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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5-12 Dead is Dead

by R.H. 2009. 9. 7.

<주의! 강력 스포일러>

 

 

로크가 다시 살아났다. 그런데 이번 에피의 제목은 Dead is Dead [죽은 것은 죽은 것이다] (이번 시즌 피날레를 이미 본 사람은 이 제목의 뉘앙스를 이미 알 것이다. 스포있다고 상단에 적어 놓기는 하였으나, 너무 큰 스포이므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겠다.)

 

로크는 왜 자신을 죽였냐고 벤에게 묻는다. 이에 벤은 구구절절 자기 합리화의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로크는 깔끔하게 한마디만 한다. 내가 바라는 것은 사과일 뿐이라고..

 

섬에서 자기 합리화와 변명은 용납되지 않는다. 섬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하는 것이다. 진정성을 담은 "내가 잘못했다." 라는 단 한마디. 참 간단해 보인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 말이기도 하다. "내가 잘못했다." 혹은 "내 판단이 틀렸다." 라고 진솔하게 인정하면, 세상은 그때부터 그 사람을 비웃고 조롱하기 시작한다. "잘났다고 설치더니 꼴 좋다." 라든가 "네가 하는 게 그렇지." 라는 식의 비웃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잘못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몸에 베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벤은 신전 지하로 내려가 딸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의 심판을 받는다. 사실 벤이 자신의 딸을 죽인 것은 아니기에, 그녀의 죽음에 대해 변명을 해도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벤은 "내 잘못이었다." 고 한 마디만 한다.  변명 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검은 연기로부터 풀려난다.

 

 

이번 에피의 제목인 "죽은 것은 죽은 것이다." 는 이집트의 오시리스-이시스 신화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갭(땅의 신) 과 누트(하늘 신)는 4명의 자식을 두었다. 오시리스와 이시스, 그리고 세스와 누하트(이들은 각각 남매간에 결혼한다.) 그리고 장자로서 세계의 지배자인 오시리스를 동생인 세스가 죽이고 권력을 찬탈하는데, 오시리스의 아내인 이시스는 자신의 아들인 호루스를 통해 복수를 한다. 이 복수극은 성공하지만, 그럼에도 죽은 오시리스가 다시 지상의 권력자가 되지는 못하고, 지하세계(Duat) 의 지배자가 된다. 즉, 제아무리 신이라도 죽은 것은 죽은 것이다.

 

마지막 에피에서 드러나지만, 2007년 시점에서 오세아닉 추락자 가운데 살아 있는 사람은 선화"뿐이다. 로크는 과연 어떤 존재인지 5시즌이 끝난 시점에서는 알 수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 중반에 선화 혼자만 다른 시점에 떨어진 것이 위에서 말한 오시리스-이시스 신화의 남편 찾아 삼 만리 복수극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별거 없이 5시즌이 끝나 버렸다. 6시즌에서는 선화와 진수가 어떻게 재회할까. 과연 "죽은 것은 죽은 것" 이라면, 선화와 진수가 다시 만날 수는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