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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1시즌 8에피~10에피

by R.H. 2009. 8. 14.



  

 


엘워드 1-8 Listen up : 그녀들의 진실을 들어보자



벳과 티나는 그룹 심리 상담에 참여한다. 벳은 여전히 심리 상담이 탐탁지 않은데, 안습 흑인 여인과 인종 문제 논란에 휩싸이기까지 한다. 그룹 상담의 참가자 모두는 뚱하게 각자의 이야기만을 하고, 그다지 성의 있게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 것 같지도 않다. 어쩌면 그들은 타인의 말을 들으려 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말을 들으려 간 것인지도...

 


데이나는 엄마가 공화당에서 주는 상을 받는 날 자신의 진실을 말하려 한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는 그녀의 진실을 들어 주질 않는다.

 


I think too often, people are afraid to say what they really feel. Um, they're afraid they might be rejected. It's hard to be honest because people don't really wanna hear the truth. And... the truth is different for everyone. I guess the best we can do is just to say what we feel.

"사람들은 자신들의 진심을 털어놓길 두려워해요.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될까 두려워서죠. 솔직해지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사람들은 진실을 듣고 싶어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각자에게 있어서 진실은 다르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우리가 느끼는  걸 말하는 것이에요"

 


이번 에피의 마지막 장면에서 티나의 저 대사는 그녀들 전체가 우리에게 하는 말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 이게 우리의 최선이다. 우리의 진실을 들어 봐라. 그래서 이번 에피의 소제목은 Listen up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들어 달라는 것이다. 상담 모임에서의 안습 흑인 여인처럼 자신의 생각에 갇혀서  물어 뜯으려 들거나 데이나의 부모처럼 외면하지 말고..

 


벳은 지금 패닉 상태다. 그 중심은 책임감의 압박인데, 스스로는 그걸 정확하게 모르는 듯하다. 그녀는 1시즌 내내 남몰래 공허한 눈빛을 짓지만, 티나에게는 자신이 무거워 한다는 걸 표현하지 않는다. 티나 역시 답답할 것이다. 그들의 관계가 삐그덕 거리기는데, 벳은 혼자 감당하려 들고... 그래서 티나는 심리 상담을 받는 것에 적극적이었나 보다. 

 

 

엘워드 1-9 Luck, Next time : 지키고 싶은 게 있으면 싸워야 한다

 


벳은 직장과 가정 모두에서 점점 코너로 몰리기 시작한다. 벳이 주도하는 <도발> 전시회는 앞뒤 꽉 막힌 단체들로부터 모욕적인 공격을 받고, 페이 버클리와는 기분 나쁜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티나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birth tank 구입과 관련한 사소한 다툼과 이어지는 미묘한 갈등.. 직장은 직장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흔들리고 있다. 이 와중에 티나는 유산에 이른다. 그리고 티나는 지금 어둠 속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

 


집 밖에는 기독교 열혈 분자들이 몰려와 그녀를 모욕하는 팻말을 박고 있다. 집 밖(세상)은 그녀에게 예술을 외설로 만드는 자, 음란한 자, 신성을 모독하는 비윤리적인 자라고 몰아붙이고 손가락질 하며, 돌을 던지고 있다. 집 안(그녀의 세상)에서는 티나가 유산이라는 자신의 슬픔에 파묻혀 정신을 놓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벳을 몰아붙여도 벳은 견딜 수 있었다. 적어도 자신의 세상에서 티나에게 위로 받으며 포옹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안과 밖 모두 벳을 괴롭히고 있다. 자신의 세상, 자신의 작은 울타리인 이 조그마한 집마저도 이리도 지키기 어려운 것인가.

 


"You're going to hell" 그들은 저주를 내뱉고 물러가고, 벳은 집으로 들어온다. 현관 앞에 기대서 블라인드마저 내리고 어둠 속에 선 그녀의 지친 뒷 모습. 잠시 동안 만이다. 그리고 다시 다부진 눈으로 입을 앙 다물고 티나에게로 향한다. 벳은 지금 어디 지하 방공호라도 들어가 통곡하고 싶을 것이다. 혹은 사막 한 가운데라도 가서 미친 듯이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세상은 그녀를 욕하고, 티나는 자신만의 슬픔에 파묻혀 있다. 게다가 지금 티나를 위로하고 감싸야 한다. 그렇다면 벳의 상처는 누가 위로하고 감싸 줄 것인가. 현관문 앞에 고개를 떨군 그녀의 뒷 모습은 너무도 무겁고 버거워 보인다.

 



벳은 많이 배웠고, 많은 것을 소유하고 통제하고 싶어한다. 벳은 자신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티나에 대한 사랑(혹은 가정)을 지키고 싶어한다.  지키고 싶은 게 많으면 싸워야 하는 것도 많은 것이다. 그리고 싸움은 고통이다. 이것이 세상의 룰이다.

 

 

엘워드 1-10 Liberally : I don't need to cry.

  

 

상담 참가자 : Has it sunk in for you, yet?, Have you cried" - <실감이 안 나나요? 울긴 했어요?> 

벳 :  Believe me. it's sunk in. <실감나요.> 

댄 팍스워디 :구체적인 질문에는 왜 답을 하지 않죠? 울었나요?

벳 : I don't need to cry.



울지 않았다는 말보다도 더 쌀쌀맞고 냉정하게 들린다. 울 필요가 없단다. 얼마나 싸가지 없고 비인간적인 대답인가. 아마도 상담에 참여한 다른 사람들이 속으로 '저 싸가지 하고는..' 했을 듯.

  



우리 시청자들은 벳의 고통과 슬픔을 안다. 그녀가 겪고 있는 내면의 공황을 함께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 중의 다른 인물들은 그녀의 내면을 보지 못한다. 벳이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배우자인 티나 역시도 뭔가 걸리적거리는 감정을 눈치는 챘지만, 그게 뭔지 잘 모르기에 심리 상담에 벳을 억지로 데려가는 것이다.



벳이 자신의 슬픔과 내면의 허약함을 억지스런 위악과 냉정함으로 숨기는 반면, 티나는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한다. 유산 이후 주저앉아 통곡하고, 심리 상담에서 자신의 슬픈 감정을 타인들과 공유하며, 친구들과 여행 가서 기분 전환한다. 그래서 티나는 배우자, 친구, 같이 상담 받는 사람들의 공감과 위로를 얻는다. 티나는 약한 사람이 아니다. 감정 표현이 솔직한 것 뿐.



벳 역시 위로가 필요하다. 벳이 티나처럼 목놓아 울고, 상담에서 솔직히 자신의 버거움을 드러내고, 현실의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훌쩍 여행을 떠나 버렸다면 모든 것이 순조로웠을 것이다. 이후 나오는 비극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어리석고 눈치 없는 벳은 자신을 다그치기만 한다. 슬픔은 누르고, 티나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감정 표현에 서툴기까지 하다.



약함을 가리기 위한 덮개는 두껍고 딱딱해야 한다. 그래서 벳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볼 때, 벳은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벳이 슬프지 않은 것이 아니라 누르는 것임에도, 사람들이 볼 때는 티나의 슬픔에 공감조차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지금 그 누구보다도 위로한 필요한 사람은 벳이다. 그런데,



버클리와의 예술과 외설에 대한 논쟁을 TV 토론에서 벌이고 있다. 궁지에 몰린 버클리는 악담을 한다.

"너희 애기가 유산된 건 축복이야. 그 아기는 너희의 타락한 삶을 겪지 않고 주님 곁에 있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어조로 대처하던 벳, 타인 앞에서 거짓 냉정함까지 써가며 강한 척 했던 벳. 버클리의 참혹한 표현, 타인의 슬픔을 후벼 파는 조롱에 그 동안 억눌렀던 눈물이 터져버린다. 그것도 만천하에 공개되는 TV토론에서. 지금 벳의 의지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슬픔의 폭발이다. 티나에게 조차도 보이지 않았던 눈물이거늘... 슬픔은 누른다고 없어지는 게 아니다. 결국 터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