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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브이

미드 브이 (V) 1-7 John May : 저항의 상징

by R.H. 2010. 5. 23.



<주의! 결말 포함된 스포일러>


메이는 과연 누구일까? 그들도 궁금하고 우리도 궁금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동안 막연히 그에 대해 상상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는 홍길동 같은 인물은 아닐까.. 애나게 대적할 만한 인물인 걸 보니 엄청난 초능력을 가진 슈퍼맨 같은 인물은 아닐까.. 여튼 그는 메시아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래서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만사가 해결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존 메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사실 지금 레지스탕스의 모습은 어수선하다. 의견도 잘 맞지 않는다. 서로에게 미운 소리를 해대고, 틈만 나면 비꼬며, 감정이 격해지면 멱살부터 잡고 본다. 게다가 그들은 일치된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그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로 모여있다. 그들이 대단한 신념이 있어서 레지스탕스에 참여한 게 아니란 말이다. (이번에 새로 레지스탕스 일원이 된 존 메이의 양아들 역시 어영부영하다 멤버가 된다.)

그런데 이게 바로 그들이 지향해햐 하는 모습이다. 
 
각 개인이 제각각의 목소리를 내는 것, 각자가 추구하고 원하는 바가 다른 것, 하지만 위기시에는 함께 뜻을 모으는 법을 배우는 것. 이게 바로 민주주의의 모습이다. 시장통처럼 어수선하면서도 그 안에서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것 말이다.

반대로 애나의 조직은 깔끔하다. 한 명의 절대자가 명령하고, 나머지는 이에 절대 복종한다. 다른 의견을 내놓을 수도 없고, 설령 내놓는다 하더라도 최고 명령자가 "안 돼" 한마디면 끝이다. 당연히 비판은 있을 수도 없다. 이처럼 일사분란한 이들 조직은 바로 독재 정부의 모습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화에서 존 메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어수선한 레지스탕스를 일사분란하게 이끌어갈 바로 그 인물.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는 슈퍼맨도, 홍길동도, 메시아도 아니다. 그저 인간을 사랑하고, 독재에 저항하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평범한 남자다. (뭐 어찌보면 평범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평범한 것이 평범하지 않은 세상이니..)

더욱 황당한 것은 그는 이미 10년 전에 죽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존재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런 설정은 상당히 바람직하다.

위에서 말한대로, 그들은 존 메이를 메시아처럼 여긴다.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그가 다 해줄거야" 라고 믿는 것이다. 존 메이가 나쁜 놈들 다 처치해지고, 일사불란한 명령 체계를 만들고, 사람들은 그의 명령만 따른다면, 과연 애나의 차이가 뭘까? 또다른 형태의 독재자일 뿐이다.

그래서 존 메이는 죽어야 한다. 그리고 저항하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존 메이가 되어야 한다. 그들 각자는 존 메이가 보여준 사랑과 희생, 그리고 저항정신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존 메이는 바로 사랑, 희생, 저항의 상징으로만 남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