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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읽기

孟子 梁惠王上 [양혜왕상] -5-

by R.H. 2009. 8. 13.

梁惠王曰:

양혜왕왈

“晉國,天下莫強焉,叟之所知也。及寡人之身,東敗於齊,長子死焉;

"진국,  천하막강언,  수지소지야.  급과인지신,  동패어제,  장자사언 ;

西喪地於秦七百里;南辱於楚。寡人恥之,願比死者一洒之,如之何則可?”

서상지어진칠백리 ; 남욕어초.  과인치지,  원비사자일쇄지,  여지하즉가?"
孟子對曰:

맹자대왈 :

“地方百里而可以王。王如施仁政於民,省刑罰,薄稅斂,深耕易耨。

"지방백리이가이왕.  왕여시인정어민,  생형벌,  박세렴,   심경역누.

壯者以暇日修其孝悌忠信,入以事其父兄,出以事其長上,可使制梃以撻秦楚之堅甲利兵矣。

장자이가일수기효제충신,  입이사기부형,  출이사기장상,  가사제정이달진초지견랍리병의.

彼奪其民時,使不得耕耨以養其父母,父母凍餓,兄弟妻子離散。彼陷溺其民,王往而征之,夫誰與王敵?

피탈기민시,  사불득경누이양기부모,  부모동아,  형제처자리산.  피함닉기민,  왕왕이정지,  부수여왕적?

故曰:‘仁者無敵。’王請勿疑!”

고왈 : '인자무적.'  왕청물의!"

한문, 영문 출처 : http://chinese.dsturgeon.net/text.pl?node=1603&if=gb&en=on

 

 

양혜왕이 말했다. 선생께서도 아시다시피 진나라(晉)는 천하에서 가장 막강하였습니다. 하지만 과인의 세대에 이르러, 동쪽으로는 제나라(齊)에 패하고, 내 장자는 죽었습니다. 서쪽으로는 진나라(秦)에 칠백리의 영토를 잃었으며, 남쪽으로는 초나라에 모욕당하였습니다. 과인은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죽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일거에 치고자 합니다. 이를 이루고자 한다면 무엇을 해햐 합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백리의 영토만으로도 왕이 될 수 있습니다. 왕께서 백성에게 어진 정치를 펴시고, 형벌을 줄이고, 세금을 가볍게 하여, 백성들이 열심히 밭을 갈고, 김을 매게 하십시요. 여가에는 효제충신을 배우게 하여 집안에서는 부모와 형제를 섬기고 바깥에서는 어른과 윗사람을 섬기게 하십시요. 그리하면 백성들은 몽둥이를 가지고서도 진나라, 초나라의 강한 갑옷과 무기들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들 나라의 왕들은 백성의 시간을 빼앗아, 밭을 갈고 김을 메지 못하게 하여 부모를 봉양치 못하게 합니다. 부모들은 추위와 굶주림에 고통받고, 형제와 아내 그리고 자식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그 나라의 왕들은 그들 백성을 구덩이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왕께서 나아가 이들을 물리치십시요. 누가 왕께 대적하겠습니까? 고로, 이르기를 '인자는 적이 없다.' 하였습니다. 청컨데 왕께서는 제 말을 의심치 마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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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왕의 꿈은 부국강병이다. 그리고 주변국들을 정벌하고 싶어한다. 해서, 맹자에게 묻는다. 어떻게 정벌을 할까요라고. 그런데 맹자는 또 뜬구름 잡는 소리다. 어진 정치, 형벌을 줄이고, 백성의 세금을 가볍게 물리고, 무엇보다 백성들이 자신들의 땅을 일구게 하고, 효제충신을 가르치란다. 이건 양혜왕이 듣고 싶은 답이 아니다.

 

양혜왕이 듣고 싶은 답은, "군량미를 어떻게 거두고, 백성들을 어떻게 차출하며, 어떻게 군사 교육을 시킬 것이지." 에 대한 구체적인 방도였을 것이다. 그런데 맹자의 답은 전쟁 준비를 위한 것이 전혀 아니다. 반대로, 백성을 저렇게 느슨하게 풀어주면, 전쟁이라도 나면 어찌할까 싶을 정도다. 더 살펴보자.

 

맹자가 말하길, 적국에서는 백성들의 시간을 빼앗는다고 한다. 아마도 항시 전투 준비를 위해 백성들을 군대로 차출하고, 군사 교육을 시키는 모양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밭을 갈고 김을 맬 시간이 없어 장정들이 가족을 부양하지 못한다고 한다.

 

가족을 부양하는 것. 가족에게 밥상을 마련해 주는 것. 이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의 의무이자, 가장 숭고한 자부심이다.이것을 빼앗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 모든 가장들의 숭고한 자부심. 내 가족에게 밥을 챙겨준다는 고귀한 이 가치. 이것이 빼앗기는 순간, 그들은 좌절한다. 분노한다. 그리고 이것을 빼앗은 위정자를 증오한다. 뼛 속 깊이. 이리되면 과연 누가 그 나라를 지키고자 할 것인가. 해서, 이런 나라에 나아가면 왕께 대적하는 자가 없을 것이라고 맹자는 말하고 있다.

 

자신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절규하는 사람들,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바로 내 가족에 밥을 챙겨 주고자 하는 가장의 마지막 자존심이다. 그들이 빼앗긴 것은 일자리가 아니라, 바로 이것이다. 바로 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