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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민수기 11장 : 내부 소요 사태

by R.H. 2009. 12. 10.


The rabble with them began to crave other food, and again the Israelites started wailing and said, "If only we had meat to eat! We remember the fish we ate in Egypt at no cost--also the cucumbers, melons, leeks, onions and garlic. But now we have lost our appetite; we never see anything but this manna!"  

서민들이 다른 음식을 요구하니, 이스라엘인들이 울며 말했다.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우리가 이집트에서 오이, 수박, 파, 양파, 마늘을 거저 먹었거늘. 이제 만나외에는 먹을 만한 것이 없구나."     민수기 11장 4~6절



모세는 사람들을 이집트에서 데리고 나와 가나안으로 향하고 있다. 말이 좋아 신이 약속한 땅이지 끊임없이 이민족들과 전쟁을 치르는 고난의 행군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불만이 많을 수 밖에.. 풍요의 땅 이집트에서 살던 자들이 광야에서 만나 같은 풀 쪼가리나 먹고 살려니 신경질이 날 만도 하다. 이처럼 모세는 외부의 적만이 아니라 내부의 불만 세력과도 맞서야 했다그런데 모세는 내부 불만 세력을 상대하는 데 있어 사안별로 다르게 대한다.


첫째, "원칙" 을 지키지 않는 자에게는 무지막지하다. 이전의 금송아지 사건 이 좋은 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깨뜨리려는 자를 엄히 처벌하는 것과 같다. 나중에 나오는 고라 무리의 반역 사건도 이와 비슷한데, 이건 그때 가서 얘기하기로 한다.


둘째, 측근 문제에 대해서도 엄히 다스린다. 애런의 아들, 즉 자신의 조카들이 맡은 임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모세가 내린 처벌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때는 사형이다.


셋째,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소요 사태에는 관대하다. 출애굽기 이후에 나오는 민중들의 모습은 불평 불만자들이다. 그들은 일이 꼬이면 다 모세 탓을 해댔다. 먹는 게 부족해도 모세 탓. 물이 없어도 모세 탓. 이제는 먹을 것(만나)은 있는데, 고기가 없다고 모세한테 짜증을 내고 있다.

 


 
"Why have you brought this trouble on your servant? What have I done to displease you that you put the burden of all these people on me? Did I conceive all these people? Did I give them birth? Why do you tell me to carry them in my arms, as a nurse carries an infant, to the land you promised on oath to their forefathers? Where can I get meat for all these people? They keep wailing to me, 'Give us meat to eat!' I cannot carry all these people by myself; the burden is too heavy for me. If this is how you are going to treat me, put me to death right now--if I have found favor in your eyes--and do not let me face my own ruin."

어찌하여 당신의 종을 이토록 괴롭게 하시는 겁니까? 제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는 겁니까? 이들이 내 자식도 아니건만, 왜 그들을 약속으로 땅으로 데리고 가야한단 말입니까? 제가 어디서 이 사람들을 먹일 고기를 구하겠습니까? 그들은 끊임없이 고기를 달라고 외칩니다. 나 혼자서는 이들을 도저히 감당 못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날 괴롭게 하시려거든 차라리 날 죽여주소서.                
민수기 11장 11~15절
 

 


이에 모세는 힘들어한다. 아마 화도 많이 났을 것이다. 만나를 찾아서 먹을 것은 대충 해결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고기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병력을 동원해서 백성들을 윽박지르지 않는다. 몇 놈 본보기로 잡아다가 고함 좀 지르고 매질 좀 하면, 잠잠해질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모세는 서민들의 기본 생활과 관련된 불평과 소요 사태에서는 결단코 힘을 동원하지 않았다.

 

이게 바로 모세의 강점이다. 사는 게 풍요로워진 이 시대에도 서민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우면, 바로 물 대포에 전투경찰 투입이다. 게다가 뒤끝까지 있어서 징역형까지 내리고 말이다.

 

헌데 모세는 혼자 끙끙 앓는다. 모세가 무력 행사를 주저하는 유약한 사람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모세는 성격이 욱하는 사람이다. 이집트 관리 때려 죽이기, 금송아지 대량 학살 사건, 나태한 측근들에 대한 사형 언도, 그리고 이 후 나오는 반란.. 이처럼 불도저 같은 모세이지만, 백성들의 먹고사니즘과 관련된 폭동에는 결단코 무력 진압하지 않는다. 화가 나도 속으로 삭이고, 혼자 쭈구리고 앉아 저런 한풀이식 기도만 할 뿐이다.

 

이제 고기가 없다고 아우성 치는 백성들에게 모세는 또 방책을 내놨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을 일으켜서 메추라기 한 무더기를 내놓았다. (집단 식중동 문제가 발생한 것 같기는 하다.)

 

여하튼 모세가 인물은 인물이다. 광야가 척박하고, 전쟁을 끊임없이 한다는 점이 뭣해서 그렇지, 모세 같은 지도자와 함께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하다. 적어도 원칙은 악착같이 지키려고 노력하고,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와 관련된 요구는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지도자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