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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상 17장 : 다윗, 이름 알리기

by R.H. 2011. 6. 5.

                                <David with the Head of Goliath> by Caravaggio (1571-1610)



전장에 있는 형들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라는 아버지의 심부름 왔다가 얼떨결에 전투에 참가하고, 거인 골리앗을 돌멩이 던져서 쓰려뜨린 다윗의 영웅담. 여기서 다윗은 순수하면서도 용맹한 소년의 이미지다.
그런데 과연 다윗이 그렇게 순수하기만한 소년일까?
 
 

다윗이 옆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저 블레셋 사람을 죽여 우리의 치욕을 씻어주는 사람은 어떻게 해줍니까? 저 블레셋의 오랑캐 녀석이
누구기에 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이 군대에게 모욕을 주는 겁니까?" <사무엘상 17:26>

 


골리앗을 죽이는 사람에게는 사울왕이 상을 내리고, 그의 딸을 내 줄것이라는 말을 사람들은 서로 주고 받고 있던 모양이다. 이에 다윗은 옆 사람들에게 확인차 묻는다. 그리고 이런 다윗의 행동에 다윗의 큰 형 엘리압은 격분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여기는 왜 왔느냐? 몇마리 되지도 않는 양은 누구한테 맡겼느냐? 네 놈이 얼마나 자만심이 강하고, 사악한지 알고 있다."


전장에 음식 가져온 어린 동생에게 폭언을 내뱉고 있다. 이는 이들 관계가 이전부터 그닥 좋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무엘의 지명을 받기 일보직전에 밀려난 엘리압의 다윗에 대한 증오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폭언을 들은 다윗의 다음 행동을 보면 다윗이 만만한 인물이 절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저런 욕설을 듣고도 다윗은 '내가 뭘 어쨌길래 그러냐, 무슨 말도 못하게 하냐' 며 물러서지 않고 대든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비슷한 질문을 여기저기 하고 다닌다. 게다가 다윗은 블레셋을 이길 수 있다고 공언하고 다녔음에 분명하다. 그러니 사울이 다윗을 데려오게 했을 것이다. 


다윗이 전장에서 호언장담을 떠벌리고 다닌 이유는 전쟁에서 공을 세워,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울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물론 다윗은 하프 연주를 잘 해서 사울왕의 호감을 사기는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17장을 읽어보면 사울이 다윗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사울은 다윗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저 소년이 누구냐, 누구의 아들이냐, 고 신하에게 묻는다. 또 다윗이 승리한 뒤에 만나서도 다윗에게 누구 아들이냐고 묻는다. 사울은 다윗을 곁에 두고 있으면서도 다윗의 얼굴과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마도 다윗은 조급했을 것이다. 사울이 자신을 알아봐주는가 싶다가도 기억해주지 않으니... 그래서 그는 전장에서 바람을 잡고 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다윗의 속셈을 어느정도 들여다보고 있던 큰 형 엘리압은 아니꼬운 마음에 폭언을 퍼부었던 것이고.. 여튼, 골리앗과의 싸움을 기점으로 다윗은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