고통. 윤리 사상 출신.. 이 모든 제약. 이 모든 족쇄의 중압감으로부터 탈출하고픈 욕망.


<부처님 근처> 가슴 속에 체증처럼 고인 억울함과 고통을 토해내기 위해 나는 글을 쓰노라.. 하얀 종이 위에 문장이라는 검은 눈물을 흘리노라..


<지렁이 울음소리> 기름진 시대가 도래하였다. 하여 기개 넘치던 시대의 비판자, 그 "고전적인 욕쟁이" 역시 기름때에 찌들어버렸다. 이런 그를 본다는 건 씁쓸함일까. 분함일까..


<주말 농장> 도시 중산층에 대한 역겨움. 그들의 웃음소리를 뭉개고 싶다. 그들의 삶을 파괴하고 싶다. 도시에서 튕겨 나간 자는 그 복수심을 품는 것만으로도 유쾌하구나.


<맏사위> 가난한 삶에 대해 구구절절 널어놓는 엄마.. 랩 하는 줄. 리듬감 쩝니다. 게다가 힙합 정신이 깃들어 있엉..


<연인들> 어른이 된다는 것. 그것은 비굴에 길들여지는 것. "비열의 철학" 에 익숙해지는 것.


<이별의 김포공항> 나고 자란 땅을 떠난다는 건 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가는 것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오딧세우스의 귀향 이야기에 자꾸만 눈이 쏠리는 요즘이다. 집으로.. 라는 말은 사람을 얼마나 센치하게 만드는지..


<닮은 방들> 지겨운 일상. 고만고만한 삶. 그 속에 피어니는 권태.. 하여 일탈을 소망한다.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잘살아 보세' 가 지상명령이 되어버린 시대. 부끄러움이라는 아름다움이 사라져버린 시대..


<재수굿> 풍족함 속에 피어나는 따뜻한 웃음, 자유로움, 넉넉함, 여유롭고 관대한 태도, 우아한 미소.. 하지만 그 안에 깃들인 천박한 욕망. 연못 위에 떠 있는 우아한 백조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경망스런 발장구가 있으니..


<카메라와 워커> 무난한 삶을 향하여! 그러나 그런 건 없어. 그걸 깨닫게 되는 순간, 후회...아니 혼란이 덮쳐온다.


<도둑맞은 가난>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더니 부자들은 가난을 체험삼아 살아보는구나. 이력서에 경력 하나 덧붙이듯, 여행가서 고생해본 이야깃 거리 만들어보듯, 그들은 가난도 체험을 해보는구나.. 이는 가난을 온 몸으로 살아가는 자들에 대한 모욕이다. 타인의 힘겨운 삶을 한때의 경험으로 치부하는 자들에 대한 역겨움에 대한 이야기.


<서글픈 순방> 셋방살이의 설움.


<어느 시시한 사내의 이야기> 삶에 찌든 사람들, 굴욕감에 허우적대는 패배자들, 떠나는 자들, 겁쟁이들, 알 수 없는 서러움을 품은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우울하다. 우울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단편집에서 유독 '어느 시시한 사내의 이야기'편 은 진취적이다. 권선징악이라는 뻔한 구도가 이리도 통쾌한 것이더냐..


"나는 또다시 그놈의 지긋지긋한 멀리를 느낀 것이다. 그러나 도피하고 굴종해야 할 것으로 느낀 게 아니라 맞서고 감당하고 극복해야 할 것으로서 느꼈다. 그러기 위해 나는 사람 속에 도사린 끝없는 탐욕과 악의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다. 옳지 못할수록 당당하게 군림하는 것들의 본질을 알아내야겠다. 그것들의 비밀인 허구와 허약을 노출시켜야겠다. 설사 그것을 알아냄으로써 인생에 절망하는 한이 있더라고 멀미일랑 다시는 말아야겠다. 다시는 비겁하지는 말아야겠다. 라디오에선 장마라 곧 개리라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낭랑하다." -어느 시시한 사내의 이야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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