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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민수기 13장~14장 : 북진파 vs 정착파

by R.H. 2009. 12. 18.



시나이 반도의 파란 광야에 머무르고 있는 모세와 이스라엘인들. 모세는 12명을 선발하여 가나안 지역으로 정탐 보낸다. 정탐꾼들은 40일 뒤 캠프로 돌아와 보고하는데, 조슈아(Joshua, 여호수와) 와 케일럽(Caleb, 갈렙) 을 제외한 나머지는 북진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다. 가나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이 성벽을 굳건히 만들어 놓고 있으며, 그들은 장대하고 강하다는 것이다.


다시 창세기로 돌아가 보자. 아브라함 시대에도 가나안 지역에는 가나안 여러 부족들이 정착하고 있었다. (가나안 인은 노아의 아들 Ham 을 조상으로 두고 있는 셈족들이다.) 그리고 이삭의 아들 에서(Esau) 는 에돔족의 조상이다.(아말렉은 에서의 손자다) 그런데 이삭의 둘째 아들 제이콥은 출세한 아들 조셉을 따라 이집트로 이민 갔다. 그리고 수 백 년이 흘렀다. 한마디로 지금 가나안 지역의 여러 부족들과 아말렉인들은 이미 그 땅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원래 주인이다. 근데 수 백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제이콥의 후손들이 자기네가 약속 받은 땅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대의명분으로 가나안 지역으로 비집고 들어가려 하는 것이다.


게다가 제이콥의 후손들이 과연 히브리인이 맞는가 하는 것도 사실 의심스럽다. 성경에도 나왔다시피 조셉은 이미 이집트 여자와 결혼했고, 나머지 형제들의 후손들 역시 긴 시간 동안 혼혈이 되고도 남았음이다. 모세 역시 히브리인이라고 확정할 수 있을까? 그 역시 혼혈일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그의 아내는 미디언 사람(집보라)와 이디오피아 여자다. 한마디로 혈통적으로 모세 후손 역시 히브리인이라고 보기 곤란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히브리인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이집트 출신들이 대거 몰려와서는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거다. 이집트로 이민갈 때는 언제고 말이다.


이제 민수기 13~14장으로 다시 돌아오자. 정탐꾼들 가운데 10명이 북진에 부정적이다. 당연하다. 가나안과 그 일대 부족들은 정착해서 도시를 만들고 제도를 정비하고 뭐 그렇다. 그런데 모세와 일행은 이집트에서 도망나온 사람들이다. 게다가 텐트치고 돌아다니고, 만나 라는 풀 쪼가리나 먹고, 고기는 유월절이라는 명절에나 구경할 수 있고, 평상시 먹는 고기는 메추라기 따위다. 먹는 것도 부실하고, 사는 것도 부실하다. 또 이집트에서 나올 때는 곱게 나왔나? 파라오하고 대치하고 쫓기고... 온갖 난리를 다 부리고 나왔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가나안으로 북진하자니... 누가 반갑겠나? 가자고 하는 조슈아와 케일럽이 이상한 거지.


여하튼 정탐꾼의 보고를 들은 이스라엘인들은 또 이집트로 돌아가자고 난리다. 어떤 이들은 그냥 광야에서 죽자고 한다. 그러니까 파란 광야에서 회군하자는 회군파, 시나이 반도에 정착하자는 정착파, 가나안으로 북진하자는 북진파. 이렇게 세가지 의견으로 나뉜 셈이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정착파가 제일 합리적이다. 도망 나온 사람들이 이집트로 회군하면 어떤 꼴을 당하겠는가? 안 봐도 뻔한 일. 게다가 전력이 뒤지는 상황에서 북진은 사실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스라엘인들은 광야에서 40년간 머무른다. (그들 중 일부는 악착같이 북진하려 했는데, 아작 난다. -민수기 14 : 41절~45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