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 <생명의 한 형태, 2010>
"모든 작가들 안에는 사기꾼 한 명씩 들어앉아 있어요." 아멜리 노통브가 생각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란 혐오스러운 뚱보이고, 세상과 단절한 자이고, 자기 안에 갇힌 자이며, 거짓말쟁이다. 왜 이 뚱보(자아 비대증 환자)는 거짓말이라는 열정에 사로잡혀 글을 쓰는가. 탈출하고 싶기 때문이다. 맬빈은 부모님 정비소 한 구석탱이에 갇혀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갇혀있는 것이다. 그는 탈출을 꿈꾼다. 그 탈출은 작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시작된다. 맬빈은 작가, 즉 문학을 향해 글을 바쳤던 것이다.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고, 작품에 대한 자기 나름의 평을 끄적거리고, 자신의 느낌을 쓰다가,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고, 한탄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하는 바로 그 순서다. 여튼 맬빈은 한참 그러다가 자신의 초라한 모..
2017. 3. 11.
박완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1995>
1. 에서 작가는 소극적으로나마 모친살해를 한다. 정신의 탯줄을 끊어낸 것이다. 신화적이다. 에서도 작가는 엄마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여러 번 드러낸다. 그런데 나목에서 보여준 한결같은 증오심과는 달리 애증이다. 엄마를 어이없어하기도 하고, 부담스러워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고, 벗어나고 싶어 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하고... "아아, 지겨운 엄마, 영원한 악몽." 이라는 한숨이 엄마에 대한 모든 감정을 요약한다. 어휴.. 엄마란, 참.. 이런 느낌이다. 날 선 감정은 털어낸 것이다. 나목이라는 소설, 즉 상상 속에서 엄마의 죽음을 만들어냄으로써 이뤄낸 것이다. 우리는 상상 속에서나마 감정의 찌꺼기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 붙들려 있지 않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성..
2017. 2. 27.
박완서 <나목, 1970>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나는 그가 필요해" 엄마는 일상이다. 옥희도는 예술이다. 옥희도의 아내는 아름다움이며, 조는 관능이다. 경이는 일상(엄마)을 증오한다. 예술(옥희도)을 소망하고, 관능(조)을 바래보고, 아름다움(옥희도의 아내)을 사랑한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옥희도라는 남자가 아니라, 예술이다. 그녀는 예술이 필요하다. 회색빛 엄마, 미래를 꿈꾸지 않는 엄마, 현재를 살지 않는 엄마, 과거에 붙들려 있는 엄마, 마지못해 죽지 못해 산다는 식의 엄마. 그리고 지긋지긋한 일상이 있는 고가.. 그녀는 탈출하고 싶다. 탈출해야 한다. 이 죽어버린 집으로부터, 과거로부터, 일상으로부터, 그리고 엄마로부터... 경이는 과거의 엄마를 사랑했다. 생기 넘치는 오빠들과 흐뭇한 미소로 자식들을 바라보는 엄마. 이 ..
2017. 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