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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5-3 Lady of the Lake

by R.H. 2009. 8. 14.


길들여지지 않는 벳, 원하는 걸 손에 움켜쥐기 위해 잠시 엎드릴 뿐 

  

4시즌 말에 벳과 조디는 심하게 다투고 헤어짐에 거의 이르렀다. 그럼에도 그들이 다시 결합한 건 벳의 노력이었다. 조디는 그때 관계를 끌 낼 심산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벳을 길들일 심산이었고, 길들이기가 안 된다면 끝낼 마음이었다. 한마디로 되면 되고 말면 만다는 식이었다. 

  

그렇다면 벳은 어떤 사람인가? 과연 길들여질 수 있는 사람인가? 일면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 2시즌에서 벳은 티나가 이혼을 요구했을 때 주저함 없이 티나 앞에 무릎 꿇는다. 피바디 여사에게 아부를 떨어야 할 때 민망한 모습을 보면서도, 억지로 웃으며 참고 서 있는다. 헬레나에게 당하는 굴욕은 또 어떠했던가. 벳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굽힌다. 안되면 말지 라는 생각이 없다. 벳은 원하는 걸 가지지 못하면 잠을 못 자는 성격이다. 

  

그래서 4시즌 마지막에 자신을 낮추고 조디에게 다가갔다. 벳은 조디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 이것은 길들여지는 게 아니다. 벳은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손에 넣기 위해 잠시 엎드리는 포지션을 취했을 뿐이었다.

  

같은 곳(예술)을 바라보지만 너무도 다른 두 사람 

  

이번 에피에서 벳은 조디의 오랜 친구들과 호숫가의 별장에서 모임을 갖는다. 조디와 친구들이 공놀이 하고 노는데, 벳은 혼자서 칼 바람 맞으며 독서하고 계신다. 이 무슨... 현실에서 이런 사람 본다면, 정말 재수없는 스타일인 것이다. 짓궂은 조디의 친구는 벳을 들쳐 매고는 호수에 던져 넣는데, 장난이 심하기는 했지만, 웃고 넘길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성질 더러운 벳은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까칠함으로 완전 무장하고는 성질 사납게 군다. 

  

이번 에피에서 벳이 조디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는 벳과 조디의 차이기도 하다. 유유상종이라고, 조디의 친구들을 통해 조디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조디는 매우 유명한 예술가고, 그녀의 친구들 역시 모두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같다. 예술가들이기는 하지만, 고상과 교양, 세련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털털하고 소박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벳 역시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이지만, 그들과는 조금 다르다. 깔끔하고 격식을 중요시하는 그리고 도도해 보이는 그런 부류. 쉽게 말해 조디와 친구들은 삼겹살 집에서 소주 마시며 예술을 논하는 대중 친화적(?)인 엘리트들이라면, 벳은 고급 바에서 와인 마시며 예술을 논하는 귀족형(?)엘리트라고나 할까? 조디와 벳은 같은 곳(예술)을 바라보지만, 그것을 대하는 방식은 천지차인 것이다. 

  

이번 에피는 벳과 조디는 함께 할 수 없다는, 다시 말해 이별이 불가피하다는 예고편인 듯하다. 그나저나 화면으로 보기에도 호숫가 날씨가 서늘해 보이던데, 벳 엄청 추웠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