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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6-8 Last Word 마지막 회

by R.H. 2009. 8. 14.

 

제니의 죽음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우선은 "피해자" 자리에서 벗어나라는 충고는 듣지 않고, 제니 자신의 방식을 고집 부려 얻은 성공. 그리고 이로 인한 지나친 자기확신으로 오만과 독선 그리고 자기 합리화의 덫에 빠져 파멸할 수 밖에 없다는 해석을 지난 포스트에서 적었다. (관련 포스트  제니 : 상처, 그리고 자기합리화와 파멸) 이것은 제니라는 캐릭터를 엘워드라는 이야기 속의 캐릭터로 해석해 본 것이다. 



이번에는 좀 다른 측면에서 제니의 죽음을 생각해 보려 한다. 여기서는 제니가 작가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서 즉, 제니를 엘워드라는 이야기를 만드는 실제 인물로서 해석해 보고자 한다. 



제니를 누가 죽였는가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시청자는 이에 대해 분노할지도 모르겠다. 6시즌 시작부터 제니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던져주고, 방송국 홈페이지에서는 "누가 제니를 죽였는가" 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하더니만, 결론도 없이 드라마가 끝나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제니를 엘워드를 만든 이야기꾼이라는 상징으로 변환하고 본다면, 이런 식의 최종 결론이 나름 합당하기도 하다. 



작가 제니=엘워드의 작가 



제니라는 캐릭터는 약간 특이하다. 제니를 중심으로 엘워드를 본다면, 제니 이야기는 엘워드 중심 이야기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론 단독으로 진행되어서, 마치 이야기 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는 제니라는 캐릭터가 엘워드라는 이야기 속의 캐릭터만이 아닌 엘워드라는 이야기를 들여다 보고, 만들어 내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제니가 작가라는 설정부터가 이 캐릭터 특징을 나타낸다. 



벳과 티나의 옆집에 이사 온 제니는 수영장에서 쉐인을 엿보고, 벳과 티나의 삶을 들여다 본다. 나아가 그녀들 커뮤니티 전체를 들여다 본다. 남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일. 이것은 작가의 일다. 그녀는 자신의 책에 자신이 그 동안 들여다 본 그녀들의 이야기를 쓰고, 영화로 만들기까지 한다. 그러자 어느 시점부터 제니는 엘워드 이야기 속의 캐릭터인지, 엘워드를 만드는 실제 인물인지 모호해지기 시작한다. 



이번 에피에서 제니는 죽고, 엘워드의 그녀들은 형사에게 취조 당한다. 그런데 취조실에서 제니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녀들의 삶, 사랑, 우정, 신뢰와 믿음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룬다. 취조실에서 오고 갈만한 대화가 아니라는 건 누가 봐도 명확하다. 



또한 이번 에피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들은 경찰서로 들어간다. 그런데 경찰서로 가는지, 어디론가 사라지는지 애매모호한 모습으로 웃으며 사라진다. 즉, 제니의 죽음과 관련된 부분은 일종의 상징이다. 형사와의 취조는 실제 취조가 아니라, 드라마(이야기)의 에필로그다. 마찬가지로 제니의 죽음 역시도  드라마의 에필로그다. 엘워드 그녀들의 에필로그(경찰서에서의 조사)가 이야기 속 캐릭터들의 에필로그라면, 제니의 에필로그(제니의 죽음)는 엘워드 실제 작가의 에필로그다. 



말이 장황해졌는데, 한마디로 작가 제니는 실제 제작진을 의미한다. 그리고 벳과 티나는 엘워드라는 이야기 자체다. 따라서 “벳과 티나”가 뉴욕으로 떠난다는 말은 "엘워드라는 이야기"가 이제 작가들의 품에서 떠난다는 말이다. 그리고 "작가 제니"가 죽었다는 말은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끝내고 단상에서 사라졌다는 말이다. 



이야기가 끝나면, 이야기꾼은 사라지는 것 

  


아라비안 나이트에서는 왕비가 밤마다 왕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줘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 여기서 왕비는 이야기 꾼이고, 왕은 관람객이다.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왕비(이야기)는 죽는 것이다. 이것이 이야기 꾼의 숙명이다. 물론 엘워드라는 드라마가 재미없어서 왕(시청자)에게 죽임을 당한 건 분명 아니다. 하지만 시작된 이야기는 언젠가는 끝내야 하고, 이야기가 끝나면, 이야기 꾼은 단상에서 사라지는 것(죽는 것) 이다. 



"누가 제니를 죽였을까?" 이에 대한 답은 "누구도 제니를 죽이지 않았다."로 결론 났다. (이와 관련해서 스핀오프가 만들어진다는데, 번 외는 번외일 뿐, 본편은 범인 없이 끝났다는 점만 고려하기로 한다.)



6시즌까지 온 드라마다. 재미있으니까 여기까지 왔다는 말이다. 재미있는 이야기꾼은 죽임을 당하는 게 아니다. 본인 스스로 이야기를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올 뿐이다. 마지막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며 이야기꾼은 그렇게 사라졌다. 



"Bye Bette and Tina. I love you guys... I'm never gonna forget you. So thank you for everything. That's it." 잘 가 벳, 티나. 너희를 사랑해. 너희를 결코 잊지 못할 거야. 그리고 정말 고마워. 이게 다야.  



제니가 벳과 티나 떠나 보내며 찍은 비디오 속에서 제니는 끊임없이 말한다. 고맙고, 사랑한다고...작가의 "캐릭터" 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일까? 아니면 작가의 "배우" 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일까? 아마 캐릭터와 배우 모두에게 하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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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드라마 엘워드 관련 포스트는 없습니다. 생각만 하고 정리 못한 캐릭터 관련 리뷰들이 있지만, 드라마가 종결되었으니 그냥 끝내고 싶네요. 해서, 포스트는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혹시 영화 나오면, 영화 리뷰는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읽어주신 분들께는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