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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1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 : 미국은 옳다

by R.H. 2009. 8. 16.



<스포일러 주의>
 
대통령의 암살사건을 8명의 시선으로 보여준다.
 
방송국(시고니 위버와 여기자) - 객관적으로 암살 사건 전달
사복경찰(엔리케) -  여자 테러범과 사랑에 빠져 이용당함
경호원(반즈)-  대통령을 구하는 영웅
미국 대통령 - 정신 혼미한 상태에서도 쇠파이프 하나로 테러범을 혼쭐내는 용자
미국인 관광객(루이스) -  위험한 상황에서 꼬마를 구하는 영웅
테러범1 - 인질로 잡힌 동생을 위해 테러범에게 이용당하는 전직 특수부대 요원
테러범2 - 악질 테러범
터러범3 - 대통령 경호원으로 이중 생활을 함
 

동일한 사건(대통령 암살)을 여러번 되돌려서 각자 다른 시선으로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왜 테러범들이 테러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이해의 노력은 없다. 이중 생활을 하는 경호원 테일러가 무엇 때문에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드는지 정도는 보여줄수 있을텐데 말이다. 뭐. 테러범들은 이해받을 가치가 없으니까 그렇다 치자. 그렇다면 다양한 시선의 의미가 뭐냐?
 
그런데 위의 등장 인물 중 3명의 미국인인 경호원 반즈와  대통령, 심지어 일반 미국 시민조차 너무나도 훌륭하고, 용감하고 우리가 본받야할 인간상이다. 그래 이건 미국인이 만든 미국 영화니까 그렇다고 치자. (그래도 배알은 좀 꼴린다.)

 
그런데 영화 시작부터 까이는 인물이 있었으니... 방송국의 여기자는 정상 회담 중계 도중에 대본에 없는 말을 한다.
 
"I did, however, speak to delegates...both of whom took a hard line,suggesting that U.S. Foreign policy...has to bear some responsibility for the recent events."
<최근의 국제적인 사건에 미국의 외교정책도 일말이 책임이 있다는.>
 
이에 PD(시고니 위버)가 한소리 하고 이 여기자는 맞받아 친다.
"모두가 우리(미국)을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요. 난 검열 따윈 신경 안쓴다고요."
 

이에 피디는 "Why don't you leave the punditry to someone paid to have an opinion?" 라고 말하는데, 이 말을 곰곰히 생각해 봤다. 직역하자면, <전문적인 식견은  의견을 갖기 위해 댓가를 지불한 사람에게 맡겨두라고> 다.  정치, 외교, 사회적 현상들에 의견을 가지고 싶거든 어떤 댓가를 치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즉, "대의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데 부작용은 필연적이다. 그러니까 뭣도 모르면서 입만 나불대지 말라."  뭐 그런 뜻 같다.
 
그리고 테러가 일어난 후, 저 기자는 패닉에 빠져서 자기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되고, 폭탄 터지자 직빵으로 사망한다. 그러니까 어설픈 비판따위는 하지 말라는 듯하다. 뭣도 모르면서 입만 나불댄 결과는 개죽음이라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평범한 미국인 관광객은 왜 카메라 들고 용의자를 뒤쫓아가고, 촬영하는 걸까?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폭탄이 터진 아수라장에서 다들 도망가기 바쁜데 말이다. 더군다나 도로에서 위험에 처한 여자 아이를 목숨걸고 구해내기까지 한다. 미국 대통령과 경호원을 미화하는 것까지는 참아주겠는데, 미국 시민들까지 정의롭고 용감무쌍하다고 설파해대니 원.
 
또 무고한 사람 수백명 죽는 것에는 아랑곳 하지 않는 극악 무도한 테러범들이 도로에 뛰어든 꼬마애 한명을 살리고자 일을 망치는 위험을 무릎쓰을 쓴다. 참 독특한 사고 방식을 가진 테러범들이다. 미국인이 만든 미국 영화가 자화자찬하는데 뭐라 하겠나. 그러려니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