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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3-3 Lobsters : 계급, 그 참을 수 없는 어색함

by R.H. 2009. 8. 14.

모이라는 제니가 부모님 집에서 요양하고 있을 때 만난 중서부 출신의 시골뜨기다. 청바지 하나로 한 달을 버티는 모이라는 옷차림과 헤어 스타일의 촌시러움으로 단박에 시청자 최고 비호감 케릭터가 되었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도 참 거북한 캐릭터였음) 그렇다면 모이라는 왜 시청자를 불편하게 하는가? 단순히 촌티 때문인가? 아니다. 그녀는 다른 계급에 속하는 이질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제니의 귀환을 축하하는 레스토랑 모임에 모이라가 등장한다. 엘워드 주인공들과의 첫 만남인데, 어색함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싼 음식을 주문하는 모이라를  앨리스가 힐끔 쳐다본다. (너무도 정직한 눈빛.) 그들 간 대화 속에서 모이라는 소외되고,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모든 게 불편하기 짝이 없다. 시청자들이 이 장면을 불편해 하는 이유는? 모이라가 느끼는 불편을 느끼거나, 반대로 엘워드 주요 캐릭터들이 느끼는 불편을 느끼거나.
 

결국 모이라는 그 자리를 참지 못하고 빠져나와 외딴 주차장에서 혼자 운다. 그런데 또 놀라운 것은 시청자들은 이런 모이라를 동정하지 않는 것이다. 모이라가 느낀 꿔다 논 보리 자루 같은 쭈뼛함에 대해서 안타까워 하지 않는다.
   

레스토랑에서 그 누구도 모이라를 면전에 두고 모욕하거나 비아냥거리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문장보다 그 억양이 솔직하고, 그 보다 바디 랭귀지가 더 솔직한 법. 그녀들의 어색한 눈빛과 억지 미소는 그들이 모이라를 처음부터 비호감으로 대하고 있다는 솔직함이다. 비록 입으로는 반갑다고 하지만..
 

그런데 모이라가 자리 뜬 뒤의 그 뒷담화는 뭐냐는?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시청자들은 모이라를 동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렇게 뒷담화하는 엘워드 주인공들을 지적하지도 않는다. 왜 계속 모히라만 미워해? 얘 알고 보면 착해. (물론 나도 처음에 비호감이었다는 걸 인정한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모이라 뒷담화까는 제니퍼 빌즈는 자신의 데뷔작 <플래시 댄스>에서 모이라와 같은 계급의 역할을 했다. 이 영화에도 계급차에서 오는 어색함과 모멸감에 대한 묘사가 있다.
알렉스(제니퍼 빌즈)의 지저분한 작업화와 다른 학생들의 말쑥한 신발. 그리고 그 곳의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알렉스와 그런 그녀를 노골적으로 비웃는 다른 이들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여하튼 제니퍼 빌즈는 신분상승 한 건가요? 
 

모이라가 느끼는 감정을 플래시 댄스의 알랙스처럼 역동적이고 세련되게 포장시켜 묘사했다면 시청자들이 좀 더 계급간의 미묘한 기류를 동정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엘워드 연출진이 모이라를 좀 더 동정적인 시각에서 묘사해주지 않은 이유는 뭘까? 적어도 모이라라는 캐릭터를 매력적인 인물로 배치 시켰다면? 플래시 댄스의 장면과 비교해 봤을 때 알렉스와 달리 모이라는 너무 비호감으로 묘사되었다. 연출자의 의도가 뭘까? 그들은 자신들의 마이너 정체성에 대해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다른 마이너 계급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싫어하는 건가? 타인들이 보는 그들의 마이너 정체성의 불편함에 대해서는 옳지 못하다고 주장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다른 마이너 계급에 대한 불편함에 대해서는 노골적으로 뒷담화 까고 있다. 
모든 인간은 원래 편협하고 자기 중심적이다.(당연히 나도 포함) 그들 역시도 그런가 보다. 뭐 그렇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