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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브이

V 2009 : 첫 회

by R.H. 2009. 11. 15.

 

<스포일러 주의>

 

대항해 시대 이후 새로운 땅을 찾아 탐험을 나선 제국주의자들. 신기술로 무장한 거대 함선을 이끌고 나타난 그들은 단지 무역을 원한다고 했다. 100여년 전 조선 앞 바다에도 나타난 양인들과 왜인들. 그들이 말한대로 그들은 단지 무역을 원했던가? 그들은 침략과 수탈을 원했다.


자! 이제 시간이 흘러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신기술을 가진 외계인들이 거대한 우주선을 이끌고 지구 상공에 도착했으니... 그들은 바로 V 다. 이들 외계인들은 과거 식민주의 제국주의자들처럼 자신들의 선진 기술과 지구의 물을 교환하고자 한다는 거짓을 앞세워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지구와의 교역이 아니라, 지구 수탈이다.

나 혹은 우리 공동체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은 모두 외계인이다. 외계인이라는 말이 별 말이 아니라는 거다. 100여년 전 조선 앞 바다에 나타난 양인과 일본인도 외계인이고, V 에서 나오는 다른 은하에서 나타난 이들도 외계인이다.
 
이처럼 갑자기 우리 앞에 나타난 외지인 (혹은 외계인) 에 대해 우리는 상반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경계(두려움) 이고, 다른 하나는 경외(찬양) 이다. V에서도 지구인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한 그룹은 외계인을 경계하는 자들, 다른 하나는 외계인을 부러워하는 자들. 전자는 이제 독립군이 될 것이고, 후자는 친외파가 될 것이다.

V의 외계인들은 지구인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은 파충 인간이다. 재미있다. 우리가 외지인을 처음 대할 때면, 그들을 동물로 비하하는 것과 유사하지 아니한가. 서양인을 붉은 원숭이라 하고, 서양인은 동양인을 옐로 몽키라 하니... 처음 보는 타인을 인간이 아닌 동물로 깍아 내리는 것은 우리의 습관이다.
 
외계인의 진짜 모습과 목적을 꿰뚫고 있는 자들은 주인공인 에리카처럼 독립군이 될 것이다. 반대로 에리카의 아들 같은 자도 있다. 외계인이 가지고 있는 선진 기술에 눈이 휘둥그레 하고, 외계인의 매력적인 외모에 반하고, 급기야 외계인 제복을 입고 싶어하는 자들... 에리카의 아들 테일러는 외계인 제복을 탐하고 그들 그룹의 일원이 되고자 싸인을 한다.

그런데 테일러는 작은 소란을 일으키면서 외계인이 주도하는 참여 그룹에서 쫓겨난다. 엄마는 독립군이 될 듯 한데, 친외파 아들네미는 설마 외계인 제복 얻어 입겠다고 혈서까지 쓰는 짓을 하지는 않겠지..
 
그건 그렇고, 80년대 판 브이가 당시 장안의 화제인 것은 분명 기억하는데, 한번도 본 적은 없다. 밖에서 쳐 노느라고 못 본 듯. 여하튼 2009년 판 브이만 보자면, 좀 별로다. 외계인의 실체(파충 인간) 도 이미 다 아는 거여서, 누가 선이고 악인지 알 수 없는 긴장감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자극적인 장면으로 승부를 봐야 할 텐데, 요즘 영화나 드라마들이 어지간한 자극은 다 보여줘서, 이전의 쥐 잡아먹는 다이애나 정도로는 시시할 게 뻔하다. 이제 남은 건 추억이라는 프리미엄 뿐인데... 첫 회는 용두사미 SF 미드 The 4400 만도 못 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