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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1-19 Deus Ex Machina : 로크 - 신화, 종교, 철학에서의 모티브

by R.H. 2009. 8. 24.

<스포일러 주의>

 

최초 작성일 2008-08-31 09:52:40



 

로크: 신화와 종교에서의 모티브  오이디푸스, 아브라함

 
이번 에피는 로크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는 오이디푸스 신화에서 차용되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부은 발 오이디푸스... 로크 역시 자신의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하반신 불구가 된다.

 

마트 직원으로 일하는 로크가 꼬마에게 mouse trap 이라는 장난감을 설명해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건 복선이다. 이제 펼쳐지는 이야기 속에서 로크 자신이 바로 장난감 속의 생쥐마냥 덫(trap)에 걸린다. 로크는 자신의 아버지가 쳐놓은 덫에 걸려 신장을 빼앗기는 희생을 당하는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 에피에서 로크는 자식 뻘 되는 분(Boone)을 희생시킨다. 로크는 이번 에피에서 갑자기 다리의 감각을 상실하는데, 이를 되돌리기 위해 분을 - 고의던 고의가 아니던- 희생시킨다. 로크의 아버지가 신장 이식을 위해 로크를 희생시켰던 것처럼..

 
로크는 예지몽에서 분이 피 흘리는 걸 보았다. 하지만 로크는 분이 죽음에까지 이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단지 이 모든 과정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고, 자신들은 시험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All that happening now is our faith is being tested."

 
이것은 성경에서의 모티브다. 아브라함이 자신의 아들 이삭을 신의 제물로 희생시키는 장면, 즉 아브라함이 믿음을 시험 받는 장면과 유사하다. 따라서 로크는 마지막 순간 성경에서 신이 아브라함에게 칼을 거두라 한 것처럼 분의 희생이 극단적인 상황에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로크는 틀렸다. 분은 죽고 해치는 여전히 열리지 않는다.

  


로크 : 니체의 초인론

 
로크가 투석기를 만드는 장면. 분은 로크에게 "전에는 니체를 인용하더니, 엔지니어이기까지 하군요." 라는 말을 한다. 극에서 로크가 직접적으로 니체를 인용한 적은 없다. 하지만 분의 대사를 통해 추론해 보면, 로크가 니체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철학자 중에서 왜 하필 니체인 것인가?

 
아마도 니체의 초인 이미지를 로크에게 부여한 게 아닐까 한다.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왜냐하면 니체의 책을 읽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능력이 안 된다 (책은 10년 전에 샀는데, 아직도 썩고 있다.) 하지만 제작자의 의도는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로크의 초인성.

 
로크는 여러 사람들과 무리 지어 다니지 않는다. 대부분 혼자 다니거나 어쩌다 한 명을 데리고 다니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확신한다. 그래서 잭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거치는 것과 달리, 로크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통고하고 자신과 함께 하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식이다. 누군가에게 동의를 얻으려 설득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 확신이 부족하다는 말일 수도 있다. 로크는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비민주적이다. 그렇다고 강압적이거나 독재적인 것은 아니다. 자신의 방식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정도다.

 
섬 밖에서의 허접한 인생- 마트 잡일, 박스회사 경리, 부모에게 버림받은 고아나 다름없는 삶, 그에게는 친구도 애인도 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가 선택 받은 자이고, 초인이다. 로크 드디어 빛을 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