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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상 25장 : 수상쩍은 두 남녀..

by R.H. 2011. 7. 7.


http://www.artrenewal.org/pages/artwork.php?artworkid=3469&size=lar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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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and Abigail>

다윗이 마온 광야에 있을 때 일이다. 그 지역에는 나발이라는 큰 부자가 살았는데, 다윗은 사람을 보내 먹을 것이든 뭐든 좀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나발은 '다윗이 누군데?? 이새 아들이 누구?? 요즘 종 놈들은 제 주인에게서 도망다닌다더만.' 이런식으로 도망자 신세인 다윗을 무시하고, 조롱하며, 비꼰다. 이를 보고받은 다윗은 나발을 죽이겠다고 칼을 뽑는다. 그런데 사건의 자초지종을 나중에 들은 나발의 부인 아비가일은 서둘러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다윗을 찾아간다. 나발은 제 이름처럼 어리석은 자라고 폄하하면서 다윗을 달랜다. 이에 다윗은 칼을 도로 집어 넣는다.

그리고 아비가일은 집으로 돌아와 남편 나발에게 다윗과 대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를 들은 나발은 바위처럼 굳어버린다. 다윗이 나발을 죽이려다가 칼을 거두었는데, 왜 나발은 사색이 된 걸까..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게 당연한 것 아닐까? 도대체 아비가일이 나발에게 한 말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10일 뒤, 나발은 죽는다. 성경에는 신이 내리쳤다고 얼렁뚱땅 넘어가지만. 나발을 죽인 것은 아비가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혹은 다윗이거나.. 나발이 죽자마자 다윗은 아비가일과 결혼하기 때문이다. 왠지 수상쩍은 두 남녀다..

그건 그렇고, 나발의 처신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일전에 다윗에게 음식과 무기를 제공해준 아히멜렉이라는 제사장은 다윗이 도망자 신세인 것도 몰랐음에도 사울왕 손에 멸문지화 당했다. 나발이 다윗의 요청을 거절한 게 큰 죄는 아니라는 말이다. 저간의 사정이 어쨌든간에 지금 이스라엘의 왕은 사울이고, 다윗은 역적이다.

게다가 다윗의 요청 태도 역시 뻔뻔하다. 다윗은 나발의 목동들이 양을 칠 때, 이를 손 댄 적 없다면서 뭘 좀 달라고 한다. 한마디로 '내가 도적질을 안 했으니. 너희 물건 중 일부를 바쳐라.' 혹은 '너네 사업 뒤를 좀 봐 줬으니, 떡값 좀 달라.' 뭐 이런 식이다. 한마디로 나발이 다윗의 요청을 들어 줄 이유도, 의무도 전혀 없다.

다만 나발의 태도가 어리석은 것은 사실이다. 좋은 말로 '아히멜렉같은 사람도 다윗님 도와드리다 저 세상 가셨음. 내게 딸린 식구가 한 둘도 아니고, 내가 까딱 잘못했다가는 멸문지화 당할터이니, 상황을 좀 봐달라.' 이렇게 좋게좋게 말해도 되는 것이건만. 그는 대뜸 다윗 따위가 누구?? 이러면서 조롱부터 했던 것이다. 말 한디로 천냥빚을 갚는다 했으니..

그나저나 나발 죽자마자 그의 아내와 다윗이 결혼한 걸 보면, 이 사건은 여러모로 의심쩍은 구석이 너무 많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다는 게 이런 상황이런가.. 뭐, 아비가일이 정세판단을 할 줄 알고, 곤란한 상황이 닥쳤을 때 유연한 행동을 할 줄 아는 여자라고 좋게 봐 줄 수도 있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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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은 아비가일 말고도, 아히노암을 아내로 맞이했다. 또한, 사울왕의 딸 미갈과 오래전에 결혼했는데. 이후 사울왕은 미갈을 발디(Pathiel) 라는 자에게 재혼시켜 버린다. 미갈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