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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카니발

Carnivale 2-9 Lincoln Highway : 감정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는 법

by R.H. 2009. 8. 14.
<주의! 스포일러>
 
 
노만 목사, 분노(감정) 로 불의에 맞서다.
 
노만 목사는 저스틴의 진짜 모습을 안다. 저스틴의 사악함, 악랄함, 음란함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저스틴의 진짜 모습을 모른다. 대중들은 방송에서 흘러 나오는 그의 영웅담과 뻔지르르한 라디오 연설에 눈이 멀고, 귀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저스틴의 가짜 모습에 열광하고,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저스틴은 정치 권력에 성큼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거짓 입술을 가진 추악한 위선자 저스틴의 세력 확장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노만 목사는 지금 사지가 마비되어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권총. 노만은 죽을 힘을 다해 권총을 손에 넣고는 방아쇠를 당겼다.
 
하지만, 실패다. 실패한 것만이 아니라,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저스틴은 더 큰 여론의 힘을 얻는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신 나간 노인네의 테러를 너그럽게 용서하고 감싸는 저스틴의 모습만 보일 테니, 이 사건은 되려 저스틴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장시켜 주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악의 세력 저스틴은 냉철한 머리를 가진 전략가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서 나오는 힘에 더해, 저스틴의 능력에 기대고자 몰려드는 사람들의 힘을 더하면서 주변에 견고한 방어벽을 만들고 있다. 즉, 저스틴은 이제 하나의 시스템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선한 목자 노만은 자신의 몸조차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약한 개인에 불과하다.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시스템을 상대하는 개인은 필연적으로 불법적 폭력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노만의 암살 시도는 비록 그 의도가 올바른 것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불법이다. 그리하여, 그는 피가 날 정도로 몰매를 맞고 바닥에 내쳐진다.
 
노만은 자신을 조롱하고, 악의 세력을 견고히 확장해나가는 저스틴의 모습에 분노했기에 테러를 감행한다. 노만이 감행한 테러는 정의를 회복하고자 하는 용기 있는 행동이지만, 차가운 머리에서 나온 전략적 행위가 아닌 분노의 감정에서 비롯된 즉흥적 행위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하다. 되려, 저스틴의 세력을 불려주는데 일조만 하고 말았다. 분노의 감정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이리스, 전략(이성)으로 불의에 맞서다.
 
그런데, 저스틴의 누이인 아이리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녀는 저스틴의 출생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측근 가운데 측근이다. 그런데 그녀가 노만에게 말한다. 때를 기다리고. 언젠가는 저스틴의 진짜 모습을 세상에 드러낼 때가 올 거라고.
 
저스틴을 위해 교회를 불지르고, 살인마저 했던 아이리스. 지금까지 보여 준 그녀의 위험한 행동들은 단칼에 저스틴을 베어낼 순간을 포착하기 위한 위장 행위였단 말인가? 노만 목사가 저스틴으로 대변되는 악을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과 달리, 아이리스는 이성적인 전략을 짜고 있는 듯하다.
(카니발이 2시즌으로 조기 종결되어 이후의 이야기는 영영 알 길이 없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