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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기타미드

프린지 (Fringe) 3-4

by R.H. 2010. 10. 17.



<주의 ! 스포일러>

일련의 자연현상에서 벗어난 기괴한 사건 조사에서 시작된 프린지는 어느 순간부터 평행이론이 핵심이 되었고, 이 쪽 세계와 비슷하면서 살짝 다른 저 쪽 세계와의 전쟁이 전면에 부각 되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좀 불만이긴 하다. 자연질서를 바꾸고, 신에 도전하는 과학.. 뭐 그런 컨셉이줄 알았는데, 쩝. 여튼) 그런데 저 쪽 세계와의 충돌이 시작되면서 이 세계는 옳고, 저 세계는 악한으로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뭐 드라마 상으로도 저쪽 인물들이 좀 더 강경하고 무자비하게 보여지는 건 사실다.


하지만 과연 이 세계가 마냥 옳고, 저 세계가 악랄하기만 한게 사실일까? 평행우주간 전쟁이 시작된 건 사실 이쪽 세계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쪽의 비숍박사가 어린 피터를 납치한 사건이 그 발단인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유아납치라는 끔찍한 범죄 아닌가. 


그런데 우리는 왜 이 쪽 세계가  옳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것은 우리 역시 이 세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세계는 우리의 세계이기에 당연히 우리가 착한 편이고, 전쟁에서 이겨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게다가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이 세계의 비숍부자와 던햄요원을 계속 지켜봤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들을 이해하고, 동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비숍박사가 저지른 유아납치조차도 크게 문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왜냐면 비숍박사의 변을 이미 들었기에.. 

이번 에피에서 피터는 건너편 테이블의 늙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데이트를 바라보며 이런 말을 한다.

We all draw our moral lines in the sand. And unless you can put yourself in another man's shoes, I don't think you can really judge their situation.

우리의 도덕 기준이라는 게 실은 모래위에 그어진 것과 같다. 당사자의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상황을 함부로 단정지을 수 없는거다... 뭐 대충 이런 뜻인데,


우리는 저런 데이트를 목격하면 바로 판단들어간다. 늙은 남자는 여자에 환장한 주책이고, 젊은 여자는 돈에 환장한 된장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들은 진짜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니 그들이 열렬히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피터의 말처럼 그들은 서로가 원하는 것을 그저 맞교환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비도덕인지 아닌지는 매우 모호하다. 여자가 미성년자인 것도 아니고, 남자가 여자를 강압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저 여자의 속내가 뭔지도 사실 모르는 것이고.. 그런데 우리는 섯불리 판단부터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타인의 상황을 정확히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침묵하는 것이 최선의 예의인 경우도 있는 것이다.


다시 드라마로 돌아와서.. 이쪽 세계의 상황은 드라마가 계속 설명해주었지만,  저 세계가 처한 상황은 아직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니까 드라마에서 우리는 저 세계 사람들의 상황을 사실 잘 모르는데, 막연히 저쪽 세계 애들은 나쁜 놈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 상황이 생사가 달린만큼 절박하고 궁지에 몰린 거 일 수도 있다. 대충 분위기로 봐서도 저쪽 환경이 매우 척박한게 맞는 거 같긴하다. 즉, 우리는 저들의 사정을 자세히 알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나쁜쪽이라고 생각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 쪽과 저 쪽간의 전쟁은 과연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까? J.J. 아브라함스가 로스트에서 보여준 캐릭터 설명방식 즉, 겉보기엔 찌질하고, 이기적이고, 때론 악랄한 그들이지만, 그들의 사정을 자세히 알고 나면, 이해하게 되는 뭐 그런 전개방식을 생각해 볼때, 평행우주간에 시작된 전쟁이 한쪽이 파멸하는 쪽으로 마무리되기보다는 공존을 모색하는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뭐, 재미도 인기도 그닥인지라 시즌이 계속 이어질지는 매우 의문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