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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기타미드

The Middle 1-4 The Trip : 자기 밥그릇 똑바로 챙기는 게 정의다.

by R.H. 2009. 11. 10.


 
"It's not worth the fight." [상대할 가치가 없어. 싸워서 뭐해.]
많이 들어 본 말인가? 아니면, 많이 해 본 말인가? 여튼,


세상에는 정말로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도 있고, 무시가 상책인 경우도 있다. 상대가 말이 아니라, 어거지와 악다구니만 계속 쓴다면, 말 섞어봤자 내 입만 아픈 것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고 하는 거다. 하지만, 자신의 패배를 변명하기 위해 이 말을 하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지는 것에 익숙한 자의 자기 변명 말이다.


둘째 딸 수(Sue) 는 뭣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애다. 게다가 존재감조차 없다. 그런데 웬일이래?? 이런 어리버리한 애가 세일즈 감은 있나 보다. 덕분에 4박 일정의 무료 단체 여행을 갈 것 같은데... 무슨 절차 상 오류가 났는지, 이 명단에 수가 없다. 이때 그녀가 하는 말, "싸워봤자 뭔 소용"

이를 들은 엄마는 딸아이를 독려한다.
"You gotta stand up and fight for what's yours." [당당히 맞서서 네 몫을 지켜야 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자신의 몫을 챙기는 사람을 향해 우리는 종종 자기 밥 그릇 챙기는 사람이라는 비아냥을 보내곤 한다. 이게 왜 비난 받을 일인가? 자기 밥 그릇 챙기는 게 죄라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게 죄라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눈을 부릅뜨는 게 죄라고? 진짜 죄는 자기 밥 그릇을 챙기기 위해서 규칙(법)을 어기고, 타인을 망가뜨리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게 비난 받아야 하는 일이다.
 

게다가 자기 밥그릇에 초연한 사람을 대인배 취급하기까지 한다. 이건 우리가 그간 집단주의를 소중히 하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자기 몫을 챙기는 사람을 이기적으로 여기고, 집단 이익을 해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희생한 몫이 어디로 갔는가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모조리 챙겨간 거지.. 한마디로 당한 거다. 자기 몫을 빼앗기고도 웃으라고 교육받은 것이고, 불의에 침묵할 것을 강요받은 것이다. 그러니 어설프게 착한 척 하지 마라. 착할 수 있는 것은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니..
 

자기 몫을 부당하게 빼앗겼는데도 허허 하고 웃는 건, 대인배가 아니라 바보다. 패배자의 헛웃음일 뿐이다. 그리고 싸워서 뭐하냐는 식의 말은 안쓰러운 자기 위로인 것이다. 그러니 정당하게 자기 밥 그릇을 챙기는 사람을 손가락질 하지 마라. 자기 몫을 제대로 챙기는 거야 말로 정의니까.


그나저나 딸아이의 안티는 알고 보니 엄마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