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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경

레위기 10장 : 권리와 의무

by R.H. 2009. 9. 22.

 

레위기는 지루하다. 사건과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이는 레위기가 제례의식을 기록한 책이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특별히 다시 읽을 일은 없을 책이다. 그런데 이 레위기에서 눈에 띄는 사건이 하나 있다.

 

1 Aaron's sons Nadab and Abihu took their censers, put fire in them and added incense; and they offered unauthorized fire before the LORD, contrary to his command. 2 So fire came out from the presence of the LORD and consumed them, and they died before the LORD.

애론의 아들 나답과 아비후는 그들의 향로에 불을 붙이고, 향을 놓았다. ; 그들이 주 앞에 승인 받지 아니한 불을 올리니, 주에게서 불이 나와 그들을 삼키고, 그들은 죽음에 이르렀다.

 


애론의 집안은 제사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최고위층에 속하는 집안이다. 특히나 종교와 정치가 일치된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이스라엘에서 제사장 직급은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소유한다. 해서, 레위집안은 군역의 의무도 면제받는다. (민수기에 기록) 군역만이 아니라, 당연히 노동도 면제받았을 것이다. 원래 사제 계급이 그렇지 아니한가. 한마디로 고위 특권층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특별한 권리가 생기면, 그에 부합하는 특별한 의무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레위기 10장 9절에 보면, 제사 장소에 들어갈 때, 포도주를 비롯한 발효 음료를 마시지 말 것을 명령 받는다. 이를 어기면, 죽음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애런의 아들들이 음주를 즐겼던 모양이다. 아무래도 특권층이다 보니, 음주를 즐기면 그 뒤에 따라오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여하튼 자신들의 특권을 좀 남용했던 것 같다. 그들은 노동자 계급이 아니기에 그들이 먹고 마시는 것은 모두 공짜로 얻어 먹는 것들이다. 게다가 자신들의 임무인 제사 업무를 보기 전에 술을 마셨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그런데 위 스토리를 보면, 좀 의아하다. 애론의 아들들이 죽을 정도로 큰 죄를 지었던가? 우상숭배를 한 것도 아니고, 살인이나 강간을 한 것도 아니다. 누구 등 쳐먹은 것도 아니다. 단지 제단에 불을 붙이는데, 좀 다른 방식을 사용했을 뿐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제사 지낼 때, 지방(紙榜)을 좀 잘못 적은 정도의 작은 실수다. 그런데 목숨을 잃었다. 위에서는 신이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하지만, 아마도 모세가 극형을 내린 듯 하다. 직무유기가 죽을 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닌데, 모세는 왜 이러한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을까?

 

모세는 대중들에게 관대하다. 사람들은 무슨 일만 꼬이면 모세 탓을 해댔는데, 모세는 이러한 대중들에게 역정을 내거나 잡아 족치지 않았다. 다만, 우상 숭배라는 그들의 제 1 원칙의 문제에 있어서만은 강경하다.

 

반면에 모세는 상위계급에 속한 자들에게는 엄하디 엄하다. 헤브루 노동자를 박해하는 이집트 관리를 때려 죽이고, 이집트 파라오에게 대드는 모습 등은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모세의 성격을 드러낸다. 마찬가지로 레위기 10장에 기록된 애론의 두 아들의 죽음 역시 이러한 모세의 원칙을 드러낸다. 특별한 권리를 가졌으면, 특별한 의무도 지라는 것 말이다.

 

애런은 모세의 형이다. 다시 말해, 모세는 자신의 두 조카의 실수에 대해 일말의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모세는 그런 사람이다. 상위 계급에 속할 수록 더욱 엄히 대하고, 자신의 측근일 수록 더욱 가혹하게 대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