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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기타미드

화이트 칼라 (White Collar) 첫 회 : 허영심

by R.H. 2009. 11. 18.


 
<스포일러 주의 : 범인 적혀 있음>

 
교도소에 수감 중인 지능범 닐 카프리가 교도소 밖에서 생활하는 댓가로 FBI 요원 찰리에 협조하는 이야기다. 영화 "Catch me if you can" 드라마 판 느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화이트 칼라 범죄를 다루는 드라마. 따라서 살인 강도 강간 폭행 등이 주를 이루는 피 튀기는 수사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보기 좋을 듯. 하지만 개인적인 첫 회 소감은 그냥 저냥. 보면 보고, 말면 마는 정도. 여튼,
 
  
1944년에 발행된 수십 장의 스페인 채권. 도서관에 보관된 한 장의 채권을 제외한 나머지 채권의 행방은 아무도 모른다. 범인은 이 행방이 묘연한 채권을 위조하여 현금화 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 범인을 잡게 된 단서가 무엇인고 하니... 바로 채권 상단에 그려져 있는 고야의 그림에 자신의 이니셜인 C.H. 를 몰래 박아 놓은 것 때문이다.

 
그는 화가이자 미술품 복원 전문가인데, 복원 분야에서 최고다. 하지만 자신의 창작 작품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는 창작에는 소질이 없지만, 남의 작품을 완벽하게 분석해서 복원하는 능력은 탁월한 것이다. 그리고 이 분석, 복원 능력은 그에게 큰 부를 가져다 준다. 그는 자신의 전세 비행기를 가지고 있고, 해외에 쌓아 둔 자산은 엄청나다. 그가 이런 큰 부를 이룬 것은 불법으로 한 것이 아니다. 남의 작품을 완벽히 분석하고 복원하는 그의 능력 덕분이다. 그가 창작 능력을 탐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분석 능력으로 평생 잘 먹고 잘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허영심이 이것을 망칭다.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 말이다. 실명을 작품에 남기고 싶은 욕망, 서명하고 싶은 욕망... 그는 자신이 작업하는 복원 작품에 보일 듯 말 듯한 서명을 해둔다. 창작을 하지 못하는, 즉 남의 것을 분석 할 수 있는 능력만 가진 자의 비애다.

 
그가 채권에 비밀 싸인을 하지 않았다면, 꼬리가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분명하다. 하지만 돈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바로 인간의 끝없는 허영심이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어하는 허영의 불씨를 확실히 끄지 못했다.

 
사실 창작만 한 예술가치고 부자인 경우는 거의 없다. 해서, 가지고 싶은 것을 확실히 해 둬야 한다. 가난한 창조자? 부유한 분석, 복원가? 범인은 욕심이 지나쳤다. 창조자만에게 허락된 작품 서명도 하고 싶고, 돈도 가지고 싶었으니...

 
P.S. 내가 범인이라면, 1944년에 인쇄된 동일 재질의 종이를 미국으로 들여오기 위해 수백 권의 책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오지 않았을 듯. 그 종이만 잘라서 모아 오면 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