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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6-7 Last Couple Standing

by R.H. 2009. 8. 14.


I don't know why I care of what you think of me. But I do...I promise you that I haven't cheated on Tina.  네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신경 쓰는지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맹세컨대, 티나 두고 바람피지 않았어.

 


벳과 조디는 이미 헤어졌다. 그것도 적대적으로.. 벳은 불합리한 방식으로 조디에게 사임을 강요했다. 이때 벳은 분명 구차스럽고, 나쁜 사람이었다. 그리고 조디에게 나쁜 사람으로 여겨지는 걸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조디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는 걸까?

 


벳이 조디를 사랑하지 않아서 떠난 건 아니다. 문제는 둘의 생활 방식, 가치관의 차이가 너무 컸다는 점이다. 벳에게 있어서, 조디와 산다는 것은 평소에 자신이 우러러 보는 스타와 같이 사는 것과 같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과 사는 것처럼 흥분되고 짜릿하고, 신나는 일이었을 것이다. 벳에게 있어서 조디는 슈퍼 스타다. 어쩌면 지금도 벳은 조디를 사랑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슈퍼 스타와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 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벳이 인생의 동반자로 조디가 아닌 티나를 선택한 이유는 벳이 절실히 원하는 것을 티나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 없이 자란 벳은 모성에 대한 그리움이 뼈에 사무치게 간절하다. 그리고 분명 티나는 이것을 가지고 있다. 벳의 아버지 멜빈이 죽기 전 정신이 혼미할 때, 티나를 벳의 엄마로 착각하는 장면에서 이것은 더욱 분명해진다. 티나는 벳의 친 엄마와 매우 닮았던 모양이다.

[누가 봐도 티나가 벳의 엄마 같다.]


멜빈이 그토록 티나를 인정하기 싫어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멜빈은 티나를 볼 때마다 벳의 엄마가 떠올랐을 것이고, 이는 그에게 큰 죄책감을 주었을 것이다. 벳이 티나를 선택한 이유가 어린 시절 모성 부재 때문이라는 것을 느낄 때마다, 벳이 보통의 평범한 여자와는 다른 삶을 사는 것이  멜빈 자신의 책임인 것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타이밍을 놓쳐 생긴 결핍은 평생의 컴플렉스가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것은 극복되지 못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즉, 벳의 모성애 결핍 컴플렉스는 결코 극복 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다. 본인이 극복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극복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것이니.. 해서, 벳은 티나를 결코 떠날 수 없다. 설령 티나를 떠난다 해도, 티나와 비슷한 여자를 찾아 나설 것이다. 조디에게는 티나가 가지고 있는 "이것" 이 없다.

 

<6시즌에서도 벳은 티나의 품에서 어리광 부리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고쳐야 할 이유도 없다.>

 

벳은 조디와 우호적인 포옹을 하고 싶어한 듯 하다. 조디가 이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그런데 조디는 고의적으로 눈을 피한다. 민망한 팔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하는 벳.. 벳은 돌아서서 걸어나가다가 한번 더 조디를 뒤돌아 본다. 그러나 끝끝내 조디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이분들은 뭐라고 딱히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섬세하게 잘 표현해 낸다. 어색한 감정을 어색하지 않게 표현할 줄 아는 능력자들>



벳은 천하의 바람둥이가 맞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녀의 노력은 눈물겹도록 지독하다. 그녀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면 앞만 보고 전력 질주하는 스타일이다. (사실 이것은 벳의 성격 그 자체이다. 가지고 싶은 것은 꼭 가져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이런 사람은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면, 밤에 잠도 못 잔다.)



아마도 벳은 조디에게 이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조디가 자신에게 있어서 일시적인 바람 상대는 아니었다는 것, 조디에 대한 자신의 감정은 진실한 사랑이었다는 것...



우리는 안다. 조디를 향한 벳의 지독한 노력들을.. 조디도 이것을 안다. 모를 리가 없다. 그리고 지금 벳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도 이미 알 것이다. 다만 조디는 지금 자신을 추스르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