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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왕기상 11장 : 솔로몬 시대의 반역자들 열왕기상 11장의 전반부는 솔로몬의 우상숭배가, 후반부는 솔로몬 시대의 반역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배치되어있다. 일부러 이렇게 배치해놓은 것이다. 반역자들이 나타난 것은 솔로몬 잘못이라는 것이다. 여튼 반란자 각각의 인물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하닷 때는 다윗이 에돔과 전투를 벌이던 시절. 이때 다윗의 군대 장관 요압은 6개월간 에돔에 주둔하며 에돔 남자 모두를 학살한다. 왕족이었던 하닷은 당시 어린 나이였는데 에돔의 신하들과 함께 미디안과 파란을 거쳐 이집트로 피난 간다.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다. 다행히도 이집트 파라오는 이들에게 집과 땅을 주어 정착을 돕는다. 나중에는 하닷의 처제가 파라오와 결혼하여 이집트 왕실의 외척이 되고, 하닷의 자식들은 이집트 왕자들과 어울려 자란다. 하닷은 이집트 .. 2017. 5. 28.
영왕기상 5장~10장 : 건설왕 솔로몬 지혜의 왕으로 유명한 솔로몬이지만, 건설왕이라는 다른 닉네임을 붙여줘도 무방할 정도로 그의 건설 사랑은 대단하다. 성전 건축에만 7년, 자기 궁전 건축에 13년, 도합 20년 동안 거대 건설 사업에 매진하였고, 이후에도 도시와 성벽 건설 사업을 끊임없이 했다. 여기에 투입된 인력과 비용이 참으로 막대했는데, 그걸 다 감당할 수 있었던 건 그의 왕국 주력 산업이 농업이 아니라, 무역업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솔로몬이 건설만이 아니라 배 건조에도 힘썼다는 점, 솔로몬 시대엔 주변국들과의 전쟁 이야기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 대신 주변국들과의 우호적 관계가 두드러지게 기술되어 있는 점으로 볼 때, 그의 왕국이 무역으로 먹고 살았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솔로몬이 이집트 파라오 딸과 결혼한 것 역시 같은 .. 2017. 5. 24.
열왕기상 2장~4장 : 솔로몬의 등극 드디어 숙청당하는 요압 다윗은 이제 죽을 때가 되어 솔로몬에게 요압과 시므이를 죽이라는 유언을 남긴다. 요압은 군 최고 실세로 다윗을 옹립하고,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둔 일등 개국 공신이다. 이처럼 다윗과 평생을 함께해왔지만, 이 둘의 관계는 동지 관계가 아니라 이익을 주고받는 동업자 관계다. 다윗은 요압을 필요로하긴 했지만, 요압을 짜증스러워했고, 틈만 나면 요압을 숙청하려 했다. 하지만 끝끝내 다윗 생전에는 숙청 못했다. "내가(다윗) 기름 부음 받은 왕이 되었으나 오늘날 약하여서 스루야의 아들인 이 사람들(요압과 그 형제들) 을 제어하기가 너무 어려우니 여호와는 악행 한 자에게 그 악한대로 갚으실찌로다" 다윗은 저렇게 대놓고 요압과 그 집안 식구들을 저주할 정도였다. 요압은 다윗의 면전에서 대거.. 2017. 5. 23.
열왕기상 1장 : 아도니야, 제2차 왕자의 난 다윗은 이제 늙어서 이불을 덮어도 몸이 시린 나이가 되었다. 이때 다윗의 아들 중 하나인 아도니야가 치고 나온다. 제사장 사독과 군실세 요압의 (다윗과 사이가 좋지 않으면서도 파트너십을 계속 유지했던 그 요압) 지원을 받아 다른 형제들을 불러 모아 거하게 잔치를 벌인다. 이 잔치에서 아도니아는 자신이 왕위 계승자임을 천명한다. 이때 제사장 나단은 재빠르게 움직인다. 나단은 밧세바 (다윗과 불륜을 벌인 우리야 장군의 그 아내였던 그 밧세바) 에게 달려가 솔로몬을 왕위 계승자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계책을 낸다. 밧세바가 다윗 앞에 가서 '솔로몬을 다음 왕으로 지명해 달라, 그렇지 않으면 우린 다 죽는다' 고 하면, 다윗이 솔로몬을 왕위 계승자로 지목할 테니, 그 순간 나단이 등장해서 왕의 말을 컨펌하겠다는 것.. 2017. 5. 21.
아멜리 노통브 <생명의 한 형태, 2010> "모든 작가들 안에는 사기꾼 한 명씩 들어앉아 있어요." 아멜리 노통브가 생각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란 혐오스러운 뚱보이고, 세상과 단절한 자이고, 자기 안에 갇힌 자이며, 거짓말쟁이다. 왜 이 뚱보(자아 비대증 환자)는 거짓말이라는 열정에 사로잡혀 글을 쓰는가.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맬빈은 부모님 정비소 한 구석탱이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갇혀있는 것이다. 그는 탈출을 꿈꾼다. 그 탈출은 작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시작된다. 맬빈은 작가, 즉 문학을 향해 글을 바쳤던 것이다.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고, 작품에 대한 자기 나름의 평을 끄적거리고, 자신의 느낌을 쓰다가,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고, 한탄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하는 바로 그 순서다. 여튼 맬빈은 한참 그러다가 자신의 초라한 모.. 2017. 3. 11.
아가사 크리스티 <인생의 양식, 1930> 음악과 예술, 그리고 천재성에 대한 이야기다. 무겁고 탁한 소재인데, 이 소설은 어딘가 모르게 가볍다. 인물 묘사도 겉도는 느낌이다. 성공 가도를 달리는 세바스찬, 언제나 패자들 편에 서 있는 조, 엘리트 코스를 밟다가 음악에 미치는 버넌이 주요 등장 인물이다. 다들 개성 넘칠 듯한 인물인데, 어딘가 김빠진 느낌이다. 되려 주변 인물들이 생동감 있다. 버넌의 엄마인 마이어와 넬 엄마의 계산속과 이기심, 자식을 쥐고 흔들려는 태도는 정확한 필치로 그려냈다. 이들은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주부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이 계층 여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잘 묘사하는 듯하다. 에서도 중산층 가정주부의 자기 기만적 삶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무엇보다 주인공 버넌에게 별 공감이 안 간다. 그는 유서 깊은 가문에서 태어난 남.. 2017. 3. 4.
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1995> 1. 에서 작가는 소극적으로나마 모친살해를 한다. 정신의 탯줄을 끊어낸 것이다. 신화적이다. 에서도 작가는 엄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여러 번 드러낸다. 그런데 나목에서 보여준 한결같은 증오심과는 달리 애증이다. 엄마를 어이없어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벗어나고 싶어 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하고... "아아, 지겨운 엄마, 영원한 악몽." 이라는 한숨이 엄마에 대한 모든 감정을 요약한다. 어휴.. 엄마란, 참.. 이런 느낌이다. 날 선 감정은 털어낸 것이다. 나목이라는 소설, 즉 상상 속에서 엄마의 죽음을 만들어냄으로써 이뤄낸 것이다. 우리는 상상 속에서나마 감정의 찌꺼기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붙들려 있지 않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성.. 2017. 2. 27.
박완서 <나목, 1970>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나는 그가 필요해" 엄마는 일상이다. 옥희도는 예술이다. 옥희도의 아내는 아름다움이며, 조는 관능이다. 경이는 일상(엄마)을 증오한다. 예술(옥희도)을 소망하고, 관능(조)을 바래보고, 아름다움(옥희도의 아내)을 사랑한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옥희도라는 남자가 아니라, 예술이다. 그녀는 예술이 필요하다. 회색빛 엄마, 미래를 꿈꾸지 않는 엄마, 현재를 살지 않는 엄마, 과거에 붙들려 있는 엄마, 마지못해 죽지 못해 산다는 식의 엄마. 그리고 지긋지긋한 일상이 있는 고가.. 그녀는 탈출하고 싶다. 탈출해야 한다. 이 죽어버린 집으로부터, 과거로부터, 일상으로부터, 그리고 엄마로부터... 경이는 과거의 엄마를 사랑했다. 생기 넘치는 오빠들과 흐뭇한 미소로 자식들을 바라보는 엄마. 이 .. 2017. 2. 23.
도스또예프스끼 <네또츠까 네즈바노바, 1849> 이 소설을 한 줄로 요약하면 네또츠까라는 소녀의 성장이다. 이야기는 삼부로 전개된다. 첫 번째 부분은 한때 천재성을 가졌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자꾸만 뒷걸음쳐서, 결국 그 천재성을 상실해버린 어느 바이올리니스트의 광기와 절망, 그리고 파멸을 네또츠까라는 8세 소녀의 눈으로 묘사한다. (이 바이올리니스트는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 다운그레이드 버젼같다. 스트릭랜드는 몸과 마음을 불사르며 경계의 끝까지 자신을 몰아가는데, 이 바이올리니스트는 중요한 고비마다 주저주저함) 두 번째 부분은 고아가 된 네또츠까가 공작 집에 들어가 살면서 지내는 이야기다. 그 집 딸인, 철부지 동갑내기 소녀와 소소하게 갈등하고 아기자기하게 질투하다 절친되는 내용. 세 번째 부분은 공작과 그의 어린 딸이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면서,.. 2017. 2. 17.
할머니의 먼 집(2015) : 내 영혼의 휴식처 영화가 시작된지 5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울컥한다. 딱봐도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연기파 배우들이 그려내는 감동 스토리도 아니다. 보나마나 지루한 다큐영화일 것이다. 그런데 감정이 크게 동한다. 영화를 본 것이 아니라 나를 보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것은 나를 읽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것은 나를 보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감정이 코너에 몰리고, 스트레스 수치가 감당 못할 수준이 될 때면, 갑자기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나곤 했다. 서로 용돈 주려하고, 서로 안 받으려하고, 몰래 가방에 숨겨 넣어주고.. 어릴적 잠든 내 손등을 쓰다듬던 까슬까슬한 할머니의 손. 자고 있지 않았으나, 그 느낌이 좋아 자는 척 했던 기억... 할머니와 손주 사이의 감정은 대체로 단순하다. 책임과 의무가 별로 얽혀있지 않기 .. 2017.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