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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카니발

Carnivale 1-12 The Day That Was the Day : 선택

by R.H. 2009. 8. 13.

 

<주의! 스포일러>

 

Justin Crowe 목사의 라디오 연설 :

The clock is ticking, brothers and sisters, counting down to Armageddon. The worm reveals himself in many guises across this once-great land. From the intellectual elite, cruelly indoctrinating our children with the savage blasphemy of Darwin to the craven Hollywood pagans corrupting them in the darkness of the local Bijou. From the false prophets cowering behind our nation's pulpits to the vile parasites in our banks and boardrooms and the godless politicians growing fat on the misery of their constituents. The signs of the end times are all around us, etched in blood and fire by the left hand of God. You have to open your eyes, brothers and sisters. The truth is that the Devil is here.

형제 자매들이여, 종말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사악한 자들은 한 때 위대했던 이 땅에서 수많은 모습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야만스런 단어로 가득한 다윈을 가르치는 엘리트부터, 물질의 어둠 속에서 자신을 타락시키는 비열한 할리우드의 쾌락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비겁하게 이 나라의 종단 뒤에 숨어있는 거짓 선지자들부터, 은행과 기업 안에 있는 더러운 기생충들과 자신들의 선거구민들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신을 믿지 않는 정치가들에 이르기까지... 종말의 사인은 신의 왼손으로 피와 불로 새겨져 우리 주위에 가득합니다. 여러분은 눈을 떠야 합니다. 진실은 악마가 여기에 있다는 것입니다.

 

악마, 라디오 연설을 하다.

 

다윈을 가르치는 진보적인 엘리트,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예술가들, 자본가와 무신론적인 정치가들. 저스틴 목사는 이들을 통렬하게 비난한다. 이들은 인간의 탈을 쓴 악마들이며, 그들은 우리 주위에 숨어있다고 강조한다. 허나, 진실은 바로 라디오 연설을 하고 있는 저스틴 목사 자신이 악마라는 점이다. 그가 바로 신의 이름을 악용하는 거짓 선지자이고, 대중을 세뇌시켜 호도하는 사악한 지식인이다.

 

이 드라마의 초반에 저스틴 목사는 순수한 열정을 품은 성직자였다. 그는 음탕한 생각만으로도 죄를 짓는 것이라 여겨,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가난하고 소외 받는 이웃을 위해 온 몸을 바쳤다. 이 때 그의 모습은 가식이 아니었다. 그는 신실한 신앙인이었고, 진정성을 가진 그 지역의 리더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는 변한다. 그의 열정의 눈빛은 사악의 눈빛으로 변해버리고, 그의 입술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며, 그의 혀는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리고 자신의 뜻을 거역하는 이는 가차없이 파멸시켜 버린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남다른 자신만의 권능을 이렇게 악용하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Manager 가 벤자민에게 하는 말 :

You must act as a man, not a boy. A boy mends the broken bones of his playmates and resurrects little kittens for his own amusement. This is different. This is a woman's life, a human life. To restore it, you must take a life. with deliberation you must choose the life you take.

소년이 아니라, 한 남자로서 행동해야 해. 소년은 친구의 다친 팔을 고쳐주고,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어린 고양이를 소생시키지. 하지만, 이것은 달라. 이것은 한 여자의 생명, 인간의 생명에 관한 거야. 그 여자를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야 해. 그리고 그 다른 생명은 네가 선택하는 거야.

 

소년,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선택을 배워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사용하는 저스틴 목사를 막을 자는 벤자민 호킨스다. 그런데, 그는 아직도 소년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는 성인이 되어야 한다. 몸만 컸다고,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 되는 첫 관문. 즉,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스스로 하는 선택 말이다.

 

선택이라는 단어의 뒷면에는 책임이라는 단어가 들러 붙어있기에, 우리는 선택을 두려워한다. 책임만큼 감당하기 벅찬 단어가 또 어디에 있던가. 그래서 사회가 어지럽고 힘든 시기에 종종 파시즘이 득세하는데, 이는 사회가 어려울 수록 개인의 선택이 성공의 결과를 가져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실패하고, 그 책임을 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대중은 누군가가 알아서 대신 선택해 주고, 그저 그 명령에만 복종하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권위자의 명령에 따라, 잔인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자행한다. 대중은 자신의 폭력과 야만을 독재자의 명령 속에 책임 전가시켜 버리는 것이다.

 

저스틴 목사가 악의 화신이라면, 벤자민은 선의 화신이다. 저스틴은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기로 이미 선포했다. 게다가 저스틴이 보여준 이전의 모습에 감화된 대중들은 그를 선택하고, 따르기 시작한다. 또한, 그는 라디오 방송국의 전파를 이용해서 자신의 세력을 더욱더 확장하려 한다. 이제 우매한 대중은 점점 더  그의 주위로 몰려들 것이며, 이런 그의 능력에 기대고자 하는 기회주의 정치가들 역시 몰려들 것이다.

 

그런데, 벤자민은 선택자(리더) 가 되는 것을 자꾸만 피하려 든다. 선택이라는 단어에는 '책임' '고뇌' '갈등' '두려움' '망설임' 등등의 힘겨운 단어들이 너무도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는 타인을 희생시키느니, 차라리 자신의 목을 긋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여린 소년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악의 화신 저스틴 목사가 자신의 본성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그의 사악한 날개를 펼치기 시작한 이상, 벤자민은 선택이라는 자신의 숙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된다. 그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선택자가 되는 것은 그의 숙명이다.

 

You must make your choice. I'm so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