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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토냐는 알고 있다. : 관계에서의 자존심 문제

by R.H. 2009. 8. 19.



최초 작성일 2008-09-02 10:52:38



토냐는 대표적인 비호감 캐릭터 중 하나다. 그런데 사실 그렇게 미워해야 할 이유는 없다. 토냐는 나름 능력 있는 매니져다. 극 중 주위 사람들도 이 점은 인정한다. 그녀는 대형 광고도 잘 받아오고, 이벤트 스폰서도 잘 받아온다. 그녀가 살인, 강도 같은 천인공노 할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니고, 사기 쳐서 남의 등을 쳐 먹는 것도 아니다. 시청자들이 그녀를 거슬려 하는 이유는 오버하는 행동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실 별거 아니다. 그냥 토냐가 호들갑스럽고 요란하다는 이유로 시청자들은 그녀에게 거부감을 갖는 것이다.



새벽 5시에 친구한테 빌린 돈 갚으러 온건 아닐 테고.. 알리스와 키스 후 집에 들어간 데이나는 왜 새벽 5시에 알리스가 연락도 없이 왔는지 토냐에게 뭐라고 말했을까? 알리스와 키스하고 들어 온 데이나의 표정은 또 어땠을까? 토냐가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 챘을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데이나다. 데이나. 포커페이스 따윈 절대 할 줄 모르는 데이나.. 



토냐가 그들 관계를 이미 눈치 채고 있었음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여러 곳에 나온다. 그런데 토냐는 데이나와 알리스의 관계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한 것이다. 토냐는 왜 무리수를 둔 걸까.. 이처럼 끝까지 모른 척 했던 토냐는 데이나가 이별을 통고하려는 순간, 자신이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선수 친다. 사실 선수 쳤다기 보다는 그 다른 사람이 데이나가 이별의 서두를 꺼내기 직전에 끼어든 거지만.


  

3시즌에 데이나가 암에 걸리고 죽기 전 장면. 알리스는 데이나를 간병하던 중에 잠시 햇빛을 쬐러 나왔다가 우연히 토냐를 만난다. 알리스는 데이나가 암에 걸렸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건 그냥 그런 거다. 둘이 잠깐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헤어질 때 알리스는 토냐에게 말한다. 



"너한테 전화하라고 데이나한테 말할게."



이 말에 토냐는 매우 기뻐한다. 토냐는 지금 다른 사람과 함께 하고 있고, 데이나에게 딴 맘도 없다. 사실 토냐는 지금 인공 수정을 하러 이 병원에 왔다. 토냐는 순수하게, 우정으로써 데이나의 전화를 기꺼워 하는 것이다. 이 둘이 나누는 대화 중에 토냐는 실토한다.

  


"데이나가 널 너무 많이 사랑하는 걸 알아서 내가 그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하나의 인간 관계가 종말에 이를 때, 여러 가지 감정이 있다. 벳과 티나의 분노와 배신, 후회와 미련. 제니의 혼란과 불안. 쉐인의 무력감. 그리고 토냐에게서는 자존심의 문제였던 거다. 누가 차고 누가 차이느냐의 문제.. 토냐는 영악하다. 그녀의 직업인 매니저답게 계산이 빠른 사람이다. 토냐에게 인간 관계는 감정적 요인도 있지만 계산적 요인도 적지는 않은 것이다. 하지만 계산적이어서 적어도 스스로를 감정의 칼부림으로부터 덜 다치게 하지 않는가. 토냐를 너무 미워하지 말자. 토냐의 계산 속 밝은 인간 관계가 어쩌면 우리가 하는 짓에 더 가까울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