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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고전

에오스와 티토노스 : 사랑은 비극이여라

by R.H. 2017. 1. 22.





사랑, 순도 100%의 사랑, 그것은 아름다움을 사랑한 것이다. 육체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목소리, 아름다운 체취.. 사랑에는 이해관계도 윤리도 도덕도 신념도 없다. 우리가 아무리 그럴싸한 말들로 포장해도 결국 우리가 사랑한다는 것은 육감적인 것, 본능적인 것, 동물적인 것이다. 그 사람의 인격이니 능력이니 재력이니 하는 것들에 호감을 가질 순 있어도 넋이 나가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잔인하다. 경제적 이유로, 혼자 있고 싶지 않아서 등등의 이해 관계가 얽혀있다면, 관계는 어떻게든 이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아무 이해 관계없는 아름다움을 사랑한 것이라면, 그 아름다움이 사라지면, 마음은 차갑게 돌변한다. 



사랑은 정신병이다. 하늘의 별도 따다 주겠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영원을 약속한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오로라) 역시 아름다운 청년 티토노스에게 영원한 삶을 약속한다. 약속만 한 게 아니다. 여신이니까 제우스에게 부탁해서 진짜 영생을 인간인 티토노스에게 부여한다. 하지만 실수한다. 영원한 삶만 부탁했지, 영원한 젊음은 부탁하지 않았던 것. 티타노스를 너무 사랑하여 그를 납치하고 영원한 삶을 선물하였던 그녀였건만, 그의 아름다움이 사라지자 이보다 더 잔인할 수 없게 변해버린다.



"그가  점점 늙어 가는 것을 보고 그녀는 마음 아파했다. 그가 백발이 되었을 때 그녀는 그와의 교제를 끊았다...마침내 그가 수족을 움직일 수 없게 되자 그를 방에 유폐하였는데, 그의 신음 소리가 종종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에 짜증이 나 그를 메뚜기(혹은 매미)로 만들었다."



인간만큼 아름다운 것이 이 우주에 또 어디 있을까. 그러니 그리스 로마 신화 속의 신들도 인간들을 끊임없이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한한 세계 속에서 아름다움이란 그저 순간인 것을.. 그리고 그 순간은 잡히지 않는 것이니.. 찰나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는 것,  어쩌면 이것은 허상인지도 모르겠다. 한바탕 꿈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