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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민수기 6장 : 자기만의 시간

by R.H. 2009. 12. 3.
 
The Nazirite 나실인 제도

한국말로는 나실인 제도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단기 출가(出家) 다. 민수기 6장은 이 제도에 대한 설명이다. 나실인 기간에는 포도주를 비롯한 술을 금하고, 술에서 만든 식초를 먹어서는 안되며, 포도로 만든 모든 음식도(쥬스, 포도 씨, 건포도 등) 먹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잘라서는 안 된다.
 
광야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포도는 고급 음식이고, 식초는 음식의 맛을 돋구는 양념이다. 수행하는 사람에게 맛난 음식을 금하게 하는 것은 모든 종교의 공통 사항이다. 차이점이라면, 불가에서는 머리카락을 미는데, 이스라엘인들은 반대로 수행 기간 중에 머리카락을 자르지 못하게 했다는 점이다.

 
집단 스트레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정이라는 집단에 속한다. 나이들면, 학교 같은 또래 집단에 속하게 되고, 성인이 되면, 직장이라는 더 큰 사회에 소속된다. 그리고 태어나서 죽는 날까지 우리는 민족과 국가라는 집단에 속해있다. 우리는 다양한 집단에 겹겹이 싸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모여 사는 곳은 필연적으로 갈등과 스트레스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러한 집단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법이 자극적인 유흥거리를 던져주는 것이다. 마녀 사냥, 잔인한 검투 시합... 오늘날에는 이게 연예인 씹기, 애국주의를 덧칠한 스포츠... 뭐 대충 이런 거다.
 
이처럼 자극과 폭력의 방법으로 집단 스트레스를 풀게 하는 것이 아닌, 개인을 집단에서 잠시 멀어져 있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이 바로 위와 같은 나실인 제도다. 이스라엘인들의 나실인 제도는 특정 계층의 사람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기간만큼 수행 기간을 가질 수 있었다.

단 일주일이라도 집단에서 고립되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 그것도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고립. 이는 모든 것을 비워내는 시간이다. 집단 속에 살면서 누적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혼자서 훌쩍 떠나는 여행이나 등산만 하고 와도 기분 전환되는 것을 느끼니 말이다.
 
건전한 사회, 그리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사회를 위해서 개인의 정신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불평, 불만, 스트레스, 우울 등의 감정을 품고 있는 개인이 많다면, 그 사회의 모습도 그러할테니.. 그래서 이스라엘 지도자인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마련해 준 제도가 바로 나실인 제도다. 모세는 인간 심리와 집단 사회의 성질에 대해 상당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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