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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카니발

Carnivale 2-8 Outskirts Damascus,NE : 세대 교체

by R.H. 2009. 8. 14.

<주의! 강력 스포일러>


"When I killed him, everything he was, everything he knew, everything he believed, he gave it to me. He knew that was the only chance I had against User."    내가(벤자민) 그를(매니져) 죽이면, 그가 아는 모든 것과 그가 믿는 모든 것, 그 자신의 모든 것을 나에게 주는 겁니다. 그는 알았어요. 그것만이 내가 '안내자' 를 대적할 수 있다는 걸. 

 
구세대 살인을 통한 세대 교체
 
매니져는 보이지 않는 커튼 뒤에서 카니발을 운영하는 절대 권력자다. 하지만, 카니발 사람들 가운데 매니져를 실제로 본 경우는 별로 없다. 그래서 그들은 매니져의 존재에 대해 의심을 품기도 하지만, 매니져의 지시라면 절대 복종한다. "매니지먼트의 지시" 라는 말 한마디만면, 궁시렁대던 카니발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그런데, 나약한 소년 벤자민이 그를 단검 하나로 찔러 죽였다.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진 매니져를 단검 하나로.
 
벤자민이 말하길, 이 모든 것은 매니져가 판을 짠 거대한 게임의 마지막 퍼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매니저 역시 퍼즐의 일부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매니저는 벤자민의 손에 죽기를 원했다는 말이다. 그럼으로써, 매니져가 가진 거대한 능력을 벤에게 전수할 수 있고, 악의 핵심 축인 저스틴을 대적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벤자민이 매니져를 죽여야 하는가. 매니져가 자신의 능력을 벤자민에게 곱게 물려주고 은둔자로 계속 삶을 살아도 되지 않은가. 왜 살인이라는 무시무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나중에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벤자민의 아버지는 저스틴 크로우에게 살해당한다. 즉, 벤은 저스틴의 아버지를 죽이고, 저스틴은 벤의 아버지를 죽이는 형국으로, 이것은 일종의 간접 부계살인이라는 말이다. 부계살인에 대한 이야기는 미국 드라마 '로스트' 를 중심으로 엉성하게나마 포스트를 쓰고 있는 관계로 여기서는 생략. (관련 포스트
로스트 3-19 과거청산 )
 
여하튼, 아들 세대가 아버지 세대를 살해함으로써, 아버지 세대가 가진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는 설정이다. 즉, 과거 세대의 권력을 전수받기 위해서는 부계살해의 과정이 필수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겉으로 보기에는 벤자민이 매니져를 죽인 것이지만, 사실은 매니져가 벤자민의 손에 죽기를 바래서 판을 셋업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버지 세대는 아들 세대들이 자신들을 뛰어 넘기 바란다는 말인데, 이 역시도 로스트에서 허술하게나마 하고 있는 중이므로 생략.(
로스트 마지막 회 : 네 안의 신을 죽여라 )
 

벤자민, 어른이 되다.

 
매니져(과거 세대) 를 죽인 뒤, 벤자민(다음 세대) 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진다. 그는 어딘가 모르게 결연해 보이고, 굳세어 보인다. 이전의 그는 '선택' 이라는 힘겨운 상황 앞에서 쩔쩔매고 도망치고 싶어했던 여린 소년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매니져를 죽인 뒤부터는 더 이상 '선택' 앞에서 우물쭈물하지 않는다. 그는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성장의 문턱을 넘는 핵심은 바로 아버지(과거 세대)로 대변되는 매니져를 죽이는 것이었다. 이것은 벤자민만 거쳐야 하는 성장 코스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 다음 세대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스런 성장 코스이다.


P.S  드라마에서 악의 화신 저스틴 크로우를 "Usher" 라고 하는데, 이는 요한계시록에서 진짜 메시아 이전에 오는 거짓 선지자를 표현하는 듯하다. Usher 는 '안내자',  결혼식의 '들러리', 혹은 왕이 행차할 때 앞에서 길 안내를 하는 사람 등을 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즉, 진짜 '왕' (벤자민) 이 세상에 출현하기 전에, 진짜 행세를 하는 가짜(저스틴) 라는 말이다. 저스틴이 애초에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영웅으로 알려지지만, 실제의 그는 사악하고 음흉한 목적을 숨긴 인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