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구약성경

사무엘상 16장 : 아름다움은 권력이라..

by R.H. 2011. 5. 24.


티비 토론에 넥타이 색깔을 이걸로 하네 저걸로 하네 하고, 손짓과 제스춰는 어떻게 하라고 코치를 받고...
무엇보다도 잘 생긴 정치인이 얼굴 덕을 좀 보는 건 사실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이미지 메이킹과 얼굴보고 사람뽑는 행태에 대해 개탄하는 사람도 있지마는 이것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쭉 있어왔던 일이다. 정치인 역시 연예인처럼 인기에 죽고 인기에 사는 존재인데, 그 인기는 그 사람의 인품, 능력, 인간적 매력, 신념, 철학, 외모 등등에서 나온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유치하면서도 원초적인 요소는 바로 외모다. 그리고 가장 원초적이이기에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하다. 얼굴이 밥 먹여주냐고 하지만 얼굴이 밥 먹여준다.

모든 인간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시간의 굴레에 얽매여 사는 인간에게 젊음과 아름다움은 한 순간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 걸까? 인간은 끊임없이 아름다운 사람을 찾아 헤맨다. 자신에게 없는 혹은 사라져버린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싶은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그리고 인간에게는 아름다운 사람을 경외하고, 그 앞에 고개 숙이고 싶어하는 이상야릇한 심리도 있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권력이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이르시되 그의 용모와 키를 보지 말라 내가 이미 그를 버렸노라. 내가 보는 것은 사람과 같지 아니하니, 사람은 외모를 보지만, 나 여호와는 중심을 보느니라 하시더라. 
<사무엘상 16장 7절>


사무엘이 사울을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가 사울의 큰 키와 준수한 외모였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하면서, 다음 사람은 외모가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을 보겠다고 선언한다. 헌데 재미있는 점은 다윗은 사울보다 더 잘 생긴 미남이었다는 점이다. 사무엘이 다윗을 처음 만난 후 한 말은 다윗이 '혈색이 좋고 잘 생겼다' 였다.(16장 12절) 

다윗과 무슨 무슨 대화를 나눴다거나, 다윗의 행동거지를 관찰했다거나, 뭐 그런 뒤에 다윗을 간택한 게 아니다. 다윗 보고, 잘 생겼네, 신이 얘를 선택했음. 그러고 끝이다. 외모를 보지 않는다는 위의 말은 뭐하러 했는지 모를 지경이다. 그러고 보면, 아름다움, 인기, 거기서 나오는 권력, 이라는 공식을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어쨌든 이번 간택의 첫번째 이유도 외모다. 다만 다윗의 경우는 사울과 달리 아직 덜 성장한 소년이다. 이 부분에서는 또 사무엘의 능구렁이 심보가 드러난다.

이새(Jesse, 제시) 에게는 이미 성장한 아들이 일곱이나 있었는데도, 굳이 덜 자란 막내아들을 간택한 이유는 다윗을 앞에 세워두고 수렴청정을 하겠다는 사무엘의 속셈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한다. 하지만 사울은 이미 군과 정을 장악한 상태다. 사울이 호락호락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는 의미다. 비록 사무엘이 다윗을 간택할 힘은 있어도, 사울을 끌어내릴 힘은 없다. 이제 다윗과 사울의 대결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