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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2-05 Labyrinth : 눈치 없고 무딘 벳, 그러나...

by R.H. 2009. 8. 14.

 

 

2시즌 전반부에서 티나는 변호사까지 대동하고 이혼을 생각하고, 벳은 절망감에 빠진다. 다행히도(?) 게스트 하우스까지 빌려준 변호사의 흑심이 나오면서, 티나는 짐을 싸서 이번 에피에 돌아온다. 예기치 못한 티나의 귀환에 벳은 반갑고도 놀랍다. 현재 티나는 임신 상태지만 벳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티나가 집에 들어오면서 하는 그들의 대화를 한번 들어보자.  

   


티나 " I've got some weight." 

벳 "I don't care."


  

티나가 저렇게 부어있는데도 그냥 살 좀 쪘겠거니.. 생각하는 벳. 참 무디다. 또 살이 쪘다는데 하는 말이 "신경 안 써" 란다. '그래? 괜찮아 보이는데,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거야? 몸이 어디 좀 안 좋아?' 라고 묻는 게 정상 아닌가?  

  


"신경도 안 쓴다고, 거 참 좋다", 라고 티나가 톡 쏘고 가버리자 그제서야 뒤통수에 대고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그게 아니라 네가 집에 다시 와서...널 봐서...좋다고..."  참으로 눈치 없는 벳. 


  

그런데 이렇게 무디고 눈치 없는 벳이지만, 자신이 가치를 두는 일에는 정도를 넘어선 집착을 보인다. 이건 맹수의 집중력이라고 해야 할까? 평소에는 어슬렁거리다가 목표물을 보면 끈질기게 몰아붙여서 가지고야 마는 습성 말이다. 

  


그녀가 학창 시절에 어느 예술가의 작품에 비평 논문을 쓰기 위해 철조망을 넘다가 총에 맞아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 4시즌에서 간판을 뜯어내기 위해 철조망 넘어 도둑질하는 것 등은 이런 벳의 성격을 나타내는 예들이다. '손에 넣고 싶은 것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겠다.' ,는 성격의 사람.. 이런 사람은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벳이 집착하는 것은 자신의 일(예술)과 가정(티나)이다. 티나가 매력적인 인물이어서 집착한다기 보다는 자신이 집착하는 가치인 모범 가정의 일부분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집착, 놓아버리지 못함, 절대 포기 못함, 내가 한다 증후군. 이것은 벳의 단어다. 이런 것들은 벳의 일(예술) 영역에서는 나름 먹혀 들어간다. 그런데 관계(가정)의 영역에서는 장애물이다. 

  


게다가 자기 가치에 강하게 집착하는 인간의 특징은 그 외의 것들에 무관심하고, 눈치 없고, 무디다는 점이다. 이러한 무딤과 눈치 없음은 관계의 영역에서는 매우 큰 문제다. 즉, 같은 말을 하는데도 서로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앞의 대화에서 "I don't care."를 벳은 <괜찮다. 내 눈에는 그래도 네가 좋아 보여.> 라는 의미로, 티나는 <이제 나한테 신경도 안 쓴다는 말이지?> 라는 의미로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티나 기분이 안 좋고, 짐 싸 들고 나갔다가 도로 들어올 때는 민망하니까 틱틱거리기는 거지만. 

  


자신의 가치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사람의 또 다른 특징은 타인의 감정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무의식 중에 타인의 일이나 가치를 폄하한다는 느낌을 상대에게 준다. 자신의 일(예술)이 중요하듯 티나가 생각하는 가난한 계층에 교육의 기회도 중요하다. 물론 벳이 무작정 티나의 일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교육의 기회 확대도 중요하지만, 여하튼 예술이 우선이란다. 이번에도 티나가 져준다. 

  


그런데 피바디 재단의 후원이 자신의 미술관이 아니라 티나가 일하는 복지 단체에 갔을 때 벳의 태도를 보자. 마음이 좀 쓰리더라도 티나를 축하해 주는 게 먼저 아닌가? 티나는 자신의 단체가 후원금을 받은 것을 확인하자 마자 제일 먼저 한 게 벳이 후원금을 받았는지 확인한다. 그리고는 바로 벳에게 전화를 걸어 기분을 풀어주려 한다. 그런데 벳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분 풀이 뿐이다. 


  

"내가 너를 지금까지 먹여 살렸는데, 피바디 재단에 지원했다는 말조차 안 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젠 네가 날 먹여 살려서 내가 다른 일거리를 찾을 시간을 가져야겠다." 

"지금 나한테 피의 복수(vendetta)를 하려는 거지?" "나 지금 짜증 날려고 하거든. 그만 끊어." 

  


벳, 참으로 유치하고 저질스럽게 나오고 있다. 게다가 마지막 말은 정말 가관이다. 전화 끊고 나서도 분을 이기지 못하고 미술관이 떠나갈 듯 외치는 한마디 "ㅆㅂ~~~" 거 참 성격하고는... 그리고는 꽃다발 사서 불쑥 티나에게 나타나 사과한다. "아까는 내가 미안했어" 티나가 화 낼 만도 하다. 있는 대로 분 풀이 해 놓고는 이제 와서 대뜸 사과다. 벳은 모든 게 지 멋 대로인 것이다. 

  


벳 때문에 기분이 엄청 상한 티나에게 재단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홍보한다면서 나타난 헬레나.. 8년을 같이 산 벳도 티나의 임신을 몰라보는데 헬레나는 단박에 알아보고, 자신과 이전 파트너 사이의 두 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루어진다. 티나에게 필요한 건 공감과 소통이지 꽃다발이 아닌 것이다. 

   


벳은 티나가 돌아와서 기분이 너무 좋다. 얼굴에서 스며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혹시라도 말실수라도 할까 싶어 조심조심. 그런데 이번 에피를 자세히 보면 자신의 이런 감정을 티나에게 제대로 표현하지는 못한다. 반대로 후원금 문제로 자신의 영역이 흔들리려 하자 태도 돌변해서 티나에게 분 풀이와 저질 발언만 해 대고, 그렇게 꼬여 버렸다. 그래서 이번 에피의 소제목은 labyrinth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