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드리뷰/로스트

로스트 1시즌 5에피~16에피

by R.H. 2009. 8. 24.

<스포일러 주의>
 

로스트 1-5 White Rabbit : 선택과 결단, 그리고 리더쉽   최초 작성일 2008-8-21


섬 밖에서의 이야기 : 어린 시절 잭은 왕따 당하는 친구를 도와 주려다 되려 흠씬 두들겨 맞고는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훈계를 듣는다. 이때 잭과 아버지의 대화에서 나오는 단어들은 선택과 결단,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실패로 돌아 갔을 때 감당해야 하는 중압감에 대한 것이다.

 
섬에서의 이야기 : 섬에서 물은 바닥 나기 시작하고, 아침에 한 여자는 익사해 죽는다. 사람들은 잭이 무언가를 지시하고 결정해주길 기대하지만, 잭은 그들의 바램이 부담스럽다. 그리고 잭은 죽은 아버지의 환영을 따라 섬 안의 정글로 들어가 물을 발견한다. 결국 잭은 리더가 되는 것을 받아 들이는데...

 
이번 에피는 리더쉽의 어려움과 중압감, 그리고 리더의 선택과 결단이 결과적으로 실패했을 때에 감당해야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이끌어주고, 결정해주길 바라면서도 그 결과가 탐탁지 않을 경우 모든 비난의 화살을 리더에게 보낸다. 대중은 자신의 선택과 결단, 책임은 쉽게 포기하면서도, 비난의 자유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옳지 못하고, 비참한 현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그 문제에 말려들어가 해결하려는 행동을 기꺼이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든 행위에는 결과가 발생한다. 불행히도 선한 의도로 시작된 행위조차 때론 실패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선택과 결단을 두려워한다. 이는 선악과 윤리의 문제가 아니다. 행동을 실천하는 거추장스러움 때문도 아니다. 두려운 이유는 그 행위의 결과가 실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리더는 타인의 비난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에피에서 나오는 찰리의 어깨에 새겨진 문신이다. "Living is easy with eyes closed"
주위에 신경 안 쓰고 내 몸 하나만 건사하고 살면 편한 것이다.

 

 

로스트 1x07 The Moth : 선택과 의지     최초 작성일 2008-8-21

 

유명 락그룹의 베이스 기타인 찰리는 마약 중독자다. 이번 에피는 찰리가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의해 마약의 유혹을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타인의 도움(혹은 강제) 이 아닌 스스로의 결단과 노력(struggle)에 의한 변화가 왜 중요한지 로크는 찰리에게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로크는 누에고치를 뚫고 나오는 나방을 가리키며 말하길, 칼로 누에고치의 구멍을 조금만 넓혀주면 나방은 손쉽게 자유를 얻게 되지만 그렇게 되면 나방은 너무 약해서 살아남지 못한다고 한다. 쉽게 얻어진 자유는 생명을 위협할 뿐이다.

"Struggle is nature's way of strengthening."

  
찰리는 로크에게 마약 봉지를 그냥 없애버리면 끝날 것을 왜 자신을 괴롭히냐면서 짜증을 낸다. 로크는 그렇게 하면 본능을 넘어선 자신의 의지와 결단에 의한 선택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이 혹은 자연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를 놀려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의지와 결단이라는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는 강해진다. 이것이 자연의 규칙이다.


마침내 찰리는 본능의 유혹을 넘어, 자신의 선택으로 마약을 모닥불에 집어 던진다. 누에고치를 힘겹게 헤치고 날아가는 나방을 바라보는 찰리..


 

 

로스트 1x08 Confidence Man : 위악          최초 작성일  2008-08-23 04:38:26

  

이번 에피는 소이어가 사기꾼이 된 이유를 동정적인 시선으로 풀어간다. 그가 그렇게도 증오했던 자신의 가정을 파괴시킨 사기꾼. 그리고 그 사기꾼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자신...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미움 받고 싶어한다. 잭이 모든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사람이라면, 소이어는 모든 좋아 보이는 것을 파괴하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소이어의 본질이 극악무도한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어린 시절의 고통스런 경험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는 하나의 나약한 인간일 뿐이다. 그는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위해 거짓으로 악한 척 하는 것이다.

 
위악은 위선보다 더 나쁘다. 그 이유는, 위선은 타인을 속이지만, 위악은 타인도 속이고 자신도 속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속인다는 건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발버둥이다. 동시에 내면의 나약함을 극복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선하지 아니한 자가 선한 척 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운 것이라면, 악하지 아니한 자가 악한 척 하는 것은 안쓰러운 것이다. 위선적 행위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만 위악적 행위(말)는 타인에게 불쾌를 주고, 본인에게는 후회를 남기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그래서 위악이 더 해롭고 나쁜 것이다.

 
그나저나 confidence 라는 단어가 '자신감'이라는 뜻과 이와는 정반대로 '사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지나친 자신감은 거짓이라는 의미인지도...

 


로스트 1-13 Hearts and Mind : 금기와 집착, 그리고 죄책감    최초 작성일 2008-08-26


이번 에피는 분(Boone)의 이야기다. 쉐넌과 분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법적 남매 지간이다. 그런데 그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분은 이 감정이 견디기 어렵다. 분과 로크 사이의 대화에서 분이 쉐넌에게 가지고 있는 금기시된 감정과 이 때문에 생긴 죄책감을 엿볼 수 있다. 분이 적어도 쉐넌에게는 해치를 발견했다고 말하겠다고, 더 이상 쉐넌에게 거짓말을 못하겠다고 하자, 로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You mean you can't keep lying to her, or you can't stand the way she makes you feel because you're lying to her?"

 
분이 견디지 못하는 감정은 무엇인가? 어쨌든 그들은 법적으로는 남매다. 로크가 한 저 말은 중의적이다. 분이 숨기는 것은 해치 발견에 대한 것이기도 하면서 쉐넌에 대한 자신의 금지된 감정인 것이다.

 
"I gotta get her off my back."

  
분은 쉐넌이 자꾸 꼬치꼬치 캐묻는다면서 해치에 대해 알려주고 쉐넌을 떼어내야겠다고 말한다. 이 문장 역시 중의적이다. 분은 쉐넌을 자신의 마음 속에서 떼어내고 싶은 것이다. 쉐넌에 대한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로크는 이번 에피에서도 무슨 보이 스카웃 대장 마냥 -이전에 찰리가 마약을 끊는데 도움을 준 것 처럼 분의 떼어네고 싶은 불편한 감정과, 집착, 그리고 죄책감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준다. 로크가 분의 뒤통수에 발라놓은 이상한 환각 물질로 인해 분은 환각 속에서 쉐넌의 죽음을 본다. 이것을 현실로 착각한 분은 로크에게 달려드는데, 옆에선 쉐넌의 목소리가 들리고, 자신의 옷에는 피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로크 왈 "How did you feel when she die?"
분 " I felt relived."

 
쉐넌이 (분의 환각 속에서) 죽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냐고 묻는데, '슬프다' 혹은 '괴롭다'가 아니라 '안도'되었단다. 즉, 쉐넌은 분에게 있어서 집착의 대상이고, 타부를 범한 죄책감의 원흉이었던 것이다. 분은 환각 속에서 쉐넌의 죽음을 경험하면서 그의 내부에 있는 집착과 죄책감에서 풀려난다.
 

로크의 마지막 대사 "Time to let it go." <이제 그만 떨쳐내라고.>

  
로스트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결점과 감정적 오류들을 보여주면서 이들이 섬에서 스스로 극복하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 하다.

 


로스트 1-16 Outlaws : 업보와 고통     최초 작성일 2008-08-28 02:01:54

  


로스트에는 윤회와 업보에 대한 이야기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자주 등장한다. 이번화의 문장은 "I'll come back around you." 소이어는 힙스의 농간에 속아 죄 없는 남자를 총으로 쏴 죽인다. 소이어의 가정을 파괴시킨 사기꾼 제비로 잘못 안 것이다. 그 죽은 남자 역시 소이어가 set up 당했다는 것을 안다. 실수로 인한 살인으로 갖게 된 죄책감이 소이어의 마음에 늘러 붙어있던 또 하나의 섬 밖에서의 감정적 오류인 것이다.

 
"You don't know what you're doing."
 

섬에서 난데없이 소이어는 멧돼지에게 희롱 당하는데, 이 놈의 멧돼지를 잡아 죽이겠다고 소이어는 베낭 메고 사냥에 나선다. 숲 속에서 하룻밤을 지낸 후 아침. 보이스카웃 대장 로크는 불쑥 나타나 모닝커피 타 마시며 멧돼지 이야기를 듣는다. (로크는 섬에서의 사람들과 그렇게 친밀한 거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배척 당하지도 않는다. 그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듯. 그런데 상당히 많은 에피에서 로크는 불쑥불쑥 나타나서는 적절한 비유와 충고를 휙 던져주고 간다.)

 
이야기를 듣고 난 로크는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어렸을 때 배다른 여동생이 사고사를 당했고, 양어머니는 딸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리고 배다른 여동생의 장례 후 어느 날 집에 들어온 낯선 강아지. 양어머니는 그 개가 자신의 죽은 딸이었다고 믿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개가 집에 와서 그녀에게  "The accident wasn't her fault. Let her off the hook."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건 아닐까라고 로크는 말한다. 그리고는 어느 날 갑자기 개는 사라져 버렸다고.

 
드디어 멧돼지와 일대일로 마주한 소이어. 둘은 서로를 노려본다. 멧돼지는 소이어가 죽인 그 남자인 것인가? 그가 죽기 전 말한 대로 다시 돌아온 것인가? 그렇다면 그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 사고가 소이어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려는 것인가? 죄책감의 고통에서 풀어주려 했던 것인가?

섬에서 또다시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소이어 이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인가. 소이어는 총을 뽑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섬 밖에서 총을 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총을 거둔다. 
 

"그냥 멧돼지일 뿐이라고..." 소이어가 케이트에게 퉁명스럽게 휙 던진 말이다. 그러나 그의 행동과 눈빛은 그냥 멧돼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멧돼지는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소이어는 자신을 괴롭히던 감정에서 풀려난(off the hook) 것 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