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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엘워드

엘워드 1-13 Limb from Limb : 갈기갈기 찢어진

by R.H. 2009. 8. 14.


 

소제목과(Limb from Limb) 유사한 뜻의 단어들이 이번 에피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ripped out, drawn and quatered....모두 다 갈갈이 찢는다는 의미다. 뭐 더 있을 거 같기도 한데 찾기 귀찮다. 이번 에피는 갈가리 찢어진 자아와 인간 관계에 대한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진 제니의 자아



제니는 마구 미친 듯이 글을 갈겨쓰며 독백한다. 



"I'm not too sure of who I am because there are several of me. They float up from me like phantoms....I don't know where i began."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 "내 안에 너무 많은 자아들이 있어 진정 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마치 유령처럼 여러 자아들이 떠돌아 다니며...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겠다." 제니는 자신 안에 서로 다른 모습의 자아(selves)를 유령(phantom)이라 칭하고, 모르겠다고 말한다. 제니퍼, 제니, JD,JDS, 혹은 사라 슈스터... 제니는 지금 자아 분열을 통한 정신적 성장기에 놓여 있다. 

  


무언가를 이해하고 알기 위해서는 그것을 분해해보고 뜯어보고 분석해보고, 생각해본다. 그 무언가가 사물이든 사람이든 개념이든지 간에.. 마찬가지로 제니는 자아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 자신의 여러 모습(혹은 자아들)을 지금 분해해 보고, 자신이 진정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인간이 세포 분열을 통해 육체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개체로 세상에 드러나듯, 제니는 지금 정신의 세포 분열을 통한 성장기에 놓여있다. 어쨌든 그녀의 모든 관계들은 파탄 나고 그녀의 자아 역시 갈갈이 찢어지고 있다.

 


잔인한 현실, 쉐인을 갈갈이 찢어놓다



두번째로 쉐인의 찢어진 관계를 보자. 쉐리 여사의 현실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은 쉐인을 갈갈이 찢어 놓는다. 25살 보조 미용사 따위, 자기 몸하나 누울 곳 없는 가난뱅이와의 사랑은 없다라는 쉐리 여사의 잔인한 지적. "In this fucking ugly world, that kind of love does not exist."....쉐리 여사가 쉐인을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고급 빌라와 파리 여행, 돈 많은 남편을 등질 수 없다는 현실을 아는 것 뿐이다. 쉐리 여사는 나이가 나이이신지라 리얼리티가 뭔지 아시는 게다. 


 

알 수 없는 뒤죽박죽의 감정들에 찢겨진 그녀들



세번째 파탄은 티나와 벳이다. 음. 이번 에피의 마지막 장면, 특히 티나 역을 맡은 배우의 감정 몰입도는 벳을 압도했다. 그녀는 자신의 캐릭터에 스스로를 완전히 던졌다. 악에 받친, 배신감과 증오, 그리고 분노.. 그리고 그 와중에 생겨나는 자신들도 이해가 안 가는 또 다른 감정들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벳은 캔디스와의 일탈 행위를 했을까? 벳은 자신의 일탈 행위를 들키고 싶어했다. 모텔에서 벳이 신용 카드를 쓰려했던 장면, 그리고 이것을 제지하는 캔디스. 왜 제작진은 이 장면을 삽입한 것일까? 아무 의미 없이 집어 넣은 거 같지는 않다. 또 미술관 전시회 장면을 보자. 사람들이 바글바글, 방송사에서 취재까지 나온 상황, 티나도 데리고 가놓고서는 캔디스하고 이상 야릇한 스킨쉽은 또 뭐인가? 그것도 사방 팔방 뻥뻥 뚤린 곳에서 말이다. 



벳은 자신의 나약하고 흔들리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데 익숙치 못하기에 이런 서툰 사춘기 식 표현이 나온 거다. 어린애들, 청소년 애들은 내적으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못된 짓을 많이 한다. 화도 잘 내고 술 담배에 마약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일탈 행위는 눈에 확 들어온다. 왜냐하면 요란스럽게 일탈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지 간에 그들은 주변에 외치는 것이다. "나 지금 괴로워요."라고. 

  


벳은 똑똑하고 잘난 거 같지만 유아기적 결핍이라는 측면에서 덜 성장한 면이 있다. 그래서 벳은 "나 지금 괴로워요. 날 좀 봐주세요"를 티나에게 서툴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티나는 벳의 엄마가 아니기에 벳의 일탈을 참아 줄 수가 없다. 또 벳은 청소년이 아니기에 주변 친구들로부터 이해 받지 못하는 것이다. 

  


10대, 20대의 일탈은 대부분 주변의 관용으로 마무리가 되지만, 벳은 40이 넘은 중년이다. 관용을 바랄 나이가 아닌 게다. 그래서 시즌 1은 모든 게 갈갈이 찢어졌다고 선언하고 마무리한다. 지금 티나의 마음은 소제목처럼 갈기갈기 찢어져 버린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