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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카니발

Carnivale 2-4 Old Cherry Blossom Road

by R.H. 2009. 8. 14.
There is a dark lie festering in the heart of our nation today. Our founding fathers articulated the inalienable rights of every true American Liberty,  Equality. And the right to pursue happiness. And yet, somewhere along the way we lost those glorious truths.
 
오늘날 우리 나라의 한 가운데는 음흉한 거짓말이 지겹게도 널려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모든 미국인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들을 명확히 해 두었습니다. 자유, 평등, 그리고 행복 추구권. 그런데, 근자에 들에 우리는 이러한 영광스런 가치들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파시스트 저스틴 크로우,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하다.
 
이 얼마나 지당한 발언인가. 도처에 퍼져있는 거짓들, 자유와 평등, 그리고 행복추구권이라는 잃어만 가는 가치들. 그런데, 어이없게도 이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저스틴 크로우다. 그가 바로 거짓을 퍼트리는 자이고, 위에서 말한 소중한 가치들을 강탈하는 극렬 파시스트다.
 
저스틴 크로우가 바보여서 자신과 모순되는 말들을 널어놓는 게 아니다. 그가 자아분열을 일으키는 정신병자여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그는 대중의 심리를 꿔 뚫어 볼 줄 아는 매우 영리한 사람이다. 저스틴은 라디오 연설에서 끊임없이, 잃어버린 가치와 번영, 그리고 영광을 되찾자고 외친다. 그리고 그의 연설을 듣는 대중은 대부분 무언가를 잃어버린, 혹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지 못한 사회의 낙오자, 소외자들이다. 저스틴은 막연히 무언가를 빼앗겼다고 느끼는 그들의 박탈 심리를 자극하고, 그들의 분노를 돋군다. 그리고, 그 분노의 화살을 특정한 인물이나 집단에게 집중시킨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저스틴은 더욱 공고한 거대 조직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자아를 포기한 영혼이 없는 과잉 충성론자들 역시 얻게 될 것이다.
 
그는 쉴 새 없이 라디오 방송에서 마이크를 잡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연설하고, 특정 대상을 지목해서 끈질기게 비난한다. 그는 반복적인 연설을 통해 대중을 세뇌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소중한 가치와 경제적 번영을 빼앗겼다. 그러니, 경제를 망치고 우리의 권리를 강탈한 자들을 자리에서 끌어내어 잃어버린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  이것이 저스틴이 펼치는 논리의 전부다. 단순명료하기 그지없다. 헌데, 단순한 논리의 반복만큼 대중에게 제대로 먹혀 들어가는 게 없는 법이다. (현대 사회의 광고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대중에게 어필한다. 단순명료하고, 강렬한 광고문구를 반복해서 대중에게 들려주는 것.)
 
1930년대 경제공황기에 저스틴과 같은 파시스트들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저스틴이 주도하는 조직에 구름같이 몰려드는 대중은 그가 나누어주는 밥 한 그릇에 감격해 하며, 그가 일으키는 대형 공사와 거기에 들어가는 수많은 돈에 유혹된다. 이것이 과연 1930년대만의 현상이런가...
 
내 피는 그의 피와 상관이 없다.
 
벤자민은 텍사스 잉그람에서 노파(Crone) 를 마주했다. 오! 이 정신 나간 노파, 음산하고 기괴스런 이 눈 먼 노파. 그녀는 바로 벤자민의 할머니다. 벤자민은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할아버지가 KKK 단의 설립자였다는 것이다.

시청자에게는 상당히 의아한 이야기다. 벤자민은 선의 화신이고, 그의 임무는 극우 파시스트 저스틴 크로우에 대항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벤자민 자신의 선조 역시 극우 파시스트인 KKK 단의 창시자였다고? 이 어이없어 보이는 설정이 바로 이 드라마의 최대 장점이다. 왜?
 
벤자민의 할아버지는 저스틴 크로우와 같은 성향의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가  KKK 단장이었다 하여, 벤자민이 파시스트 저스틴을 처단하는 임무를 관두고, 주저앉을 이유는 없다. "너의 조상이 극우 파시스트였으니, 벤자민 너는 파시스트 저스틴 크로우를 처단할 권한이 없다" 고 그 누구도 말할 수 없고, 그런 논리로 벤자민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 벤자민 조부의 피가 더럽다 하여, 그의 피가 더러운 것은 아니다. 그의 조상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하였든, 더러운 죄악을 저질렀든, 벤자민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조상이 이룩한 업적으로 그 자손이 과대평가 받는 것은 온당치 않다. 마찬가지로, 그 조상이 저지른 죄악으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역시 온당치 않다.
 
"네 아비의 성향이 XX였으니, 너도 그와 같은 성향이겠지. 네 피는 그에게서 온 것이니." 라는 초등학생 같은 논리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고, 인생을 망치고, 괴롭혀 왔던가? 이 어리석은 논리로... 헌데, 카니발은 말한다. 이런 헛소리는 집어치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