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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민수기 5장 : 의심병

by R.H. 2009. 12. 2.
 

민수 511절에서 31절은 아내가 바람을 폈을 거라고 의심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 가에 대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내의 불륜을 확인할 길은 없고, 의심되는 경우다. 한마디로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경우.

      

민수기 5장에는 이 처리 과정이 구구절절 하게 적혀 있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간통이 의심되는 여자에게 흙탕물을 먹이는 거다. 그리고 여자가 진짜 죄가 있으면, 이 흙탕물이 여자를 고통스럽게 해서 배가 부풀어 오르고 허벅지가 떨어져 나갈 것이고, 죄가 없다면, 그냥 끝이다.


생각해 보자. 흙탕물 먹고 허벅지가 떨어져 나갈 일이 일어나겠는가? 그냥 속이 좀 더부룩하고 마는 것이다. 흙탕물 좀 마시고 저런 무시무시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저런 요란한 짓거리를 왜 하는 걸까?


여자가 간통을 실제 했다면, 일이 간단하다. 이혼을 하던, 어쩌던 하면 되니까. 그런데 심증만 있는 경우는 일이 복잡하다. 심증만으로 여자를 내쫓거나 폭력을 행사한다면? 사실 실제로 의처증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다. 한마디로 가정이 풍비박산 나는 것이다.

 

아내가 바람을 폈다고 의심이 가는데, 게다가 애까지 낳았다면? 이 애가 내 새끼인지 남의 새끼인지 알 길도 없다. 오늘날이라면, 병원 가서 DNA 검사하면 끝이지만, 수 천년 전에는 이를 확인 할 길이 없다.

 

확인하는 것. 이거 별거 아닌 거 같은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정신병이 의심병이다. 확인 안 되는 것처럼 사람 환장하게 만드는 것도 없으니까.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걸로 시원스레 확인이 되면 끝날 일이지만, 확인할 길이 도무지 없을 때, 의심이라는 요망한 정신병이 우리 마음 속에 파고 들어온다.


해서 어떤 식으로든 남편의 의심을 해소시켜 줘야 하는 것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에서 아내를 믿지 못하고 게다가 배신당한 왕이 저지른 만행을 보라. 여자들과 첫날 밤을 지낸 뒤 왕은 바로 여자들을 무자비하게 죽였다. 왕이 이런 미친 짓을 하니까, 총리 대신도도 골치 아파했고, 나라 전체가 걱정으로 가득했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도 나온다. 아내를 의심하는 잭은 자신의 아버지와 아내가 동침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고, 심지어 아버지를 두들겨 패는 패륜도 저지른다. 이처럼 의심은 무자비한 폭력을 낳는다. 의심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천만하다.


가정 일은 사생활이라면서, 개입을 안 하는 걸 당연시하기도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기초 단위기에 가정이 이상해지면, 사회가 이상해진다. 해서 사회는 이상해지는 가정에 개입을 해야 한다. 물증 없는 의심으로 가정 폭력이 빈번히 일어나고, 이것을 그냥 방치하면, 그 사회는 병들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남편 마음 속에 있는 의심이라는 괴로운 감정을 떨쳐내 줄 필요도 있다. 의심은 사람을 미치게 하고, 미친 사람이 많은 사회는 위험천만하니까… 민수기 5장에 이러한 가정사 개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