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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리뷰

프레지던트 2회

by R.H. 2011. 1. 9.



일단 출생의 비밀이라는 뻔한 설정으로 시청자를 잡아둘 생각은 애초에 없다. 내가 니 애비다, 이후에 벌어지는 뻔하디 뻔한 신파는 더더욱 없다. 과거의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눈물의 호소도 없다. 아니, 되려 장일준은 민기에게 매정하기 그지없다. 민기 엄마는 착하지만 영리한 여자는 아니라는 둥, 갈길이 서로 달랐다는 둥.. 옛사랑을 평생 마음에 품고 살아온 여자를 어리석은 사람 취급해버린다. 장일준이 민기에게 '넌 내게 남겨진 빚' 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그가 민기를 아들로 대하는 게 맞기는 한지 고개가 갸우뚱 거려질 정도다.

이는 민기가 카메라에 담아내는 장일준의 모습을 부자 간의 온정주의로 미화하지 않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온정주의는 커녕 의심과 애증의 눈으로 장일준이라는 인간을 관찰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대통령이 되기 위해 달려가는 한 인간을 결점 하나 없는 영웅으로 미화하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완벽한 중립과 객관은 있을 수 없지만, 한 인간을 묘사하는데 있어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객관적으로 그려내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드라마가 환타지 영웅 스토리가 아니라는 점은 매우 매력적이다. (또한 유민기 PD 라는 이야기 속의 관찰자, 카메라 속의 카메라, 이야기 속의 이야기, 라는 설정도 꽤 흥미롭다.)

포스터 문구처럼 장일준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일지 아닐지는 이제 이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의 몫이다. 성공신화로 포장된 환타지 영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 하면서 동시에 시청자들에 장일준이라는 인물을 설득력있게 그려내는 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2회에서 정치를 혐오하는 걸 쿨한 걸로 착각하는, 그래서 투표하지 않는 게으른 청춘들을 향한 장일준의 호소에 공감이 가는 걸 보면 이 드라마가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든다..


P.S. : 장일준이 청년실업 얘기하면서 젊은이들의 책임을 이야기 할때, '내가 젊었은 땐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거 저거 안 해본거 없거든?' 식의 말이 혹시나 나오는거 아닌지 순간 의심했었음. 내가 이것도 해봤다, 저것도 해봤다, 라는 말 끝마다 내뱉는 지금 이 나라의 수장 덕에 노이로제에 걸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