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드리뷰/기타미드

엔젤 (Angel) : 내 안의 야만을 부끄러워하는 게 인간

by R.H. 2009. 8. 20.

 

최초 작성일 2009-06-04 19:17:06

 

이 드라마는 냉혈한이었던 벰파이어 엔젤이 집시의 저주로 인간 영혼을 갖게 되어, 자신이 그간 저질렀던 악행을 괴로워하고, 속죄의 의미로 자신과 같은 벰파이어들을 처단하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엔젤이 자신의 이름처럼 천사는 아니다. 그는 여전히 벰파이어고, 피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벰파이어 본능을 억제하려 안간힘 쓰면서, 자신과 같은 종족인 벰파이어를 처단한다. 이 드라마에서 벰파이어들은 평소에는 인간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약한 자의 피를 빨아먹을 때는 일그러진 야수의 얼굴로 변한다. 그리고 엔젤 역시 피를 보고 자극을 받으면 얼굴이 일그러진 괴물이 된다.

 
남의 피를 빨아 먹고 사는 벰파이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도 저같은 사악한 벰파이어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겉보기에는 우리와 같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자신의 사악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추악한 괴물이 되어 힘없는 자들의 등골을 빼먹고, 가차없이 살인하는 자들. 그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 인간 사이에 숨어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사납고 추한 그들의 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지독하게 추한 그들. 부끄러움도, 죄책감도 모르는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벰파이어들처럼 그들의 본래 모습은 괴물이다.

 
내 안의 야만성을 부끄러워 하는 인간

 
주인공인 엔젤 역시 벰파이어다. 그 역시 피에 대한 갈증이 있다. 허나, 그가 다른 벰파이어들과 다른 점은 그 갈증을 억제하고, 사악한 벰파이어들을 처단하며, 힘없는 자들을 위험에서 구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벰파이어들이 추한 야수의 얼굴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는 것과 달리, 엔젤은 자신의 얼굴이 야수로 변하면, 괴로워하며 자책한다. 자신 안에 숨어있는 야만의 본능이 튀어나오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그가 인간의 영혼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모두에게는 저들과 같은 추한 야만성이 잠재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다. 약한 자들의 피를 빨아먹고, 죽음으로 내몰면서도, 자신의 추한 야만성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저 더러운 벰파이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엔젤처럼 내 안의 야만성을 가둬두기 위해 노력하고, 사악한 벰파이어들을 처단하며, 힘없는 사람들을 돕는 제대로 된 인간이 될 것인가.

 
물론, 저 더럽고 사악한 무리들은 인간다워지고자 노력하는 우리를 향해 조롱을 보낼 것이다. "깨끗한 척 하지 마라." "도덕군자 흉내내지 마라." "너도 남의 피를 빨아 먹고 살고 싶지 않느냐. 위선자 같으니라고." 이런 식의 조롱으로 그들은 자신의 추함과 사악함을 합리화하고, 인간다워지고자 노력하는 엔젤과 같은 우리를 욕보이려 한다.


2009년을 장악하고 있는 저들, 부자를 위한 감세를 하고, 최저임금은 깎는 저들. 국민의 머리통을 곤봉으로 찍어 내리는 저들. 가해자이면서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용서와 화해라는 단어 먼저 들이미는 몰염치와 뻔뻔스러움을 가진 저들. 힘없는 자들의 피를 쪽쪽 빨아먹으면서 자신의 야만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저 벰파이어들. 허나, 벰파이어들이 활개를 치고 다니는 이 어둠의 시간은 반드시 물러가게 되어 있으니, 우리는 빛의 시간을 기다며, 너희들을 노려보고 있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