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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드리뷰

신데렐라 언니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by R.H. 2010. 5. 3.

""



걸음마를 뗀 아이들이 맨 처음 배우는 건 낯 모르는 사람이 친절하게 굴면 절대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타인의 호의와 친절 그리고 웃음이 위험천만하다는 것부터 배우는 것이다. 은조가 말을 싸가지 없게 해서 그렇지, 그녀나 우리나 타인의 이유없는 웃음을 경계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그런데 은조는 타인의 웃음을 경계할 뿐만 아니라, 웃지도 않는다. 항상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으며 사는 그녀다. 남의 밥을 얻어 먹고 살기 위해서는 웃어야 한다. 밥 주는 사람 말도 잘 듣고 비위도 맞춰주고.. 사실 이게 우리 모두가 사는 방식이다. 내 밥줄을 잡고 있는 분들의 비위 맞추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웃음을 짓고 사는 것.

따라서 당연히 은조는 웃어야 한다. 어쩌면 은조 역시 처음에는 타인에게 웃음을 지으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말 이해 못할 인간 말종도 있는 것이다. 웃는 낯에 침 뱉는 사람.. 있다. 열심히 잘 해보려고 하는데 옆에 와서 실실 비웃는 사람, 은조는 분명 이런 부류의 인간을 경험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웃지 않는다. 없이 사는 사람의 웃음은 비굴함으로 오인되곤 하니까.. 자신이 뜯어 먹히고도 싶지 않지만, 뭘 뜯어 먹으려는 비굴한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도 몸서리쳐지게 싫은 것이다. 이래 저래 사람에게 상처받은 그녀가 자신을 보호하게 위해 내린 결론은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 차가움과 냉담함 속에, 가시와 독살스러움 속에..

그래서 그녀는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는 선생님의 말씀도 싸가지 없이 대꾸한다. 남에게 무시 받지 않으려 아예 수학 문제와 답을 통째로 외워버려서 생긴 일이다. 띄엄띄엄 공부해서 낯선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하면 되는 일이건만.. 그녀는 당췌 타인에게 자신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 들질 않는다. 이해 받지 못하면 이해 받지 못한 채로 살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이런 그녀에게 이유 없는 웃음이 위험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기훈, 정우, 그리고 구대성은 가르쳐 주고 있다. 그리고 "은조야" 라고 이름을 불러주는 기훈. 그가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은조는 더이상 이년 저년, 이기지배 저기지배 따위가 아니게 된다. 그녀는 하나의 의미가 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던 기훈이 떠난 후, 은조는 주저앉아 울며 말한다.

"뻐꾸기 뻐꾹뻐꾹 울듯이,
따오기가 따옥따옥 울듯이,

새처럼 내이름을 부르며 울었다
."..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 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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