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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민수기 12장 : 공주 vs 여전사

by R.H. 2009. 12. 12.

 

등장인물

미리암 : 모세 누나
애런 : 모세 형
십모라 : 모세 마누라
이디오피아 여자 : 모세 마누라


 

모세가 쿠쉬 여자와 결혼을 하니 모세의 누나 미리암과 형 애런이 이를 못마땅히 여겼는데, 이 사건으로 미리암이 문둥병에 걸리는 이야기다.

 

쿠쉬(Cush, or Kush) 는 지금의 이디오피아 지역이다. 그러니까 모세가 이디오피아 여자와 결혼한 것이다. 이스라엘 선민주의를 떠올려 보면 상당히 의아하다. 그런데 모세가 미디안에서 결혼한 집보라 (Zipporah) 는 어떻게 된 걸까?

 

이스라에 역사 학자 요세푸스에 따르면, 모세는 일찍이 이디오피아의 공주와 결혼했다. 이집트와 이디오피아간에 전쟁이 벌어졌는데, 이 때 이집트 군을 통솔한 사람이 모세였다. 그리고 모세가 이디오피아의 공주와 결혼하여 전쟁이 종결되었다는 이야기다. 자, 전쟁에서 개선하여 돌아오는 모세. 파라오와 이집트인들은 못마땅하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임진왜란에서 대승한 이순신 장군에 위협을 느낀 선조와 조정 대신들하고 비슷한 거다. 그래서 파라오는 모세를 죽이려 했고, 모세는 미디안으로 도망간다.

 

그런데 성경에는 모세가 미디안의 집보라와 결혼한 게 먼저 나오고(출애굽기), 이디오피아 여자와 결혼한 게 나중에 나온다.(민수기) 이에 대한 해석으로 십보라와 이디오피아 여자를 동일인으로 보는 설, 십보라가 죽은 뒤 독신으로 지내던 모세가 이디오피아 여자와 재혼한 설 등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디오피아 여자(공주)와 먼저 결혼하고 십보라와 나중에 결혼한 것 같다. 지극히 주관적인 추측이니 너무 삐닥하게 보지는 마시라는. 그럼 또 내 맘대로 이야기를 끼워 맞춰 볼까 한다.

 

일제시대에도 이런 일이 빈번했다. 양반집 자제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이 맺어준 여자와 결혼한다. 그리고 일본에 유학 간다. 거기서 일본 여자와 결혼해서 살림을 꾸린다. 어쩌다 보니 두 집 살림이 된다. 뭐 이런 거.

 

모세도 그랬던 듯 하다. 이디오피아 공주와 정략결혼을 어린 나이에 하고, 나중에 미디언으로 망명가서 다시 결혼한 거다. 그러니까 어쩌다 보니 두 집 살림이 된 거다. 성경에는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모세가 미디언을 떠나 이집트로 돌아갈 때, 십보라가 함께 간 것 같지는 않다. 혹은 함께 갔다가 도중에 돌아 간 듯도 하고..

 

그런데 왜 민수기에 들어와서 이디오피아 여자와의 결혼이 문제가 된 걸까?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디오피아 여자는 그냥 여자가 아니다. 공주다. 그녀는 혼자 덜렁 시집 온 여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녀의 주변은 이디오피아 출신 사람들로 가득할 것이다. 그들은 나름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모세 누나인 미리암은 주목 받는 여선지자였다. 한마디로 여전사다. 이 아줌마도 주변에도 지지자들이 하나 가득일 것이다. 그러니까 민수기 12장의 사건은 외국 공주와 이스라엘 여전사 간의 신경전이다. 단순히 모세가 외국 여자와 결혼한 걸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권력 충돌인 것이다.

 

뭐, 집보라는 이방 여자 아닌가? 모세가 이방 여자와 결혼한 건 문제가 아니다. 미리암 세력과 이디오피아인 세력간의 충돌이 있었는데, 미리암과 애런이 인종문제를 엮어서 꼬투리 잡고 늘어진 것 뿐이다.

 

이건 성경에 나와 있는 건 아닌데, 일부 기독교인들이 이 사건을 희한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이디오피아 여자가 흑인이어서 피를 더럽혔기 때문에 미리암과 애런이 모세에게 훈계를 했다는 거다. 이런 막말 해석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참 어이없죠잉~~

 

하기사 여전사 궁예의원은 흑인 여성 독신비율이 높은 게 흑인 남성들의 수감비율이 높아서라나 어째서라나...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백인보다 흑인이 높은 형량을 받는다는 객관적인 사실은 깡그리 무시한 막가파식 해석이다.) 혹시 또 모른다. 여전사 미리암도 이런 막말 해석을 했을지도.


이런 막말의 결과는 뭐다? 모세 열 받고, 미리암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문둥병에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