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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사무엘상 11장 : 사울, 능력을 보여줘라

by R.H. 2011. 4. 8.

But some troublemakers said, "How can this fellow save us?" They despised him and brought him no gifts. But Saul kept silent.  몇몇 불만자들은 "그 녀석이 어떻게 우리를 구할 수 있느냐?" 라며, 사울을 경멸하고 선물을 바치지 않았다. 하지만 사울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사무엘상 10장 27절>



사울이 왕이 된 근거가 무엇인가. 냉정하게 말해서 잘난 외모 밖에 없다. 집안이 엄청나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사울 자신이 엄청난 능력을 보여준 적도 없다. 요즘말로 하면, 검증 안 된 인물이 외모로 대중들에게 호감을 얻고, 실세 눈에 들어 당선된 것이다. 오늘날 투표라는 절차를 통해서 대통령이 되도 대통령으로 죽어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불량 세력이 있다. 하물며 무슨 근거로 사울을 왕으로 섬긴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이 불만을 대놓고 터뜨려도 사울은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아마도 능구렁이 사무엘은 이 상황을 방관하고 있었을 것이다. 백성들이 왕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는 들어주고, 자신과 자신 집안의 권력은 계속 유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울은 그저 허수아비 임금이었던 것이다. 당시 이러한 사울의 처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길리앗 야베스에 블레셋인들이 쳐들어왔을 때다. 이때 사울은 밭에서 소를 몰다가 이 소식을 듣는다. 임금이 농삿일을 하고 있었다고?? 그야말로 그 누구도 사울을 왕취급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사울은 외부세력의 침략을 자신의 왕권 강화를 위한 지렛대로 사용한다. 


한 쌍의 소를 잡아 각을 뜨고 전령들의 손으로 그것을 이스라엘 모든 지역에 두루 보내어 이르되, 누구든지 나와서 사울과 사무엘을 따르지 아니하면 그의 소들도 이와 같이 하리라 하였더니, 여호와의 두려움이 백성에게 임하매 그들이 한 사람 같이 나온지라. <사무엘상 11장 7절>

 

사울은 블레셋의 침략을 빌미삼아 주변 세력들에게서 군을 착출한다. 그리고 이 명령을 거부하는 자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강하게 나간다. 사울에게 군인을 내주고 싶은 세력은 없을 것이다. 그의 왕 취임식에서도 공공연히 사울을 무시한 그들이다. 하지만 사울은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같은 민족이 위험에 처했는데. 수수방관하거나 돕기를 거부하는 세력을 적의 간첩이라고 몰어 붙였을지도 모른다. 외부세력의 공격을 지렛대 삼아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자신의 권력을 움켜쥐는 방식은 고전중에 고전이다.

그리고 사울은 전투에서 승리를 한다.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 것이다. 이제 분위기는 급반전 된다.


백성이 사무엘에게 이르되 사울이 어찌 우리를 다스리겠느냐 한 자가 누구니이까 그들을 끌어내소서 우리가 죽이겠나이다 <사무엘상 11장 12절>

 

사울을 반대하던 세력을 끌어내서 죽이겠다고 백성들이 말한다. 이제 충성경쟁을 벌이려고까지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사울은 정치보복을 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는 너그럽고 호탕하게 관용을 베푼다. 이는 승자가 갖는 여유와 자신감의 표현이다.


P.S. 아래에서 꼭대기 까지 올라가는 순서는 사사기에 나오는 기드온과 동일하다. 대중의 지지를 먼저 얻고, 외부세력과의 전쟁을 통해 힘을 보여주고, 내부 결속력을 다져 기득권 세력을 제압하는 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