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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리뷰

네 멋대로 해라 :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by R.H. 2010. 11. 29.


청춘. 뜨거운 여름 태양빛 처럼 강렬하고 화려한 젊음. 수많은 청춘 드라마들은 이 화사한 젊음을 뽀사시한 꿈과 낭만으로 포장하고, 오토바이 따위로 잔뜩 폼을 잡는다. 그런데 네멋은 좀 다르다. 청춘의 이야기답게 생동감 넘치다가도 순식간에 우울해지고, 폼 좀 잡나 싶다가도 금새 구질구질해지고.. 무엇보다도 파릇파릇한 청춘이 회색빛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울고, 짜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는 건 아니다. 네멋은 무거운 이야기를 농담처럼 툭툭 내뱉는 희한한 방식을 구사한다. 하지만 그 농담들이 결코 가벼운 건 아니다. 이런 식이라면 조울증스런 드라마되기 딱이건만.. 그런 건 또 아니다. 이런 걸 리듬이 좋다고 해야하는 건가.. 강약 템포 조절에 능하다고 해야하는 건가.. 참 희한한 일이다.  

"아 그냥 좀 냅 둬. 아직 답 없어. 나한텐.."

세상의 모든 청춘들은 방황하고, 허우적댄다. 삶의 답이 뭔지 몰라 고민하고, 어쩔 줄 몰라한다. 드라마 속 그들 역시 그러하다. 그리고 그들은 삶의 답을 죽음에서 찾는다. 내일 내가 죽는다면, 오늘 당장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저 되는대로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던 복수는 어느날 갑자기 뇌종양에 걸린다. 그는 당황한다. 뭘 해야 할 줄 몰라한다. 이제 여기서부터 복수의 답 찾기는 시작이다.

"아, 어떡하지? 뭐 해야 돼지?"

복수는 제일 먼저 아버지의 발을 닦아준다. 그리고 몸으로 하는 부정직한 돈벌이인 소매치기를 관두고, 몸으로 정직하게 돈 버는 스턴트 일을 시작한다. 무엇보다 사랑을 시작한다. 자기 감정에 가장 솔직한 사랑. 그래서 이것은 꽤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미래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세상은 모여서 다 같이 재미있게 놀라고 만든거야." 

죽는 그 날까지 최대한 착하게, 하지만 내 마음 가는 대로 신나게 재미있게 살자.. 이게 그가 찾아낸 답이다.

"저거 해서 먹고는 사나, 저 양반? 처자식 먹여 살리긴 했을까? 음악은 말야, 취미로 하는거야. 저럼 못 써. 고달퍼."

우리 역시 그러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서도 자신이 없어 주눅이 든다. 세상이 무서워서 겁을 먹은 주제에 마치 세상을 달관한 척 말한다. 저런 건 천재나 하는 거라는 핑계의 말.. 더욱 한심한 건 남한테까지 이런 식의 말을 뱉어낸다는 것이다. 제 딴에는 충고랍시고 하는 말이지만, 그야말로 주제넘은 소리다. 

하지만 보통의 우리와 달리 전경은 당당히 말한다. 자신은 뮤지션이라고. 그리고 죽이되든 밥이되든 뮤지션의 길을 걷는다. 마찬가지로 그녀는 남들이 뜯어말리는 무모한 사랑을 한다. 누가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사랑을 하는 것. 계산따위는 하지 않고, 마음가는대로 무모하게 해보는 것. 이것이 바로 젊음이다. 안전한 밥그릇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한 길만을 찾는 건 젊음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젊음이 있기는 했던가..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에 아직도 바보처럼 붙들려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망설이던 청춘들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던 그 이야기에 여전히 마음 흔들리면서.. 가슴이 터질것만 같았던 그 때가 벌써 8년 전이다.. 




<사랑스런 추억>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에서 
희망과 사랑처럼 기차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이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 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 떼가 부끄러운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동경 교외 어느 조용한 하숙방에서, 
옛 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과 사랑처럼 그리워 한다.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 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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