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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브이

미드 브이 1-5 Welcome to the War

by R.H. 2010. 5. 2.



<주의! 스포일러>
 

이상하다.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인들이 나타난 인류 초유의 비상사태에 국제 공조는 커녕 정부 당국자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구인들 역시 차분하기 그지없다. 옆 건물이 신축만 해도 일조권 침해라며 소송을 걸기 마련인데, 도시 상공을 뒤덮고 있는 비행선에 대해 큰 불만이 없어 보인다.

 
이는 애나가 저 먼 우주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 짐승은 권력을 손 안에 넣고, 인간을 착취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 전술을 구사한다. 그 전략 전술은 마치 독재 정부의 교과서 같다. 이번 5회에서 그녀가 구사하는 그 탁월한 테크닉들을 한 번 살펴보자.


창고 테러

어느 외딴 창고에서 외계인들은 R6 라는 알 수 없는 물질을 플루 백신에 섞는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브라이언과 잭, 에리카는 공장을 폭파한다. 이것이 사건의 진실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외계인이지만,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면 애나의 추악한 음모가 세상에 까발려지게 된다. 그래서 애나는 이 사건을 미궁으로 빠드리면서 동시에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카일 홉스라는 테러리스트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이다. 카일 홉스는 전직 군인으로 저항 세력을 훈련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즉, 애나에게 잠재적 위험 세력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애나의 전략은 먹혀 들어간다. 사건의 진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볼 때는 불순분자의 테러로 보일 테니 말이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불순분자에게 덤탱이를 씌우는 전략.. 이것은 분명 애나만 구사하는 전략은 아니다. 여튼, 애나는 사건의 진실을 묻고, 지구인들의 적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


언론 이용

일단 지난 회에 언론인 채드에게 공포심을 불어 넣는 전략은 먹혀 들어간 듯 하다. 미래에 발병될 뇌혈관 질병에 채드는 상당히 뒤숭숭해 한다. 이런 그에게 애나는 다시 접근한다.

그녀는 채드에게 복어를 권유한다. 치명적인 독을 품은 음식, 잘못 먹으면 즉사지만, 잘만 다루면 너무나도 맛있는 음식.. 애나는 채드에게 위험한 거래를 제안하고 있다. 독재자 애나와 언론인 채드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받기로 암묵적으로 합의를 본다. 목숨을 담보로 공포심을 불어넣으면서 동시에 채드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유혹하는 애나.. 이것이 과연 외계인만이 구사하는 전략일까..


감시와 통제

외계인 제복에 부착된 감시 카메라로 지구 곳곳을 감시하고, 심지어 R6 라는 이물질을 지구인의 몸에 이식하려는 외계인들. R6 는 인간 DNA 정보를 흡수해서 그들에게 송출하는 것인데, 한마디로 야생 동물에 태그를 붙이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를 통해 외계인을 불신하고, 비판하는 세력을 옥죄겠다는 것이다. 이런 신기술이 여태껏 지구에는 없었지만, 만약 진짜 이런 기술이 생긴다면 전체주의를 꿈꾸는 세력들은 얼마나 기뻐 날뛰겠는가.. 이런 기술이 없으니 촌스럽고도 우스꽝스러운 싸이월드 뒤지기 따위나 하는 걸 테니..



저항 세력

이처럼 지구 정복, 착취, 통제라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애나와 달리 저항 세력의 목표는 중구난방이다.

가족이 몰살 당한 것에 대한 복수심을 가진 남자, 잘못된 길에 빠져든 아들을 구하려는 에리카, 지구인을 사랑한 외계인 라이언, 오로지 돈 받고 일하는 테러리스트 홉스, 그리고 신념을 가진 신부 잭. (그런데 잭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기존의 신념을 부수고 새로운 신념을 찾아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잭의 기존 신념은 우주에는 지구인 밖에 없다는 기독교 논리에서 비롯된 것인데, 외계인이 등장하면서 그 신념은 완전 무용지물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복수심, 모성애, 사랑, 돈, 그리고 희미한 신념... 이들이 가장 먼저 확립해야 하는 것은 확고한 신념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인간의 탈을 쓴 짐승에 대항하는 고난의 길이 바로 신념을 찾는 길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