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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읽기

孟子 梁惠王上 [양혜왕상] -6-

by R.H. 2009. 8. 13.

孟子見梁襄王。出,語人曰:“望之不似人君,就之而不見所畏焉。

맹자견양양왕   출,  어인왈 : "망지불사인군.  취지이불견소외언.

卒然問曰:‘天下惡乎定?’ '吾對曰:‘定于一。’

졸연문왈 : '천하악호정 ? '오대왈 " '정우일.'

‘孰能一之?’對曰:‘不嗜殺人者能一之。’

'숙능일지?' 대왈 : '불기살인자능일지.'

‘孰能與之?’ 對曰:
'숙능여지 ?' 대왈 :
'天下莫不與也。王知夫苗乎?七八月之間,則苗槁矣。油然雲,沛然下,則苗浡然興之矣。
'천하막불여지.  왕지부묘호?  칠팔월지간한,  즉묘고의.  천유연작운,  패연하우,  즉묘발연흥지의.
其如是,孰能禦之?今夫天下之人牧,未有不嗜殺人者也,如有不嗜殺人者,則天下之民皆引領而望之矣。
기여시,  숙능어지 ? 금부천하지인목,  미유불기살인자야,  여유불기살인자,  즉천하지민개인령이망지의.
誠如是也,民歸之,由水之就下,沛然誰能禦之?’”
성여시야,  민귀지,  유수지취하,  패연수능어지? "

한문, 영문 출처 : http://chinese.dsturgeon.net/text.pl?node=1603&if=gb&en=on

 

맹자가 양양왕을 만난 뒤 나와 사람들에게 말했다 "멀리서 그를 보니 군주같지 아니하고, 가까이서 그를 보니 경외할 만한 것이 없어 보였다. 갑자기 왕이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천하가 안정될까요?' 내가 대답하였다. '통일로 안정 될 것입니다.'
'누가 통일을 할 수 있을까요?' 대답하길,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통일 할 수 있습니다.'
'누가 그 편에 서겠습니까?' 대답하길, '천하가 그 편에 설 것입니다. 왕께서는 곡식의 싹이 어찌 자라는지 아십니까? 칠팔월이 가물면 싹이 마릅니다. 그러면 하늘이  구름을 만들어 비를 내려주어 싹은 저절로 자라납니다. 그리 되면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천하의 임금들이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을 자가 없습니다.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있다면 천하의 백성들 모두가 목을 빼고 기다릴 것입니다. 그리 되면 백성들이 그를 따를 것입니다. 물이 아래로 흐르듯 할 것이니 누가 이를 막아 낼 수 있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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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왕의 아들 양양왕은 군주의 재목이 아닌가 보다. '멀리서 보니 군주같지 아니하다' 는 맹자의 표현을 보니, 양양왕의 외모와 태도가 군주로서 가져야 하는 품위와는 거리가 있는 듯 하다. 또한, '가까이서 보니 경외할 만한게 없어 보인다.' 는 말을 보니 양양왕의 성품 또한 군주답지 못한 모양이다. 양양왕이 '갑자기 질문했다.' 는 표현에서 볼 때, 양양왕이 어딘가 맹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말이 논리정연하지 못하고, 이말 저말 어수선하게 맹자에게 늘어놓다가 "갑자기" 불쑥 질문을 한 듯 하니 말이다.
 
"천하가 어지럽습니다. 어떻게 하면 천하가 안정이 될까요?"

이전에 양혜왕이 돈, 대형 공사, 흉년, 전쟁 등 구체적인 사안을 질문한 것과는 달리 양양왕의 질문은 좀
두루뭉술하다. 요지가 무언지, 묻는 의도가 무언지도 잘 모르겠다. 양혜왕이 부국강병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질문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원하는 답이 있어서 혹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물었다기 보다는, 지나가는 말로 물은 듯한 느낌이다. 요즘 말로 하면, "세상 참 어지러워. 어떻게든 좋아져야 할텐데 말야." 라는 식으로 별 뜻없이 건성으로 하는 말같다.
 
여하튼 질문을 받았으니, 맹자는 답한다. 맹자의 답은 간단하다.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것이다. 비유해서 설명하길, 가뭄이 들면 싹이 메마르는데, 하늘에서는 저절로 구름이 생기고 비를 내려준다고 한다. 그러면, 이 메마른 싹이 저절로 자란다는 것이다. 천하의 군주들이 모두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는 상황(가뭄)에서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비)가 나타나면, 백성(싹)들이 모두 그를 따를 것이라는 지극히 간단한 말이다.
 
간단하기는 하지만, 어디 이게 쉬운 일인가? 요즘같은 시대에도 사람을 다스리는데 곤봉을 휘두르는데, 과거 사방이 전쟁인 상황에서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군주라니 말이다. 이 말은 전쟁에서 사람을 죽이지 않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것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는 군주가 되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뇌를 하는 군주를 백성은 따를 것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단지 창칼만이 아니라, 정치이기도 하다. 이전에 맹자가 양혜왕에게 以刃與政,有以異乎?”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정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에 차이가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했던 것을 되새겨 보면 말이다. 여하튼 사람을 죽이는 군주를 미워하고,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군주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일전에 MB가 서울시장 시절에 한천작우(旱天作雨) 를 새해 화두로 고른 일이 있다. (이명박 새해화두 '旱天作雨' 골라) 위의 맹자 본문에서 갈색으로 해 놓은 글자들을 조합해서 만든거다. 맹자가 말한 가뭄은 백성을 함부로 대하는 군주이고, 비는 그 반대의 인물이다. 헌데 본인이 가뭄인데, 스스로를 하늘이 내린 비라고 우기는 모양세다.
 
더욱이 이로움을 논하고자 했던 양혜왕을 하필왈리(何必曰利) 라며 핀잔을 준 맹자다. 한마디로 맹자와 친재벌주의는 상극 중에 상극이다. 위 기사 속의 사진은 마치 미국의 부시가 '마르크스 자본론' 에서 제 입맛에 맞은 구절을 짜집기해서는 사진을 찍는 모습이라고 상상하면 된다. 참 우스꽝스런 모습인 것이다. 본인이 맹자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사용했으면 저것은 아전인수요, 모르고 사용했으면, 할 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