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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변신,1915> "어느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 것을 발견했다" 아침에 눈 뜨니 벌레로 변해버렸단다. 밑도 끝도 없는 시작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단서도 주지 않고 바로 소설이 진행된다. 꿈인지 생신지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자신에게 일어났는데, 그레고르는 출근 기차 놓치는 걱정부터 한다. 지금 그런 걱정 할 때입니까. 습관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여튼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들이 방에서 나오질 않으니 부모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회사 지배인까지 가정 방문하여 꿍시렁거린다. 잠긴 문을 열기 위해 열쇠공을 부를까 어쩔까 하는 와중에 그레고르는 가누기 힘든 몸을 꿈틀거려 문을 여는데.. 충격과 공포!! 가족들과 지배인은 놀라자빠지고.. 아버지는 서둘.. 2017. 9. 16.
조지 오웰 <1984> 증오를 확산하라! "2분간의 증오 프로그램이 특히 끔찍했던 이유는 참여하는 사람들이 마지못해 의무적으로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상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데 있다. 30초면 모든 가식적인 행동들이 불필요하게 된다. 공포와 복수의 끔찍한 황홀경, 남을 죽이고 싶은 욕망, 큰 쇠망치로 누군가의 얼굴을 마구 때리고 싶은 충동 등이 행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전류처럼 휘젓고 지나가게 된다." 는 일당독재 체제가 구사 가능한 모든 테크닉이 망라된 소설이다. 끝없는 전쟁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감시와 고발로 불안을 확산시키며, 2분간의 증오 프로그램으로 서로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확산시킨다. 2분간의 증오 프로그램에서 지목된 규탄의 대상은 골드스타인이라는 반란자인데, 살았는지 죽었는지, .. 2017. 9. 5.
편혜영 단편 <소풍> <사육장 쪽으로> "여자는 내심 여행을 가는 게 귀찮으면서도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W시에 다녀왔다는 자랑을 하고 싶어졌다. 아직 W시에 다녀온 친구는 없었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남자와 여자. 그들은 짬을 내어 W시로 여행을 간다. 그런데 이들이 여행을 왜 가는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여행자의 들뜸이나 설렘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여행 전 들른 마트에서 물건을 챙기는 모습도 전혀 즐거워 보이지 않는다. 여행지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하나 가득 카트에 담는 남자가 여자는 못마땅하다. 쌀쌀한 날씨에 대비하여 겉옷을 고르는 여자를 남자는 잔뜩 인상 찌푸리며 쳐다본다. 자동차 안에서 나누는 이들의 대화도 짜증스럽기만 하다. 이들이 여행을 떠나는 시간을 봐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일이 끝.. 2017. 8. 18.
이청준 단편소설 <퇴원, 1965> 내가 앓고 있는 병은 무엇인가. 나를 병실에 가둔 사람은 누구인가. 나의 병은 자아 상실이고, 나를 병실에 가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창문을 향한 기이한 상념.. 막연한 상념... 무엇을 생각하는가. 스스로는 기이하고 막연한 상념이라 하였으나, 아니다. 나는 창문 밖의 구체적인 세상을 생각한다. 탈출을 소망한다. 그런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계탑은 고장 나 있어, 시계침마저 떼어져 버려 있다. 저 고장 난 시계탑처럼 나의 시간은 멈춰있다. 병실이 아닌 자기 안에, 위궤양이 아닌 자아망실이라는 병을 가지고 "그렇게 시체처럼 여기 병실에 누워 있는 것이다." 윤 간호사는 나의 분신이다. 내 안의 목소리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멈춰진 시간 속에 널부러져 있는 나를 일으켜 세우고 용기를 주는 자신 안의 목소.. 2017. 7. 15.
오로네 드 발자크 <골짜기의 백합, 1836> 모르소프 백작은 자기연민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몰락 귀족이다. 게다가 가진 재산도 없는 무능력자다. 대혁명 이후 긴긴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다가올 시간을 대비하지 않은 그는 왕정이 복고되어 관직을 하사받고도, 정무감각 부족으로 고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백작이라는 껍데기만 남은 이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것은 그의 아내 모르소프 백작 부인(앙리에트)이다. 그녀는 가난한 남편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못난 남편을 사랑하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다. 그런데 모르소프 백작은 이런 그녀를 고마워하지 않는다. 고마워하긴커녕 사사건건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사람을 들들 볶는다. 그가 할 줄 아는 것은 훈장질뿐이다. 뭘 진짜로 가르쳐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누군가를 꾸짖음으로써 자신에게 권위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전형적.. 2017. 7. 1.
열왕기상 14장 : 여로보암과 르호보암의 죽음 "너보다 앞서 있던 모든 왕들보다 더 악한 일을 하여서, 다른 신들을 만들고, 우상을 부어 만들어서, 나의 분노를 격발시켰다. 결국 너는 나를 배반하고 말았다.그러므로 내가 여로보암의 가문에 재난을 내리겠다. 여로보암 가문에 속한 남자는, 종이거나 자유인이거나 가리지 않고, 이스라엘 가운데서 모두 끊어 버리겠다. 마치 사람이 쓰레기를 깨끗이 쓸어 버리듯이, 여로보암 가문에 사람을 하나도 남기지 아니하고, 다 쓸어 버리겠다. 여로보암에게 속한 사람으로서, 성읍 안에서 죽은 사람들은 개들이 먹어 치울 것이고, 성읍 바깥의 들에서 죽은 사람들은 하늘의 새들이 와서 쪼아 먹을 것이다" 여로보암의 아들 아비야가 병들었다. 이에 여로보암은 아내를 변장시켜, 선지자 아히야에게 보낸다. 아히야는 유다와 벤자민 지파를 .. 2017.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