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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상 25장 : 사무엘의 죽음

by R.H. 2011. 7. 6.

사무엘이 죽자, 온 이스라엘이 모여 그의 죽음을 슬퍼하였다. <사무엘상 25:1>

사무엘상,하 라는 책의 이름이 무색하게, 이 두 권의 책에 사무엘 이야기는 그다지 많지 않다. 사무엘상은 사울과 다윗의 대립이 주를 이루고, 사무엘하는 다윗이 왕위에 오른 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사무엘은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또, 상상 많이 보탠 이야기 들어간다.

사무엘은 태어나서부터 제사장 엘리(Eli) 집에 맡겨져 자란 사람으로, 신의 부름을 받아 엘리 다음 제사장겸 사사가 된다. 한마디로 일생을 권력과 함께 해 온 사람이다. 게다가 신의 부름을 받았다는 부분에서 그는 꽤 거룩한 인물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그는 능구렁이 정치인이다.

그가 사사로 있을 때, 그는 자기 자식들을 사사로 임명한다. 그런데 제 자식들이 뇌물을 받고 부정한 판결을 내려 시끌벅적한 상황에서 제 자식에게 벌을 내리지 않는다. 모세였다면, 불태워 죽였을 일인데 말이다. 공직자로서 사무엘의 도덕성이 형편없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엘리 제사장 역시도 제 자식들의 부정행위, 문란 행위에 대해 딱히 처벌을 내리지 않았다. 이렇게 계속되는 사사들의 도덕 헤이 현상에 이스라엘인들은 회의를 느꼈을 것이고, 이럴바에야 차라리 왕을 세우자고 하기에 이른 것이다.

사무엘의 도덕성이 어쨌든지 간에, 그는 실세다. 그래서 그는 기름 부을 자격이 있다. 여기서 기름을 붓는 자란 말은 왕을 지명할 자격이 있다는 말이다. 이 얼마나 막강한 파워인가. 신이 선택했다고 둘러대고,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왕으로 만들 수 있는 킹 메이커. 게다가 그는 무려 두 명이나 왕으로 지목한다.

그런데 바로 이 점에서 그의 능구렁이 심보가 드러난다. 그는 사울을 왕으로 지목했으면서도 권력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사무엘과 사울이 결별하게 된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제사 문제지만, 그 이면에는 사울이 권력을 확장해 가면서 사무엘을 홀대했기 때문이다. 제사문제는 곪은대로 곪은 상처에 바늘을 가져다 댄 것 뿐이다. 

사울 왕은 성격이 괴팍한 미치광이로 묘사되곤 한다. 헌데 자세히 살펴보면, 사울 왕이 그렇게 지독하게 악랄하거나, 반인륜적인 행동을 한 왕은 아니었다. 그가 신하의 아내를 강제로 빼앗기를 했나, 누구처럼 부관참시를 했나.. 사울에 대한 평가에는 좀 억울한 면이 있다. 

사실 사울왕이 성격이 조급해지고 괴팍해진 결정적 이유는 사무엘 때문이다. 사무엘은 사울이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다윗을 왕으로 지명했다.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는 상황, 게다가 그 자리가 왕위라면 사울처럼 성격이 변할 수 밖에 없다. 왕위에서 물러나는 게 어디 곱게 되는 일이던가. 왕의 물러남은 곧 멸문지화다. 왕 자신은 참수이고..

한마디로 사울과 다윗이 격렬하게 대립도록 판을 짠 것이 사무엘다. 그리고 사울은 다윗과의 경쟁으로 왕권을 강화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윗은 쫓기는 입장이니 말할 것도 없고.. 사무엘은 이 두 세력의 대립 사이에서 자신의 입지를 유지할 수 있였다. 사울과 다윗이 피터지게 싸우게 떡밥을 던져놓고,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을 것이다. 난 어째 이 영감이 맘에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