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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리뷰/프리즈너

프리즈너 (The Prisoner) Ep.5 Schizoid : 분열된 자아

by R.H. 2010. 4. 26.

 

<주의! 스포일러>


사랑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잃어버리는 일을 겪으면 사람은 분노한다. 제정신이 아니게 된다. 그리고 자신 안에서 자신도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자아가 튀어 나온다. 사람이 악에 받치면,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변하는 것이다.
 

주인공 6가 지금 그러하다. 사랑하는 여자 루시를 잃어버린 그는 정줄을 놓았다. 드라마는 이를 분리된 자아로 표현했다. 그 분열된 자아는 <2곱하기 6> 라고 불린다. 6.5 도 아니고 6" 도 아니고 <2곱하기 6> 라니.. 왜 6의 분열된 자아에게 이런 희한한 이름을 붙였을까? 한 번 보자. 

  
주인공 6 는 지금까지 넘버 2를 비판하고, 마을 시스템에 저항하며, 꿈꾸는 마을 사람들을 선동해왔다. 하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아니,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자신의 생각에 동조한 사람들이 죽임을 당할 뿐이었다. 그래서 주인공 6 안에서 튀어나온 분노한 자아는 외친다.


"Words change nothing!!"


말만으로는 마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바로 넘버 2를 죽이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도 넘버 2와 같은 자들이 있다.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감시하고, 통제하고, 자신들에게 대항하는 자는 잡아 족치고, 죽이는 자들.. 이런 후한무치한 자가 죽기를 얼마나 우리는 간절히 원하는가.. 벼락에 맞아 죽었으면 좋겠고, 그가 탄 비행기가 추락이라도 했으면 좋겠고, 누가 나서서 그 놈 사는 곳에 들어가 암살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는 바로 6의 분열된 자아인 <2곱하기 6> 가 독재가 넘버 2를 죽이려 한다. 그런데 이 때 주인공 6는 암살 시도를 강력히 가로 막는다. 사실, 자기 자신을 말리는 것이다.


"Don't make us become the thing we fear."


넘버 2를 살해하는 행위는 바로 6가 넘버 2가 되는 것이다. 폭력으로 폭력을 갚으면, 결국 6 자신이 비판하고, 혐오한 그 존재가 되는 것이다. 괴물이 미워 그 괴물을 암살하면, 자신이 괴물이 되어버리고 마는 꼴이다. 그래서 6의 분열된 자아의 이름이 <2곱하기 6> 였던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6는 말한다.


"If we are one, we can defeat two" [우리가 하나가 되면, 넘버 2를 이길 수 있어.]


그래서 분열된 자아 <2곱하기 6> 는 칼을 거둔다. 주인공이 제정신을 차린 것이다. 괴물에 맞서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그의 목에 칼을 대는 것이 아니다. 일시적으로는 분이 좀 풀릴지 모르지만, 그리하면 우리가 바로 그 추악한 괴물이 되고 만다. 우리가 해야하는 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이 드라마는 말한다.